보도자료

“기후변화 그릇된 해결책 위험, 기후정의 위해 행동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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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에 쓰인 영어 약자의 풀이는 하단에 있습니다.

 

지난 2일에 열린 아시안 기후정의 총회가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필리핀에 사무국을 둔 책임과 개발에 대한 쥬빌리 사우스 아태지역 네트워크(JSAPMDD) 주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한국 등 11개국에서 55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본 총회는 올해 있을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통해 새로이 구축될 신기후체제을 앞두고 공평하고 정당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안은 없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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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방안, 선진국의 그릇된 해결책(False Solutions)”

지구의 온도가 증가할수록 예측되는 영향의 정도는 심각하다. 대부분 남반구에 살고 있는 힘없는 자들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가면서 미래 없는 삶을 겨우 영위할 뿐이다. 그들을 대변한 활동가들은 유엔 하에서 제시되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은 선진국의 이해를 대변한 시장 중심의 그릇된 해결책(false solution)이라고 말한다.

경제발전의 맛을 본 선진국들은 발전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유감스럽지만, 시장 매커니즘의 정책은 포기할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 시들해진 유럽탄소배출권(EU ETS)을 폐기하지 못하고 새로운 체제로 탈바꿈하려는 유럽연합의 행보도 그렇다. 남반구 사람들은 자신들의 산림이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 산림의 소유권을 사들여 탄소배출권 시스템에 적용하는 선진국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이 마땅히 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을 기반으로 한 감축 정책에 이어 적응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작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5차 보고서에는 감축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적응을 통해 기후변화 리스크를 저감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빈곤층이나 소외계층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및 재해위험 관리 등의 국가 정책을 세워 변화하는 기후와 기상이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군소 도서국에 이런 적응정책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지역과 사례에 따른 효과적인 적응 방안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감축 논의에 있어서 이것이 빠져선 안 된다며 한 말레이시아 활동가가 REDD 문제를 제기했다. 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방안(REDD)은 개도국의 산림이 농경지나 택지 등으로 전용되고 황폐화되는 것을 방지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활동을 말한다. 산림 자원이 풍부한 개도국을 대상으로 선진국들은 산림 보전에 (부담없는 금액으로) 투자하고 지원하면서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계산해 그만큼을 배출권으로 판매한다. 남반구 산림부국(富國)에서 이러한 REDD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이상적이지 않다. REDD 사업은 돈을 쥔 선진국 행위자의 이득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현지 원주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활동가는 자신이 운동하는 지역에서도 REDD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조상 대대로 산림에 의존하여 경제활동을 해 왔던 원주민들은 경작권을 박탈당해 궁핍한 생활을 겪을 수밖에 없고 제대로 싸우려고 해도 정보 접근이 어렵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활동가는 REDD+의 활동으로 팜오일 대농장이 확대되어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DD+는 REDD사업에서 조림, 대규모 농장 등의 사업을 포함하는 것으로 사업체들은 탄소도 잡고 배출권거래제룰 통한 수익창출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와 같은 일부 정부는 두 팔 걷고 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적응, 토지 사용 그리고 기후에 영리한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

회의가 열린 호텔에서 공지가 전달되었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전기 점검으로 전력이 중단될 예정이니 양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침 8시 반부터 진행된 마라톤 총회 탓에 다들 조금은 지친 모양인지 기쁜 표정으로 손에 쿠키와 커피를 들고 어딘가로 흩어졌다. 과한 냉방으로 시린 몸을 녹이고자 야외 테라스로 나가 습한 더위를 즐기는 중에 인도네시아에서 온 활동가 Muhammad Reza와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Reza는 KRuHA라는 단체 소속의 활동가이다)

인도네시아. 가본 적은 없지만 익숙한 나라다. 작년 환경연합이 처음으로 해외 태양광발전 지원사업을 진행했던 국가이기도 하고 한국이 두 번째로 석탄을 들여오는 수출국이기도 하다. 자연히 석탄 얘기가 나왔다. 올해 환경연합은 반석탄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하자 Reza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칼리만탄이란 지역을 얘기해 주었다. 그 곳의 70%가 탄광이며 매년 4억만 톤 이상의 석탄을 채굴한다고 한다. 호흡기 문제도 있지만 인근 지역의 지하수를 매일 마시던 아동 9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으로 42GW의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대응하는데 많은 활동가들이 전력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외 활동가들도 더러운 에너지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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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이 흘러 다시 회의장으로 모인 참가자들은 감축에 이어 적응 정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개도국의 적응 계획은 농업에 기초하는데 기후변화로 토지의 질이 떨어지고 농수가 고갈되는 등 농업의 기본적인 조건이 악영향을 받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세계농업기구(FAO)의 추진으로 기후에 영리한 농업(CSA)이라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 시스템은 “농업 생산성과 수입을 지속가능하게 증대시키고, 기후변화 적응과 복원력을 구축하며, 가능한 곳에 온실 기체를 저감/제거하여 궁극적으로 국가 식량 안보와 개발 목표 달성을 증진“하는데 목표를 둔다.

