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수상작 ‘댐네이션’을 통해 본 4대강의 미래

 

박정희때 시작된 댐 광풍… 박 대통령 난감하겠네

[위기의 4대강, 어디로 가나③] 대형 댐 폐해 다룬 <댐네이션> 통해 본 4대강의 미래

4대강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큰빗이끼벌레와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4대강.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채, 환경오염, 예산 낭비 등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4대강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말]

“왔노라. 보았노라. 정복당했노라.”

1935년 9월 30일 미국의 제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완공을 앞둔 후버댐을 두고 위와 같이 말했다. 후버댐은 미국 애리조나와 네바다주 사이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 협곡을 막아 세운 것으로써 높이 221m, 넓이 379m, 저수용량 320억 톤의 아치형 구조로 돼 있다. 후버댐은 우리나라 소양강댐보다 91m 높고, 저수용량은 11배 많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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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의 자부심이었던 후버댐. 콜로라도강을 가로 막아 세운 후버댐은 자연 정복의 상징이었고, 이후 30년 동안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대형 댐 광풍을 일으켰다. 캡처한 화면. ⓒ 벤 나이트

 

그럼 정복당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루스벨트는 “우리 미국 국민은 미래를 보는 안목이 넓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모두가 이 댐의 위대함을 인정한다, 이것은 기술의 승리”라고 말했다. 후세 연구자는 후버댐이 자연을 압도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권능을 강조하도록 설계됐다고 분석한다. 즉 인간의 진화된 기술로써 자연을 정복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열린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국제환경영화경선 대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댐네이션 – 댐이 사라지면>(아래 댐네이션)은 한때 미국인들의 자부심이었던 댐이 왜 철거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댐네이션>을 공동으로 연출한 벤 나이트, 트래비스 러멜은 “댐과 수력 발전은 미국 역사상 중요했지만, 다른 자원 개발처럼 선을 넘어섰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인간 자연 정복의 상징이었던 대형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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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댐네이션? 댐이 사라지면>은 제11회 환경영화제 국제환경영화경선에서, 미국의 댐 역사와 댐 문제점, 댐이 해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풀어내 대상을 수상했다. ⓒ 댐네이션 포스터

1801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댐을 모두 합치면 7만5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서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 기준(높이 10~15m 이상 댐 중 길이 500m 이상, 저수용량 100만 톤 이상 등)에 의한 대형댐(Large Dam)은 5459개에 달한다. 후버댐은 이러한 대형 댐 광풍의 시작이었다.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2차 대전 당시 군수 산업을 가동시킨 에너지원이었다. 그러나 거대 댐의 결과로 생태계가 훼손됐고, 수량이 줄어들어 지역 간 물 분쟁으로 후버댐이 있는 콜로라도 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송이 걸려있는 강이 됐다. <댐네이션>에서는 댐으로 인한 이익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피해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댐 붕괴로 인해 수 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억 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되는 등 인명 및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댐으로 인해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라 불리는 비경이자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 문화를 간직한 그랜드 캐니언의 일부 구간이 사라졌다. 영화에서는 마치 ‘에덴동산이 수몰된 듯하다’고 표현된다.

또한 댐으로 인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그들이 신성시하던 연어마저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미국 오리건과 워싱턴주 사이 콜롬비아 강에 있는 셀릴로 폭포 주변에선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연어를 잡아 왔다. 이들이 사는 마을은 1만 년 동안 유지되면서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로 알려졌다. 그러나 댈리스 댐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처참해졌다. <댐네이션>에서 셀릴로 폭포가 수몰된 이후 상황을 증언하는 주민이 나온다.

“풍향이 바뀌었어요. 콜롬비아 강 수면이 평평해지면서, 수온도 달라져서 죽은 물이 돼 버렸어요. 물고기도 더 이상 그곳에서 살기 힘들어졌어요. 다 사라졌어요. 모든 걸 빼앗겼어요. 댐이 세워지면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됐죠. 우리가 기억하던 모습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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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셀릴로 폭포. 폭포에 기대어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터전이었던 셀릴로 폭포는 댈리스 댐으로 수몰됐고, 그 때문에 1만년 동안 북미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도 사라졌다. 캡처한 화면. ⓒ 벤 나이트

 

대형 댐 정책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미국에서 이러한 댐 정책이 변화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댐과 같은 구조물로는 홍수 방어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터 정책이 변하기 시작했다. 1995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 연방개척국장은 “이제 댐의 시절은 끝났다”(The era of dams is over)고 선언할 정도였다.

 

미 연방개척국은 수자원 관리와 환경복원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전환의 배경에는 미국 내에서 더 이상 대형 댐을 지을 공간이 없어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댐이 들어설 수 있는 곳 대부분에 이미 댐이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댐 건설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후 미국은 댐 해체 시대에 돌입했다.

 

2013년 10월 7일자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2012년까지 모두 1100개의 댐이 철거됐다. 이 중 800개에 가까운 댐이 지난 20여년 동안 집중적으로 해체됐고, 2011년 한 해만 해도 63개의 댐이 철거됐다. 댐이 해체된 결정적 이유는 퇴적물이 쌓여 발전 등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안전성 미비로 유지비용이 많이 든 배경에 있었다. 즉, 경제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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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몰된 그랜드 캐년의 비경. 살아있는 지질학 박물관으로 불리는 그랜드 캐년의 일부 구간도 댐으로 수몰됐다. 캡처한 화면. ⓒ 벤 나이트

 

박정희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댐 광풍

 

더욱 중요한 흐름은 자유롭게 흐르는 강(Free River)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연어’이다. 몇 해 전 독일의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헤 대학)가 4대강 사업 조사 차 한국에 왔을 때, “연어는 단지 한 종이 아니라 자연성 회복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상징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댐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보다 자연성을 회복한 강이 더 큰 이익이라는 것이다.

