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깨끗한 식수 위한 남미 국가들의 권리 찾기

 

깨끗한 식수 위한 남미 국가들의 권리 찾기 1

▲물은 인간의 기본 권리다 ⓒAySA

세계 물의 날’이었던 지난 3월 22일 시작된 지구의벗 우루과이와 지구의벗 팔레스타인의 연대 활동이 아흐레 동안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Montevideo)에서 진행됐다. 이스라엘의 국영 식수회사 메코로트(Mekorot)가 팔레스타인 영역의 물을 전용함으로써 팔레스타인 국민의 물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을 비난하는 연대였다.

중동에 위치한 팔레스타인의 수자원 정의를 멀리 남미 우루과이에서 외칠 수 있었던 까닭은 최근 남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물에 대한 권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에서는 농업기업의 수익에만 치중한 나머지 농약과 비료의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중요 수원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고, 우루과이와 인접한 국가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수도 회사를 민영화했다가 문제가 심각해지자 다시 정부 관리 방침으로 돌렸다가 다국적기업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소송에 휘말렸다. 현재 두 나라 모두 기업의 수익성 논리가 물에 대한 인간의 기본권을 위협하고 있는 형세다.

 

농약으로 오염된 우루과이의 식수

10년 전인 2004년 10월 31일 우루과이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우루과이 헌법에 물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명시하는 데 성공했다. 식수와 위생 서비스가 국가에 의해 제공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통해 물의 공공성을 지키면서 책임감 있는 물 관리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헌법 개혁은 수자원 법(Water Law)에 대한 승인을 이끌어냈다. 수자원 법은 우루과이 물 관리 정책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확립하고 이들의 이행에 필요한 장치를 강조했다. 법에는 유역 관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유역 관리가 지속가능하도록 시민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됐다. 지구의벗 우루과이인 REDES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물과 삶 옹호 위원회>(CNDAV)가 법 기안 과정에 참여하며 이뤄낸 쾌거였다.

그러나 역사적 승리 10년 만에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흔들리고 있다. 콩과 나무 플랜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농업 회사들이 급속히 팽창하며 우루과이 영토의 11.3퍼센트에 해당하는 2만 제곱킬로미터의 땅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회사가 사용하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의 질을 위태롭게 하고 물을 많이 소모하는 나무 플랜테이션은 물의 절대량을 앗아가고 있다.

특히 콩 경작은 농약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다. 콩 재배에 사용되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수입량은 2000년 150만 리터에서 2010년 1230만 리터로 치솟았다. 스톡홀름협약 상 규제 물질인 살충제, 엔도설판(Endosulfan) 수입은 2000년 5300리터에서 2008년 27만 리터까지 높아졌다가 정부 방침에 따라 2010년 10만3000리터로 감소했다. 스톡홀름협약은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어 면역체계를 교란하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에 대한 국제적 규제다. 한편 우리나라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는 항공방역에 사용하는 살충제로 수입량이 2000년 3만2000킬로그램에서 2010년 73만1000킬로그램으로 늘었다.

우루과이 국민의 60퍼센트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산타루치아(Santa Lucia) 강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오염되었다. 지난해 5월 우루과이의 한 대학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강 오염을 유발한 원인의 80퍼센트가 농업활동 탓이었고 20퍼센트가 도시의 폐수•오수 때문이었다. 한편 우루과이 내 국립공원 유역에서 수행한 조사에서는 흙과 집단 폐사한 벌, 물고기 등에서 다량의 엔도설판, 글리포세이트, AMPA(글리포세이트의 파생물질)가 검출되었다. 인근에서 살충제와 제초제가 분사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농약 잔여물이 나오고 있었다.

2013년 3월에는 몬테비데오와 대도시 상당 지역에서 물에서 악취가 난다고 보도되었다. 이 사건은 대규모 농업 산업이 물에서 녹조와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촉진시킨다는 추론을 가능케 했다. 농약이 물에 흘러들어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온 지역 주민들은 농업기업의 항공방역에 대한 정식 고소 절차를 밟고 있다. <물과 삶 옹호 위원회> 역시 우루과이 정부 당국에 핵심 수역에 긴급한 조치를 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깨끗한 식수 위한 남미 국가들의 권리 찾기 2

▲ 국민의 권리와 삶에 직결되는 공공서비스는 경제성의 논리 너머의 영역이다 ⓒAySA

 

아르헨티나의 물 민영화

아르헨티나는 수익성에 기초한 물 민영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험했다. 아르헨티나의 공공 수도회사 오브라스 사니타리아스(Obras Sanitarias)는 1993년 민영화되어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기업이 대주주인 아구아스 아르헨티나(Aguas Argentinas)로 변모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수도 요금은 오브라스에 비해 175퍼센트에서 475퍼센트까지 상승했고, 위생에 대한 회사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체에서 물 위생 문제가 발생했다. 우물에서 총대장균군이 발견되는가 하면 6세 미만 아동에게 혈색소혈증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질산염도 발견되었다.

한편 민영화된 아구아스는 구매력이 약한 가난한 지역에는 사업 확장을 피하는 등 물 공급 및 위생 서비스에 차별을 뒀다. 또한 불균등한 물의 공급은 공급지 지하수면을 올리게 되어 하수 시스템을 마비시켰고, 이로 인해 로마스 데 사모라(Lomas de Zamora)와 라누스(Lanus) 등 다수 이웃지역에 홍수를 유발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네스토르 키르치네르(Nestor Kirchner)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06년 3월 약속된 투자와 서비스 질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칙령을 발행해 아구아스와의 계약을 무효화 했다. 물론 기업 측은 가만있지 않았다. 2006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아구아스에 부과한 벌금 총액은 250만 달러였지만 프랑스 수에즈 등 아구아스 이해관계자가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를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에 제기한 소송은 18억 달러에 달했다. 이들은 2001~2002년 통화가치 절하로 인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계약 위반 혐의를 주장했다.

2006년 아구아스를 대신할 새로운 회사(AySA) 설립에 대한 아르헨티나 의회의 결론은 민영화 축소였다. 90퍼센트의 주식은 양도할 수 없게 국가가 소유하고 나머지 10퍼센트는 근로자에게 할당한다는 것이었다. 새롭게 탄생한 AySA의 비전은 ‘해당 지역에서 2018년까지 사회적 형평성을 생각해가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수와 배수 서비스를 100퍼센트 책임진다’는 것이다.

 

기본 권리 지켜야

깨끗한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물에 대한 권리는 인간을 위해서든 혹은 자연을 위해서든 결코 포기될 수 없다. 인류 사회는 이미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었고 교훈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앞으로는 기업의 경제성과 수익성 앞에 물에 대한 권리가 사실상 간과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글 : 김현지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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