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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투기 자전거캠페인] 한국판 이따이이따이병 ‘온산병’,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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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투기 반대 자전거 캠페인 11일차. 오늘은 울산에서 포항까지 가는 일정이다.

공업의 도시 울산에는 산업폐기물을 해양투기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삼성정밀화학, 금호석유화학, SK케미칼, 한국제지, 효성, LG하우시스, 한화케미칼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바다에 그대로 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 많은 기업들 중 어느 곳을 찾아가 항의하고 기자회견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림P&P라는 국내 최대의 폐수오니(찌꺼기) 해양투기 업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의 재료인 펄프와 종이 완제품 등을 생산하는 무림은 지난 2년간 21만6500톤이 넘는 폐수오니를 바다에 버렸다. 울산지역 해양투기 기업 2위부터 10위까지 합한 양보다 많으며, 대한민국 전체 폐수오니 해양투기 1/8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마침 무림P&P 공장이 위치한 온산공단 근처에 바다위원회 위원인 울산환경운동연합 김장용 의장의 집이 있어 그곳에서 1박 하고 아침에 온산공단으로 출발했다. 오랜만에 손빨래 대신 세탁기로 빨래하고 아침으로 고봉밥까지 한 그릇 가득 얻어먹으니 벌써 집에 온 듯 배가 부르고 마음이 편하다.

온산공단은 80년대 한국 공해문제의 시발점인 ‘온산병’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곳이다. 온산병은 공장들이 하천에 버린 온갖 중금속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산물이 오염되고, 그것을 모른 채 지하수와 수산물을 먹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본의 이따이이따이병과 유사한 증세를 보였던 것을 말한다. 결국 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그 온산공단 한 가운데에 있는 무림P&P가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산업폐수 슬러지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온산병 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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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P&P 공장 정문 모습. 비오는 날에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도록 열심히 공장을 돌리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좋지만 본인들의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공용의 바다에 버려선 곤란하다.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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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투기 반대 기자회견 모습. 기자회견 직전, 남부지방에 2달 동안 안 내리던 단비가 내렸다. ⓒ이상범

 여러 방송국과 신문 기자들이 취재하는 가운데 산업폐기물 해양투기 반대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무림에서 나온 직원분에게 해양투기에 관한 질의서가 담긴 공문을 전달했다. 무림 직원은 자신들이 펄프 공장임을 강조하면서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펄프공장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왜 무림만 매년 엄청난 양의 해양투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용 절감을 위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한국 산업의 특수성이라는 말인가? 미안하지만, 한국은 더 이상 그런 후진국이 아니다. 무림은 선진국 수준에 맞는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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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으로 가는 길, 울산지역 해양투기 7위 한국제지 공장 앞에서 피케팅을 했다.

 한국제지는 작년에 해양투기량을 무려 139%나 늘렸다.ⓒ이상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항으로 가는 길은 시간이 빠듯했다. 오후 6시에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홍게를 잡는 강구 어촌계와 간담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게는 해양투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산물이다.

 

지난 2005년, 동해 수심 2000m에서 잡아 올린 게딱지에서 돼지 털과 사람 머리카락이 나와 사람들을 경악케 한 일이 있었다. 축산 분뇨 등 온갖 쓰레기를 바다에 갖다 버린 결과였다. 당시 홍게 속살 가공품의 해외 수출이 6개월간 중단 되었으며, 해당 수역의 홍게 조업권이 소멸되기도 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해양투기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경북 현지 어민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어 보고 싶었다.

 

겨우 시간에 맞춰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 도착하니 여기저기 현수막이 붙어 있고, 꽤 그럴싸하게 사무실을 꾸며놓았다. 이제 강구 어민들만 오면 될 터.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어민들은 감감 무소식이다. 전화 연락은 닿지 않고 결국 30분이 넘도록 어민들이 오지 않자 간담회를 취소하고 환경운동연합 식구들끼리 해양투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간담회를 준비한 포항환경연합 정침귀 국장님 판단으로는 아마 이곳이 산업계의 입김이 굉장히 센 포항인데다 해양수산부와 정면으로 맞서는 캠페인이기 때문에 어민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어민들이 해양수산부에 밉보여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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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해양투기 연장 정책에 대한 대책회의 중 ⓒ이상범

 

하지만 산업폐기물의 해양투기는 어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본의 이따이이따이 병도, 울산 온산공단의 온산병도, 체르노빌의 방사능 피폭도 모두 먹는 것이 오염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재난이었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것으로 구성된다. 지금도 해양투기로 인해 바다 수산물들은 중금속에 오염되고 있고, 우리는 먹지 않아도 될 중금속을 조금씩 더 먹고 있다. 당장 죽진 않는다지만, 누가 자신의 입속에 중금속이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 할까?

 

그런 의미에서, 해양투기 연장을 막는 일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그에 비해 해양투기 2년 연장은 일부 업계의 비용 절감을 위한 일이다. 무엇이 더 옳은 선택인지는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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