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중요한 생태축이 된 독일의 DMZ, 그뤼네스반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철의 장막을 걷어내고 녹색생명의 띠를 그리다.
독일 그뤼네스반트(Grünes Band) 운동의 경험을 통해서 DMZ의 생명과 희망을 이야기하다.

같은 공기와 같은 강물을 마시고 있었지만 두껍게 드리워진 ‘철의 장막’은 가족과 친구들을 갈라놓았다.

그리고 40년이 흘렀다.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던 죽음의 장막 아래에서 녹색희망이 자라고 있었다. 그 희망의 씨앗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시민들이였다. 독일 최대 환경단체이자 환경연합과 같은 지구의 벗인 분트(BUND)가 바로 그들이다. 분트는 독일 통일 이전부터 야생조류와 생물조사를 진행하면서 ‘철의 장막’이 독일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생태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분트 바이에른 주 사무소와 회원들이 했다. 현장조사, 모금활동과 시민홍보를 통해서 분트는 철의 장막이 녹색생명의 띠로 변화했음을 널리 알렸고 그 꿈은 유럽 전체로 확대되어 2003년 유럽그린벨트 협력사업이 시작되었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각종 DMZ 관련 행사가 이어지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DMZ을 세계생명평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나오는 지금, 환경연합은 독일 시민단체의 경험을 듣고 진정한 DMZ 보호를 위해 한국의 환경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중요한 생태축이 된 독일의 DMZ  그뤼네스반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1

2013년 7월 환경부, 경기도 등이 주최한 DMZ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분트 그뤼네스반트(Grünes Band) 사업 담당국장 Liana Geidezis 박사에게 이번이 첫 번째 한국 방문이다. 두 개의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고, DMZ 일원을 현장투어 하는 빡빡한 일정에서도 같은 지구의 벗인 환경운동연합을 꼭 방문하고 싶었다는 Liana 박사의 첫 번째 질문은 “왜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정부기관 등과 함께 DMZ 보호운동에 참여하지 않는지?”였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와 함께 시민단체들이 그뤼네스반트 보전을 위해 한 목소리로 움직이고 있는 독일의 경험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DMZ 보호조직을 구성하고 활동하는 데 주요한 시민환경단체들이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Liana 박사는 같은 정부관계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정부관계자들은 한국 환경단체와 공동협력 경험도 부족하고, 환경단체의 역량이 충분히 크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뤼네스반트? 그린벨트?
그 뤼네스반트(Grünes Band)는 독일어로 ‘녹색 띠’라는 의미이다. 영어권에서는 단어 그대로 번역하여 ‘Green Belt’(그린벨트)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 주변 녹지공간을 보존하기 위해 법적으로 개발이 제한되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와 연관성이 없다. 국내에서 그린벨트는 개발제한구역의 의미로 이미 널리쓰이고 있어 독일어 명칭 그대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독일어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해당하는 용어는 ‘Grüngürtel’ 이다

<출처 : 심숙경, 통일 독일의 그뤼네스반트 토지문제 해결과정이 DMZ에 주는 교훈>

중요한 생태축이 된 독일의 DMZ  그뤼네스반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 그뤼네스반트 로고

 

간담회에 참석한 습지DMZ위원회 박종학 위원(환경연합 기획위원)은 정부주도 사업의 한계에 대해서 지적했다. 특히 4대강사업 추진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자연환경국민신탁 같은 조직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도완 정책위원장(환경사회연구소장)은 “1990년 대 이후 정부와 환경단체 간의 거버넌스가 성장하고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사업 같은 대형 생태계파괴사업 등으로 정부와 신뢰, 협력이 끊어졌다”며 자연보호활동 등 새로운 거버넌스를 위한 활동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독일 그뤼네스반트 보전에 대해 박사논문을 쓰고 이번 간담회를 조직한 심숙경 정책위원(녹색당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조직이 DMZ 보호와 비전 등을 이야기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는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계획의 이행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참여와 동참만이 실질적인 DMZ 보호운동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Liana 박사는 DMZ 보호와 한국 환경단체들과 정부의 불신이 맞물려있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는 개기가 되었다면서 “독일 분트 역시 핵발전, 유전자조작, 재생가능에너지 등에서는 정부와 강력하게 투쟁하지만 그뤼네스반트를 보전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함께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생태축이 된 독일의 DMZ  그뤼네스반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3

