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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누명 쓴 철새들, 정부’먹이주기’중단 지침에 진짜 감염 우려

AI누명 쓴 철새들, 정부'먹이주기'중단 지침에 진짜 감염 우려1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무리 ⓒ주용기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뜨끔하지만, 철새에게 AI감염을 확인했으니, 당황하지 않고 철새가 AI를 옮겼다고 주장하면.. 끝”

어떤 개그프로의 재미없는 패러디지만 최근 AI(조류독감)와 관련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더 재미가 없다. 부처 혹은 기관별 책임 회피를 비롯해 미흡한 행정 체계와 조치 등 여러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쾌하지 않은 건 이러한 상황의 책임을 모두 말 못하는 존재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7일 전북 고창의 한 오리농가에서 올해 첫 AI 발병이 확인되었다. 2011년 이후 2년 8개월 만이며, H7N8이라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바이러스 유형이었다. AI와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되는 것을 알기에 국민들의 걱정은 적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인 18일 고창 오리농가 인근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천여마리의 떼죽음 소식이 들려왔다. 전라북도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발표를 인용한 이 같은 보도들<고창 AI 농장 인근서 가창오리 1천여마리 떼죽음(YTN 1.18)>, <철새 가창오리 1천여 마리 떼죽음…고병원성 AI 공포 확산(채널A 1.19)>이 잇따르며 국민들의 AI에 대한 우려는 증폭되었고, 그 책임의 화살은 모두 철새들에게로 돌아갔다. 그 넓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우리로선 어떻게 막아볼 도리가 없는 그 새들에게로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들은 곧 오보임이 밝혀졌다.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오리가 고작 100여 마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의 보도자료들도 1천여 마리에서 100여 마리로 변경되었고, 오보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고창 가창오리 ‘떼죽음’ 오인발표 논란(뉴시스 1.19)>와 철새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 보도(“AI일까”…가창오리 떼죽음에 의견 ‘분분’(연합뉴스 1.19)>도 이어졌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철새 1천 마리 떼죽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AI 발병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열악한 조건에서 집단으로 사육되는 가금류의 밀식사육시스템이다.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이 쉽게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가금류 역시 면역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주로 AI에 감염되어 죽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철새가 AI 주범이 아닌 오히려 오리 농가로부터 AI를 옮겨 받은 ‘피해자’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철새가 AI가 감염되면 수일 내 죽게 되는데, 이 가창오리들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날아와 한국에서 지낸지가 벌써 2개월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철새들에게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원인이 철새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저병원성 조류독감은 야생조류와 가금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지만 고병원성 조류독감은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에서만 발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철새들의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또 과학적인 원인 분석이 이뤄지기도 전에 정부는 왜 잘못된 사실까지 전달하며 철새를 AI 확산 주범으로 몰았을까. 아마도 AI의 발생을 통제하지 못하고 확산 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AI 누명에 이어 지금 철새들은 또 다른 어려움에 처했다. 정부가 조류독감을 막는다면서 가축방역메뉴얼에 따라 철새 먹이주기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치가 오히려 조류독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 곳곳이 개발되면서 서식지가 하나 둘 사라진 철새들은 몇몇 지역에 집중적으로 머무르고 있는데, 이들이 주로 먹는 낙곡(볍씨)이 ‘곤포사일리지(볏집을 소여물로 사용하기 위해 수거 후 랩핑한 것)’ 때문에 상당량 줄어들어 그간 사람들이 주는 먹이주기에 의존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먹이주기가 중단되자 먹이를 찾으러 다른 지역으로 분산 이동하고, 민가 인근까지 다와가 먹이를 구하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철새들은 체력이 떨어지고 영양상태가 빈약해져 조류독감에 더 쉽게 감염될 수 있고, 이를 다른 지역에 전파할 가능성도 커진다. 경직된 정부의 지침과 원인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조차 없는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례다.

말 못하는 새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정부의 대처가 사실과 다르다며 비난하는 것은 지금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원인이 옳아야 대책도 옳다. 처음부터 헛다리를 짚은 정부의 대응이 과연 AI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인지, 그 부분에서부터 제대로 된 점검이 필요한 때다.

※ 글 : 한숙영 (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
※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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