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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가 조류독감 원인? 오히려 피해자일 수도 있다

철새가 조류독감 원인  오히려 피해자일 수도 있다1
▲ 동림저수지 근처에 설치된 출입금지 간판 ⓒ

 

지난 17일과 18일, 전북 고창과 부안의 한 집단 사육농장에서 오리들이 집단 폐사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아래 농식품부)는 역학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H5N8′이라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AI, Avian Influenza Virus)가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 등 1000여 마리의 야생조류가 폐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 연구기관들이 현장에서 폐사체를 수거해 폐사 원인 역학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응에는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야생조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무차별적으로 야생조류를 살상하고 종 보전과 서식지 보호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야생조류가 집단 폐사한 고창 동림저수지는 조류연구자들과 탐조객, 사진촬영가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이다. 나도 지난해 말부터 그곳을 자주 찾았고, 가창오리의 개체수(10~20만 마리) 변동을 조사하였다. 동림저수지엔 가창오리 외에도 큰고니 68마리, 큰기러기128마리, 노랑부리저어새 3마리 등 멸종위기종과 기타 오리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가창오리는 야행성으로 저녁노을이 질 때 먹이인 낙곡을 먹기 위해 낮 동안 머물렀던 저수지에서 주변의 농경지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펼치는 군무는 장관이다. 하지만 군집성이 강한 종이어서 강력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떼죽음을 당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지난 2000년 10월에는 서산 천수만에서 가금콜레라가 발생해 가창오리와 고방오리 등 1만여 마리 정도가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침해 당하는 야생조류 서식지들… 우려했던 일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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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사육용 여물로 쓰기 위해 말아놓은 볏짚 ⓒ주용기

 이번 정부 발표와 현지 연구자들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번에 걷어낸 죽은 새는 가창오리, 큰고니,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종이 죽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각종 개발들로 야생조류들의 서식지가 줄고 먹이가 급격히 감소해 한곳에 밀집하는 경향이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체간 병원균을 옮기는 시간이 더 짧아지고, 독감 변종도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가을 추수가 끝난 들녘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커다란 둥근 덩어리를 실제로 혹은 사진으로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소 사육용 여물로 쓰기 위해 거의 볏짚을 말아놓은 것이다. 소를 키우는 농민들 입장에서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로 인해 농경지에 떨어져 있는 낙곡(벼이삭)이 부족해지면서 겨울 철새들은 곤란해졌다. 이는 두 가지 위험을 낳는다. 하나는 굶어죽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먹이를 찾기 위해 가금류 가축농장 근처 농경지까지 접근하는 것이다.

군집성이 강한 종들은 언제든지 집단 폐사의 우려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조류들이 분산해서 서식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낙곡이 많고 넓은 농경지를 끼고 있는 커다란 저수지를 여러 군데 확보해 줘야 한다. 그리고 야생조류들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일정거리 안에는 가금류 사육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공장식 집단 사육방식을 ▲개체간 충분한 공간 확보유지 ▲사육면적 허가제 ▲사육 개체수 조절 등 동물복지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밀식방식으로 집단사육을 하다보면 병에 저항하는 능력과 자가 치유 능력이 떨어지고 개체간 독감변종이 더 급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식 사육 가금류에서 치명적인 조류도감이 발생해서 야생조류에게 옮길 수 있고, 야생조류에게 조류독감이 발생해 가금류에게 전파됐을 때 병의 저항력이 약한 가금류가 집단 폐사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금류가 스스로 병원균에 저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육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당국이 면밀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야생조류들이 죽었을 때는 어떤 원인에 의해 죽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방제복을 착용한 일부 전문가만 현장에 접근해야 한다. 이외의 사람들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치명적이고 전파성이 강한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걸려 죽었을 경우 다른 지역으로 전파의 우려도 있고, 폐사한 인근 가금류 축사장에서 조류독감 ‘H5N8′이 이곳 자연서식지로 전파돼 야생조류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8일 방송인터뷰를 하러 현장에 갔을 때 ‘출입금지’ 간판만 있었을 뿐 통제하는 사람은 없었다(이후 21일 방문했을 땐 통제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소독약품을 뿌리는 분무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더욱이 방송기자의 말에 의하면, 취재 현장에 행정공무원, 경찰, 방송취재기자, 조류보호단체 관계자 등이 방진복도 입지 않은 채 몰려 있었단다.

