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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책 연재 <1> 다시돌아온 수리부엉이-어느 아파트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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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아이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멸망한다!”고 했습니다. 식물들의 수분을 도와 열매를 맺게 하는 꿀벌이 인류의 생존 비밀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수의사와 방송인, 화가, 연구학자, 수집가 둥이 멸종위기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324호인 지혜의 상징 ‘수리부엉이’를 주제로 책을 엮었습니다.

 

오늘 수리부엉이를 걱정하지 않으면, 내일 멸종의 순서는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뒷산의 수리부엉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 <수리부엉이, 사람에게 날아오다>의 내용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PD가 기록한 수리부엉이]

 

다시 돌아온 수리부엉이

어느 아파트의 감동

조우석(강릉 MBC PD)

전화가 왔다. 작가로부터 온 전화였다. PD와 작가는 윗니와 아랫니처럼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그런 만큼 맞부딪칠 일도 많다. 게다가 이 작가는 꽤나 까칠한 분이다. 항변과 독촉과, 뭐 그런 내용들로 통화가 길게 이어졌다. 내가 결례한 부분도 있고 작가가 잘못한 부분도 있고, 이런저런 말들이 길어지면서 슬슬 불쾌해지기 시작할 찰나였다.

 

전화기를 쥔 채로 내 눈은 하늘을 향해 있었다. 노을이 지기 직전 선명한 붉은색이 온 세상을 채우고 있는데, 뚜렷한 실루엣 하나가 내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황조롱이였다. 마지막 사냥에 성공한 것인지, 쥐로 보이는 것을 쥔 채로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에 황조롱이 한 마리가 아파트 단지에 둥지를 틀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저 녀석인가? 나도 몰래 큰 소리로 감탄이 튀어 나왔다.

 

“어이구, 천연기념물이 날아가네!”

 

순간 불쾌지수를 높여가던 작가는 그야말로 빵하고 터지고 말았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한참이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가 급격히 부드러워졌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날아간 황조롱이 덕분에 우리의 통화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작가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아, 역시 강원도는 달라!”

 

이런 강원도에서 나와 수리부엉이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고백컨대, 2013년 양양에서 처음으로 수리부엉이를 만났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데일리 교양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중 아파트 단지에 수리부엉이 새끼 두 마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 신기한 아이템이군, 얼른 찍어서 꼭지 하나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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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수리부엉이 사람에게 날아오다>

 

자꾸만 촬영을 고사하시는 주민회장님을 겨우겨우 설득해 인터뷰를 했다. 그때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 왔다.

 

“관심 속의 무관심”

 

관심이면 관심이고 무관심이면 무관심이지, 도대체 ‘관심 속의 무관심’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주민회장님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그 말은 ‘인간의 최소한의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동물과 무슨 교감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닐 터, 당연히 수리부엉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수리부엉이가 제 스스로 아파트 단지에 찾아왔다면, 거기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수리부엉이가 야행성이고 소리에 민감한 만큼, 조명이나 소음의 조절 등 녀석에게 적합한 환경은 만들어주되 그 외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즉, 관심을 갖고 필요한 일을 해준 뒤에는 불필요한 관심으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셨던 이유도, 방송에 나가면 어중이떠중이가 몰려와 구경한다고 수리부엉이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 그랬던 것이었다.

 

부끄러웠다. 출연자는 수리부엉이를 통해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방송 책임자인 PD는 아무 사전 준비도 없이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그림만 찍을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2013년 여름 어느 날의 그것이 수리부엉이와, 그리고 아파트 주민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4월 중순, 아파트 주민이신 한 어르신께서 호통을 치신다. 조명이 마뜩찮으셨던 것이다.

 

“너희들 좋으라고 설치한 거지, 수리부엉이 좋으라고 설치한 거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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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수리부엉이 사람에게 날아오다>

 

정말이지 이곳 주민들의 수리부엉이 사랑은 지극하기 그지없다. 촬영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거나 수리부엉이 상태가 이상하다 생각되면 여지없이 제작진에게 호통이시다. 그럴 때 PD는 그저 죄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억울해도, 그리고 부엉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근거가 있어도, 그냥 죄송하다고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꾸짖으시는 분의 수리부엉이에 대한 정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밤샘 촬영을 마치고 철수 준비를 할 때였다. 차에 있는 가방을 가지러 내려가던 촬영감독님이 복도를 지나가다 깜짝 놀랐다. 시간은 새벽 다섯 시 30분. 어제 조명 문제로 호통을 치셨던 그 어르신이 복도에 서서 망원경으로 수리부엉이를 살피고 계셨다.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이 수리부엉이의 안부부터 살피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새벽에 잠깐 어미가 둥지를 비웠는데 알이 하나밖에 없다고 알려주시던 분도 바로 이 어르신이다. 이곳 아파트 주민들은 집집마다 망원경 하나씩을 갖춰놓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 앞에서, 촬영 팀이 어찌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별한 동물이니만큼, 건축가 오영욱 씨의 표현대로 ‘쫓아내지 않고’품에 안았던 것이겠지만,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이 아파트 단지에 가져다준 영향은 실로 큰 것이었다. 그야말로 아파트 생활의 모든 것에서 놀랄 만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원본보기▼

 

http://blog.naver.com/kfemblog/220160613533

 

※ 글 : 환경운동연합

※ 원문 : http://kfem.or.kr/?p=119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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