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해양투기 자전거캠페인] 출장 자전거 가게 아저씨… 생명의 은인입니다

 

[8일차, 진주-함안]

산업폐기물 해양투기 반대 전국 자전거 캠페인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 코스인 진주에서 함안까지는 40km 남짓. 천천히 쉬어가는 하루가 될 것 같다. 오랜만에 푹 자고 진주 남강에 자리 잡은 숙소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식당을 찾다가 어젯밤 인터넷으로 확인한 기사가 생각나 신문 가게로 들어갔다.

한 주요 일간지에 산업폐기물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사설과 내가 쓴 해양투기 반대 기고문이 실려 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방문하는 일이 헛수고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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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시외버스터미널 신문 가판대에서.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사설과 기고문이 실린 일간지 3부를 샀다ⓒ김영환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함안으로 출발. 진주 상평동을 지나는데 저 멀리 외벽에 ‘무림제지’라고 크게 써있는 공장이 보인다. 무림은 펄프와 종이를 만드는 회사로 특히 울산 온산공단에 있는 ‘무림P&P 공장’은 전 세계에서 하수 슬러지(찌꺼기)를 가장 많이 해양투기하는 공장이다. 그래서 울산 기자회견과 캠페인은 무림 공장 앞에서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지난 2년간 울산 지역의 폐기물 해양투기 기업 중 2등부터 10등까지 다 합쳐도 무림 공장 하나가 훨씬 더 많이 버렸다. ‘네 이놈 무림, 울산에서 다시 보자’ 다짐하며 진주 시내를 벗어났다.

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를 피해 꼬불꼬불 산을 넘어가는 작은 길을 택했다. 40km쯤이야 쉬면서 가면 된다는 배짱으로 언덕길을 달리는데, 거리가 짧다고 쉬운 것은 아니었다. 요 며칠 따라오는 지원 차량에 15kg이 넘는 짐을 싣고 자전거만 타다가 다시 짐을 얹은 자전거를 타니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그런데 갑자기 뒷바퀴가 휘청거린다. 또 펑크가 났다. 땡볕 아래 자전거를 질질 끌고 그늘로 가 자전거를 고쳤다. 무거운 짐에 끝없는 언덕에 펑크까지. 함안 가는 길은 정말 ‘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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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라는 살은 안 빠지고 바퀴 바람만 자꾸 빠진다. 아, 너란 자전거, 나쁜 자전거. ⓒ최예용

 

[9일차, 함안-창원-부산]

 

함안에서 숙박하고 창원을 지나 부산 을숙도까지 가는 일정. 창원에선 10시 30분에 해양투기 기업 MH에탄올과 하이트맥주 앞에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다. MH에탄올은 ‘좋은데이’로 경남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무학소주에 원료를 공급하는 회사이고 하이트는 맥주 제조회사다. 함안에서 25km 정도만 가면 바로 창원이지만 기자회견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출발했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의장님이 함안까지 마중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탔다.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를 준비한 의장님은 자동차로 미리 답사도 하였고, 언덕 2개만 넘으면 바로 창원이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의장님은 아직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자동차로 답사할 땐 언덕을 ’2개만’ 넘으면 되지만, 자전거로 갈 땐 언덕을 ’2개나’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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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가는 길과 자전거로 가는 길은 다르다.

언덕에서 열심히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중인 박종권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과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김영환

 

MH에탄올 앞에 도착하니 창원물생명시민연대와 마산 YMCA, 마창진환경연합 식구들이 기자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온 박종권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은 마이크를 잡고 “저는 무학 소주를 좋아합니다. 1년에 100병은 마시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무학 소주를 애용할 것입니다. 그러니 무학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그만하고, 경남지역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은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몇 년 전부터 술을 끊었다는 배종혁 공동의장은 “무학소주 절대 안 된다!”라고 외쳐 진지한 기자회견장에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어쨌든 무학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남지역 주민의 사랑을 계속 받으려면 경남지역 바다를 오염시키는 해양투기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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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투기 기업 MH에탄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소주공장, 맥주공장 물좋다고 광고하더니 쓰레기는 몽땅 바다에! 해양투기 그만하자’ ⓒ 전홍표

 

기자회견 후 하이트맥주 마산공장 앞에서 해양투기 반대 피케팅을 하고 부산 을숙도로 향했다. 부산환경연합 김준열 활동가가 자전거를 타고 부산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창원 시내를 가로질러 가다가 브레이크가 바퀴에 닿아 자꾸 소리가 나는 것이 거슬려 가까운 자전거 가게로 들어가 자전거를 맡겼다. 무표정한 가게 주인아저씨는 드라이버로 뭔가를 풀었다 조였다가 하더니 10초 만에 ‘다 됐어요. 그냥 가세요’라고 말한다.

 

이 분, 장사하는 분이 아니라 뭔가 장인의 느낌이 난다. 인심 좋은 아저씨 가게에서 공기까지 빵빵하게 다시 넣고 창원터널까지 갔다. 저 터널만 지나면 부산이 코앞이다. 그런데 그때 앞서 가던 최예용 부위원장의 체인이 ‘텅!’하고 끊어져 버렸다. 터널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아까 그 자전거 가게가 생각이나 급하게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아까 자전거 고치고 갔던 사람인데요. 혹시 창원터널 앞까지 출장은 안 되시나요?”
“방법이 없으면 가야죠. 뭐. 기다리세요.”

 

잠시 후 하얀 봉고차를 타고 자전거 가게 아저씨가 나타났다. 백마 탄 왕자급은 아니어도 낡고 하얀 봉고차가 뭔가 좀 더 순결해 보이고 고상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저씨는 자전거 체인을 들고 이리 저리 보더니 슥슥 또 30초 만에 체인을 다시 이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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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길에서 끊어져 버린 자전거 체인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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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장 수리 중.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김영환

 

자전거를 고치느라 당황하고 이리 저리 신경을 썼더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게다가 창원 터널은 길고 갓길이 좁아 자전거로 들어가면 분명히 살아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옆에 있는 불모산 터널은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자전거로 갈 수도 없는 상황. 한번 더 철판을 깔고 자전거 가게 아저씨에게 사례비를 드릴테니 터널 건너 을숙도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무례하게 부탁했다. 아저씨는 난처해 하시다가 또 다시 방법이 없으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자전거를 봉고차에 싣고 우리를 을숙도 입구까지 데려다 주셨다. 경남 MTB 가게 아저씨, 정말 생명의 은인이다.

 

을숙도에 도착하자 바다위원회 전시진 위원과 박다현 캠페이너가 우릴 기다리면서 내일 있을 송도해수욕장과 자갈치 시장 보트 액션을 위해 배를 정비하고 있었다. 자전거로 캠페인을 떠났는데 기차, 버스, 승용차, 트럭도 모자라 이제 배까지 탄다. 늠름한 그레이, 밍키, 제돌이 보트 3대를 보니 마음 든든했다. 내일 보트 액션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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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그레이 호, 무분별한 포경으로 지금은 동해에서 사라진 귀신고래(Gray Whale)에서 이름을 따왔다.

 녹조 때문에 을숙도 앞 낙동강물이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온통 초록색이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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