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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광풍에 내몰린 북국의 얼음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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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동토의 땅, 그린란드. 80퍼센트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대에 살고 있는 5만7000의 인구 대부분은 사냥과 목축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이누이트’들이다. 지구온난화로 해빙 면적이 확대되자 그린란드는 순식간에 자원개발의 유혹에 휩싸였다. 희귀 광물인 희토류뿐만이 아니다.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이 차가운 그린란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발 해제되는 금단의 땅

300년 동안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던 그린란드는 2009년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외교, 국방, 치안은 계속 덴마크가 맡고 그 밖의 내정문제에서는 그린란드의 독립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쪽 국가’ 그린란드는 정부 재정의 50퍼센트 가량을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산업인 어업의 주요한 교역 대상 역시 덴마크다.

그린란드는 석유, 석탄, 가스의 풍부한 매장량과 더불어 여러 광물 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리적 고립과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개발이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24일 그린란드 정부와 의회는 대규모 자원 개발을 허가하는 한편 1988년부터 이어져 온 우라늄과 희토류 개발 금지를 해제하기로 했다.

알레카 하몬드(Aleqa Hammond) 그린란드 총리는 “이제 우라늄 개발에 대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철회할 때가 됐다”며 자원개발을 통한 국가의 자립 의지를 확고히 했다. 무관용 원칙이란 ‘사소한 위법 행위도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금지하고 처벌한다’는 것으로 그린란드 환경보호 정책의 근간이 되어 왔다.

그린란드의 우라늄 개발 금지 해제는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단행됐다. 그린란드 환경단체인 아바탁(Avataq)은 덴마크 환경단체인 지구의벗 덴마크 노아(NOAH) 및 덴마크 생태회(Danish Ecological Council)와 손잡고 그린란드와 덴마크 정부에 우라늄 무관용 정책을 철회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2013년 4월 26일 환경연합을 비롯한 세계 27개국 48개 환경단체도 공동 성명서를 내어 핵에너지를 확산시키고 극지환경을 오염시킬 그린란드 우라늄 개발이 희토류 개발과 혼재되는 것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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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 우려돼

규제가 풀리자 국제시장은 그린란드 자원개발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호주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쿠아네르수이트(Kuannersuit) 사업이다. 호주 광산 기업 GMEL(Greenland Minerals and Energy Limited)은 그린란드 남부인 쿠아네르수이트에서 본격적인 우라늄 개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으며 내년 초부터 채굴에 들어갈 전망이다.

쿠아네르수이트에는 희토류 1000만 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 수요의 20~25퍼센트인 연간 4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한편 쿠아네르수이트에는 우라늄 26만 톤이 매장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우라늄을 수출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우라늄이 채굴되면 우선 광석으로부터 우라늄을 추출하는 데 필수적인 상당량의 황산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토륨, 라듐, 라돈, 폴로늄 등 우라늄 채광 과정에서 노출될 방사성 물질의 해악으로부터 도망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과학아카데미는 2011년 현재 ‘우라늄 광산에서 나온 방사성 잔여물을 장기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증명된 기술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쿠아네르수이트는 200만 톤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토륨 저장고로 알려져 있다. GMEL이 추출할 계획이 없는 이 토륨 역시 우라늄 채광 과정에서 나와 광물 잔재들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한편 사업이 진행되면 쿠아네르수이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우라늄 노천 광산이 될 것이다. 광물 잔재들에 있는 방사성 물질은 씻겨 토양과 해양에 흡수될 수 있다. 그린란드 해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서 대서양 북부 생태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에 얽히는 방식으로 관여되면 동물과 사람에 질병과 유전자 변이 등의 영향이 우려된다.

지난 4월 26일 네덜란드 기업(Ceedata Consultants)의 에너지 전문가 얀(Jan Willem Storm van Leeuwen) 씨가 내놓은 보고서는 쿠아네르수이트 사업이 공공 보건과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우라늄 광산의 분진이 수분 내에 거주 지역에 다다를 것과 채광 잔여물 저장시설 및 정제소에서 비롯될 환경오염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덴마크 기관인 ‘지속가능한에너지(Sustainable Energy)’의 한스(Hans Pedersen) 씨는 “우라늄 광산 아래쪽에 위치한 거주지, 나르삭(Narsaq)에 대한 악영향이 염려된다”며 “리쇠국립연구소(Risoe National Laboratory)가 추산한 방사성 분진의 양이 매년 1000톤 가까이 되는데 이것이 극풍을 통해 나르삭 너머까지 가게 되면 양치기와 작물재배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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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개발인가

한편 사업 추진 주체인 GMEL이 발표해 온 사업지 정보는 광물등급 등 중요한 차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아네르수이트의 광석이 ‘강한 광물’에 속하는 까닭에 우라늄 추출을 위해서는 보통의 광석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화학물질이 필요한데도 사측이 이런 비효율성 공개를 꺼린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안(Christian Ege) 덴마크 생태회 국장은 “이 사업은 낮은 등급의 우라늄 광석으로 인해 광산의 에너지 소모가 매우 높을 것”이라며 “쿠아네르수이트에서의 우라늄 생산과 해당 우라늄을 이용한 핵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를 잡아 먹는) ‘에너지 하수원(energy sink)’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의 바로미터인 극지 환경조차 개발 광풍에 내몰려 있다. 그린란드의 진정한 자립은 자국의 환경을 아끼고 사람들의 삶을 살피는 가운데 찾아올 것이다.

 

※ 글 : 김현지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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