조류들의 집단 서식지에 사람이 몰리고 취재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다 보면, 나머지 조류들이 편히 쉬지 못한다. 거기다 한 방송사가 헬기까지 띄워 접근하는 바람에 새들이 많은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혹 병에 걸린 조류라면 저항력이 더 약해져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고, 위협을 느껴 서식지라도 옮길 시에는 전국적으로 병이 전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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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창오리들의 군무 ⓒ 주용기

 

새들은 이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죽은 새와 같은 종, 특히 집단폐사가 우려되는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가 주로 서식지로 이용하는 금강호, 해남지역의 영암호와 고천암호, 금호호, 천수만 간월호, 주남저수지 등을 모니터링 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창오리는 하루만에도 이들 지역을 오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지난해 말부터 이 지역들의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함께 개체수 확인과 서식지 및 주변 농경지 상황을 조사했다. 21일, 긴급하게 각 지역 모니터링 전문가들에게 전화연락을 해 23일부터 더 주의 깊게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가창오리의 먹이가 많이 줄어들고 서식지 주변 교란행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생존이 우려됐다. 이 우려는, 가창오리가 2012년 5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에서 제외돼 버리면서 더욱 커졌다.

먹이 부족한 상황… 서식지 보호 등 관리대책 마련해야
가창오리 무리들은 이번 겨울철이 시작되는 지난해 11월초 전후로 천수만과 금강호를 들르지 않고 지난해에 이어 곧바로 해남의 영암호로 이동했다. 영암호에서 11월 30일 조사한 결과 대략 40만 마리가 확인됐고, 12월 31일에는 이들 중 절반이 북상을 해서 고창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서 각각 10만여 마리가 관찰되었다. 그리고 동림저수지에서 1월 6일에 20만마리까지 증가하였다. 1월 5일에는 금강호에서 15만 마리가 관찰되었다.

전반적으로 먹이가 부족한 상황이라 병에 쉽게 걸리거나 굶주려 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번식지로 이동한다 해도, 영양 부실로 번식에 실패하는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가창오리를 다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종 및 서식지의 보호와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폐사한 종과 개체수, 폐사원인에 대해서 명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선 추측성 기자회견과 보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1월 18일 밤 농림축산식품부가 긴급브리핑을 하면서 배포한 자료에 “18일, 고창 동림저수지(오리 농장과 10km)에서 철새 천여마리 떼죽음. 겨울 철새 10만여 마리 찾는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동림저수지 현장에서 걷어낸 폐사체는 1월 17일 27마리, 1월 18일 62마리, 1월19일 9마리 등 총 98마리였다.

농식품부는 “철새가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면 전남북뿐만 아니라 충청이나 다른 지역 즉 철새 이동경로에 있는 곳도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보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시기다, 현재 철새들이 발생하는 지역들이 전북 해안가인데 그 철새들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어느 기자가 “철새 이동 경로 파악 못했나? 설명해 달라”고 묻자 “가창오리가 남북으로 이동하는 그런 때다, 날씨가 추워지면 남쪽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서남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그럼 충청 지나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전북 해안을 타고 들어와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거다, 추우니까”라고 답했다.

하지만 20일 전부터 조사한 결과, 가창오리는 이미 지난해 11월말에 해남 염암호에 40여만 마리가 있었고, 지난해 12월말에는 이들의 일부가 북상해 동림저수지와 금강호로 각각 10여만 마리씩 이동했다. 그 이후에는 하루 간격을 두고 동림저수지와 금강호를 오갔다. 따라서 남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북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 가창오리들의 서식지 모두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통제만이 더 이상의 피해 확대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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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용기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림저수지에서 건져낸 가창오리 폐사체에서 H5N8형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지만 가창오리가 먼저 조류인플루엔자(H5N8)에 감염된 후 가금류에 옮겼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만약 가창오리가 번식지에서 감염되어 우리나라까지 이동해 왔다면, 2013년 10월말부터 관찰되기 시작해서 최대 40만 마리까지 늘어난 후 지금까지 최소 2만 마리가 머무르고 있는 해남 영암호에서는 왜 죽은 가창오리 사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따라서 가창오리가 가금류에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겼는지, 아니면 가금류가 가창오리 등 야생조류에게 옮겼는지 아직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가 감염되어 죽을 정도는 아닌 상태로 보균자로 있다가, 가창오리에 전파된 걸 수도 있다. 감염에 취약한 가창오리 100여 마리가 동림저수지에서 죽은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죽은 가창오리는 다른 야생조류나 가금류로부터 감염된 피해자일 수 있다. 따라서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전자 검사 등 명확하고 심도 있는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을 공식발표했으면 한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만이 아니라, 조류를 담당하는 환경부(산하 국립생물자원관)와 협력해서 공동발표를 하고, 외부 모니터링 전문가들과 연계해서 관련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확산에 대한 대책을 새워야 한다. 조사지역을 방문해 모니터링할 때 방진복 착용, 소독제 사용 등 조사자가 갖추어야 할 매뉴얼도 제시했으면 한다.

특히 중요한 건, 전문인력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하는 것이다. 잘 쉬고, 잘 먹어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통제에 따라 주는 것이 새를 사랑하는 마음이며, 더 이상의 피해확대를 막는 길임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전 전북환경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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