적응 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형태의 농작물 생산이나 토양과 생산물의 개선을 위한 신기술 도입을 장려하는 장치인데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생산량 유지를 명목으로 유전자 조작 작물을 대규모로 단일 경작하거나 대기업 중심의 농업 산업화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결국 이로 인해 토지 수탈과 원주민들의 강제 이주 등의 문제가 있다.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올바른 기준이 없는데다 대기업의 농업 비즈니스를 위한 또 다른 시장을 마련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맥도널드, 월마트, 몬산토와 같은 대기업들이 이 CS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린워싱(greenwashing: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 마치 친 환경정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을 펼친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으로 참가자들이 제기한 문제 중에 바이오연료도 포함된다. IPCC 보고서에서는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60억 헥타르에 달하는 토지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바이오연료 중 바이오숯(biochar)이라는 연료는 식물이나 나무 등을 진공상태에서 태우면 고탄소 물질이 되고 이를 흙 속에 묻으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토양에 영양을 공급한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력의 이면에는 원주민들의 토지 박탈 등의 사회적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아 과연 이런 해결 방안들이 기후정의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녹색기후기금(GCF)에서도 CSA 체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참가자들은 이를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기후기금에 기후정의가 반영될 수 있을까

현재 녹색기후기금에 102억 달러가 공약된 상황이고 이 기금은 완화와 감축에 50:50의 비율로 개도국을 지원하게 된다. 녹색기후기금의 옵저버로 활동하고 있는 Meena Rahman(Thrid World Network)이 녹색기후기금에 대한 개도국의 시각을 설명했다.

기존의 환경 관련 기금인 지구환경금융(GEF)이나 기후투자기금(CIF)은 자금이 필요한 현지 상황을 우선시하기보다 민간 주도의 사업안을 일차적으로 검토하여 재정을 지원했다. 그럼으로써 해당 지역이 필요로 하는 지원은 사실상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지 않아 기금 운용의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었다. Meena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녹색기후기금 운영에서 No-objection을 기반으로 한 사업안에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수혜국가나 해당지역의 반대가 없는 사업에 펀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사업이어야 추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후재정은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이들의 개입 없이 개도국이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영하기가 힘든 구조이다. 이미 기존 국제 금융의 폐단을 목도한 개도국의 시민사회는 이번 녹색기후기금만큼은 2018년까지 자금의 50%를 수혜 정부, 지방정부, 지역 실행기구 등이 직접적으로 지원받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녀는 “부디 여기에 있는 활동가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녹색기후기금 담당관을 만나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연대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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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과 피해

2013년 태풍 하이옌의 강타로 필리핀의 일부 지역을 복구하는데 드는 비용은 780억 달러, 녹색기후기금의 80%에 달한다. (녹색기후기금 이사회는 2020년까지 1천억 달러 기금 조성을 합의했었다.) 인도의 경우 지난해 Hudhud라는 사이클론으로 인도의 일부 지역이 큰 타격을 받았다. 복구하는데 2,200억 루피, 한화로 3조원이 넘는 비용이 예상된다고 한다.

“하이옌 피해 지역 중 한 곳은 코코넛 생산이 주된 경제수단인데, 이 태풍으로 코코넛 나무가 대부분 손실되었다. 코코넛 나무가 자라 생산물을 얻기까지 8년이 소요되는데 원주민의 경제생활을 보상하거나 지원할 대책이 전혀 없다”며 필리핀 출신의 한 활동가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렇듯 개도국에 있어서 적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나 피해 발생 시 즉각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적응 기금이 어느 정도 조성되어야 하지만 그 속도는 너무나 느리다. 바르샤바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 시스템 구축에 동의했고, 작년 리마 총회에서 이를 “적응” 부문과 함께 고려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국제 기준이 필요하고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

기후정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

올해 21차 파리 총회에 앞서 모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은 新기후체제(Post-2020)를 위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인도의 한 참가자는 이러한 각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미래만 논의하는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post-2020의 논의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2020년이 오기 전에 이행해야할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필요하지 않은가?” 장기 목표 설정에 있어서도 현재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확인하고 이를 국가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삼일 동안 기후변화의 그릇된 해결책(false solution)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충분히 인지했다. 그럼에도 이 해결책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로 국제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에 우리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라는 건 남북 상관없는 지구상의 모두를 지칭한다. 기후정의를 위해 우리 모두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의장을 맡은 Lidy Nacpil(JSAPMDD)의 마무리 발언이었다. 오후의 방콕 날씨보다 더 뜨거웠던 3일간의 총회가 막을 내렸지만 기후정의를 위한 요구(Demands for Climate Justice)가 국제협상 속에 반영되도록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신주운

(에너지기후팀)

 

 

<도움되는 사이트>

* 각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현황 인포그라피를 담은 사이트: www.climatefairshares.org

*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기후변화 감축 정책을 반대하는 캠페인 사이트: www.handsoffmotherearth.org

 

<약어 풀이>

* JSAPMDD: Jubilee South Asia Pacific Movements on Debt and Development

*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EU ETS: EU Emissions Trading Scheme

* 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 CSA: Climate Smart Agriculture

* GEF: Global Environment Facility

* CIF: Climate Investment Funds

 

 

신주운

신주운

환경연합 에너지기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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