▲ 동서독 국경을 따라 형성된 그뤼네스반트 <출처 : 심숙경, 통일 독일의 그뤼네스반트 토지문제 해결과정이 DMZ에 주는 교훈>

그뤼네스반트 보전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묻는 질문에 Liana 박사는 전략적 사업 3가지를 소개했다. 분트는 개인들의 기부로 그린벨트 사유지 매입과 홍보 등을  마련하기 위해 초록주식(상징적인 주식인 기부증서) 모금사업을 진행한다. 1998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까지 매년 50만 유로(약 7억 5천만 원)를 모금하고 있으며 그동안 총 약 700 헥타르 사유지를 매입하여 보전, 관리하고 있다. 65유로를 내는 개인들에게 상징적 소유를 뜻하는 증서와 함께 현장투어 등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생태축이 된 독일의 DMZ  그뤼네스반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4
▲ 초록주식 증권(기부증서) ⓒ심숙경, BUND

분트의 두 번째 주요 사업은 정치적 로비이다. 우리나라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지만 주정부, 연방정부, 또 유럽연합의 관련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시민들의 뜻을 전달하고 그것을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인 것이다. Liana 박사는 “분트가 초기에 그린벨트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호하자고 했을 때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총 연장 1,393km에 폭 50~200m의 그뤼네스반트가 폭이 좁아 생태적 가치가 높지 않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독일의 유일한 생태네트워크로서 그뤼네스반트의 가치와 의의를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2001년 연방정부는 그뤼네스반트 전체 서식지 현황 조사 후원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정당과 정부가 그뤼네스반트 보전에 동참한다”고 했다.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 성과를 일군 분트와 독일시민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진다.

분트의 세 번째 전략적 사업은 연방정부와 함께 그뤼네스반트 보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뤼네스반트에는 국립공원 1곳, 생물권보호지역 3곳을 비롯하여 총 150개의 크고 작은 보호지역이 포함되거나 인접해 있는데, 주요 지역의 생물상을 조사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관광 사업을 추진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시민들에게 그뤼네스반트의 생태 및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뤼네스반트와 우리의 DMZ는 ‘살아있는 기념물(Lebendiges Mahnmal)’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생태축이 된 독일의 DMZ  그뤼네스반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5

그림 5. 하늘에서 바라본 Harz산 근처 그뤼네스반트(출처 : www.bund.net)

 
2000년초 독일의 사회민주당(SPD)-녹색당 연정체제와 같은 정치적 환경이 그뤼네스반트 보전에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Liana 박사는 진보냐 보수냐에 상관없이 모든 정당들이 그뤼네스반트 보전에 공감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금년 10월에 치러질 총선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그뤼네스반트 보전 정책을 확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분단시절 그뤼네스반트에 매설되어 있던 지뢰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분단시절 약 1백만 개 지뢰가 매설되었는데 1987년 동서독 정부 협상에 의해 일차로 제거하였고 통일 이후 대부분 제거했지만 미처 제거하지 못한 것들이 약 15,000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워낙 오래되어서 폭발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독일의 경우 지뢰 매설지도가 있었기에 제거가 용이했다는 점에서 한국 DMZ 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철의 장막이 그뤼네스반트(녹색띠)로 이름을 바꿔 부른 것처럼 권위적이고 냉전체계의 상징과도 같은 DMZ를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자는 백명수 부소장(시민환경연구소) 제안에 대해서 간담회 참가자 모두 공감했다. Liana 박사는 분트와 독일 환경단체들은 그뤼네스반트 이름과 함께 로고도 만들어 홍보하면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경험을 들려주면서 한국의 DMZ 역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적극 동의했다.
국 조직으로서 48만 명이 넘는 회원과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분트의 힘, 아니 독일 시민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간담회였다. 특히 Liana 박사가 속한 바이에른주 지역조직은 10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단체다. 염형철 사무총장은 환경운동연합과 분트가 서로의 경험을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DMZ의 생태를 지키고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활동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Liana 박사는 그뤼네스반트, DMZ 보전을 위해 민간단체 간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길 필요가 있다며 상호방문 등의 협력활동을 희망했다. 우리에게는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와 바이에른 뮌헨 축구단으로 알려진 바이에른 주 시민들이 자연과 환경을 아끼고 보존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단과 냉전의 상처를 녹색생명의 띠로 바꿔내는 상상력과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의 힘으로 주민과 함께 반드시 성과를 만들어내는 독일인의 철저함이 DMZ의 생태를 보전하면서 생명평화의 공간으로 전환해야할 한국 시민과 환경단체, 그리고 정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글: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admin

생태보전 활동소식의 최신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