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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법 제정하라”고 더 크게 외쳐야

MB정부가 만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을 규정하는 법률로는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 우선 이 법의 시행령에 나와 있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퍼센트 감축이라는 상대적인 목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권 총할당량을 정하기 위해서라도 감축목표는 절대량으로 존재해야 한다. 신기후체제 협상 타결시한(2015년 말)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장기감축목표(2030년, 2050년)가 없다는 점도 치명적인 한계다. 국제사회는 2020년 이후를 바라보며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도 손을 놓고 있고 사회적 논의가 전무하다.
무엇보다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했다. 2012년에 우리나라는 2020년 목표배출량을 28.5퍼센트나 초과해 감축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감축은커녕 오히려 배출량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 법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에너지계획이 온실가스 감축을 고려하지 않고 수립되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게다가 중앙부처나 지자체가 스스로 수립한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제대로 추진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없고 개발계획 수립 시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하게 하는 수단도 결여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률로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받아든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기후변화법’ 제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큰 요구’라는 뜻을 가진 기후변화법 제정운동인 ‘빅 애스크 캠페인’은 이러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2013년 9월 23일 빅 애스크 네트워크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빅 애스크 캠페인은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된 뒤 많은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법 제정운동이다. 올해 2월 현재 30여 개 시민단체와 협동조합과 국회의원 21명, 지방자치단체장 5명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시민들의 요구를 담은 기후변화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안(2014년 3월 국회 내 공청회 및 의원 발의 추진)하게 된다. 한편 국회 내 논의 진행과는 독립적으로 2015년 3월까지 10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 발의 ‘기후변화대응기본법’
시민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아래 그림과 같은 절차를 통해 초안이 마련됐다.
법률의 명칭은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이다.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감축목표를 명백하게 규정하고 실질화했다는 점이다. 2050년 감축목표를 ‘2005년 배출량 대비 50퍼센트 이상 감축’하는 것으로 정하고 ‘2020년 목표도 2005년 배출량 대비 4퍼센트 감축’으로 절대치에 기초한 감축목표 설정(안 제9조)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장기목표 달성을 위해 ‘2021년부터 2025년의 기간을 최초로 하는 5년마다 단기 감축목표를 설정’(안 제9조)하도록 했다.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의 장기감축목표는 △1인당 배출량 △역사적 배출량 △지불능력 등 국제사회가 논의하고 있는 ‘부담 공유(Burden Sharing)의 기준’을 적용하고 해외 국가들의 앞선 사례를 참고해 설정했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배출량 대비 2030년 40퍼센트, 2050년 80~95퍼센트 감축을 목표로 잡고 있다. 미국도 2020년에 ‘2005년 배출량 대비’ 17퍼센트, 2025년에 30퍼센트, 2030년에 42퍼센트, 2050년에 83퍼센트 감축하는 경로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내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205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80퍼센트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2050년까지 ‘2005년 탄소 배출량 대비 50퍼센트 감축’할 경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5.9톤, 60퍼센트 감축은 4.7톤, 70퍼센트 감축은 3.6톤, 80퍼센트 감축은 2.4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2012년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4.0톤이다.
감축목표 실현을 위한 수단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정부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기후변화대응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실적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계획 수립 및 보고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중앙행정기관으로 하여금 종합계획의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그 평가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고(안 제11조),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방종합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지방의회에 보고할 의무(안 제12조)를 지게 했다. 또 공공기관도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환경부에 의무적으로 보고(안 제13조)하도록 했다.
한편,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 계획을 수립할 때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억제하고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으로 하여금,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온실가스 감축하고 기후변화 영향 최소화하며 기후변화 적응을 고려한 기후영향평가를 포함’하도록(안 제14조) 규정했다.
또한 ‘녹색성장위원회’와 ‘지방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4년간 기후변화 대응의 내실화에 많은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대통령 소속으로 기후변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간사위원은 환경부 장관으로 하며(안 제16조), 위원회 산하에 기후변화실무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안 제17조),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지방기후변화위원회를 설치하도록(안 제19조) 했다.
에너지기본계획도 기후변화의 지평에서 세워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0퍼센트 이상이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비합리적인 에너지 수요전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속적인 증가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엇박자를 해소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 및 변경 시에는 기후변화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안 제22조)했고 에너지기본계획은 단·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부합하도록 수립할 것을 명문화(안 제22조)했다.
한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중앙행정기관의 탄소 배출량 정보 제공의무 및 시한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지 않아 정보와 통계 제출의 지연을 불렀다. 그 결과 국가온실가스통계가 2년 후에 작성(선진국은 1년 후)되는 등 국가 배출량 파악이 지체되고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부문별 전년도 온실가스정보 및 통계를 작성’하여 ‘매년 6월 30일까지 환경부 장관 소속의 종합정보관리센터에 제출’하도록(안 제27조) 규정했다.
또 기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온실가스 감축’에 비해 ‘기후변화 적응’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흐름과 배치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은 기후변화 적응 관련 조항을 시행령에서 기본법으로 격상해 규정하고 기후변화 감시·예측(안 제28조),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평가(안 제29조),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추진(안 제30조),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안 제31조)와 관련된 사항을 별도의 조항으로 분리했다.
남는 쟁점과 향후 과제
국민이 발의하는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고 쟁점과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2050년 감축목표 외에 2030년 감축목표를 명문화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장기감축목표 설정의 과학적 근거를 심화하고 사회적 논의를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것도 과제다. 가장 어려운 것은 기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처리 문제다. 이 법을 폐지하고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개정 후 명칭을 ‘기후변화대응기본법’으로 바꾸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은지는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어떤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빅 애스크는 아래로부터 국민들의 뜻을 모아 국회에서 기후변화법을 만들자는 운동이다. 여론의 압력 없이 대한민국 국회가 스스로 강력한 기후변화법을 만들 가능성은 없다. 더 많은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하면서 “기후변화법을 제정하라”고 더욱 크게 외쳐야 하는 까닭이다.
※ 글 : 안병옥 소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 발췌 : 함께사는길  2014년 3월호
Source: 정소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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