 

<댐네이션>을 보면서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우리나라 상황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댐 정책 전환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댐 정책에 사용되던 예산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댐을 지을 공간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있더라고 효과 대비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나올 수 없었다.

 

우리나라 댐 광풍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박정희 정권에게 댐은 경제발전의 핵심 동력이었다. 1972년 11월 소양강댐 담수식에 참석한 박정희는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소양강댐을 두고 “인간이 대자연에 엄청난 도전을 해서, 인간의 의지로 자연을 극복하고 개가를 올린 산증거”라고 말한 바 있다. 역시나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었다.

 

이를 두고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대형 댐 정책은 박정희의 파괴적 물 정책을 대표 한다”며 “대중을 제외한 소수만의 과학주의, 국가주의, 지탱가능한 지역의 지식을 부정하고 지역주민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반과학적이면서 반민주적인 정책”이라 비판했다. 소양강댐에 대해서는 “무서운 개발독재 문제를 입증하는 산증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99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 댐은 대략 2만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이 만들어졌다. 대형 댐만 1200여 개가 넘는데, 단위 면적 당 댐 밀도로 치면 단연 세계 1위에 해당한다. 경북의 한 지역은 한 개 군에만 농업용 보를 포함한 크고 작은 1천 개의 댐이 밀집해 있다. 이러한 마구잡이식 댐 정책이 결정적 변화를 맞게 된 계기는 2000년 동강 댐 백지화였다.

 

세계적 흐름을 역행한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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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가 아니라 ‘댐’이다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 기준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 중 15개는 대형댐에 해당한다.

ⓒ 이철재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낸 동강 댐 백지화는 공급 위주 댐 정책의 대전환을 상징했다. 이전까지 댐 건설의 핵심적 논리였던 물 부족 논리에 대해서도 개발 부처인 건교부(현재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아래 수공)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건교부와 수공이 지난 2006년 발간한 ‘물의 미래’에서 ‘물 부족 국가’란 표현을 삭제했다는 점에서 확인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마찬가지로 댐 등 인공구조물로 홍수를 방어하는 것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했다. 2006년 발간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기본 취지도 홍수를 막아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댐과 제방 등과 같은 구조물적인 홍수 방어 대책보다, 홍수량 할당제, 홍수 예경보제 등 비구조물적 홍수 방어 대책에 중점을 뒀었다.

 

하천의 생태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부는 ‘친환경하천관리지침(2002년)’을 통해 준설이 하천 생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전국의 산재된 1만8000개의 보(댐) 가운에 매년 50~150개가 폐기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수가 남아 하천생태계 훼손하고 있다고 2006년 물환경관리기본계획에서 지적했을 정도였다. 비구조물적인 홍수방어대책, 즉 신개념 치수정책과 강에 생태적 물 환경 관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이러한 흐름을 뒤집었다. 4대강 사업을 위해 우리나라는 다시 물 부족국가가 되어야 했다. 멀쩡한 강은 물고기가 살지 않고,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썩은 강이 되어야 했다. 4대강 사업을 위해 97% 정비가 끝난 4대강 본류는 홍수에 취약한 지역이 되어야 했다. 또한 ‘고인물이 썩는다’라는 상식적 문제를 지적한 이들은 ‘불온세력, 종북세력’이 되어야 했다.

 

<댐네이션>에서도 댐의 치명적 문제를 지적하는 내부 고발자를 ‘공산주의자’로 모는 걸 보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댐마피아들의 생리는 비슷한 것 같다. 이러한 댐마피아들에 의한 4대강 사업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키면서 완공됐다. 그 결과가 16개 보로 상징되는데, 사실 ‘보’라고 불리는 것도 맞지 않다.

 

국제대형댐위원회의 지침에 따르면 금강 ‘세종보’를 제외한 15개는 모두 대형 댐에 해당한다. ‘댐’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어떻게든 감추려 했던 꼼수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보’라는 명칭이다. 지난 2011년 10월 22일 한국방송공사가 전국에 생중계한 ’4대강 새물결맞이행사’에서 MB는 “대한민국 4대강은 생태계를 더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을 전혀 딴판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라테’로 대변되는 독성 남조류를 함유한 녹조는 더 진해지고 오래간다. 저수지가 된 강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있으며, 물고기 떼죽음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홍수는 여전히 4대강 본류와 상관없는 지역에서 발생하고, 가뭄이 들어도 보에서 확보한 물은 보낼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태다.

 

“물은 우리 몸에 흐르는 혈액과 같아서 한곳에 고이면 죽음에 이른다. 강도 마찬가지다. 한곳에 고인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생명처럼 된다”는 <댐네이션>의 경고를 우리는 철저히 무시했다. 아니 일부 특정 세력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들로 인해 22조 원의 혈세가 낭비됐고, 매년 수 천 억 원의 관리비가 지출되어야 한다.

 

댐 해체하면 우리 강 살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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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는 더욱 짙고, 길게 발생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매우 시급한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 강이 죽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은 더 이상 강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댐을 해체한 이후 99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연어가 1년 만에 되돌아 왔다. 이는 하천 생태계의 특징이다. 육상 생태계와 달리 하천생태계는 금방 훼손되지만, 반대로 회복이 빠른 것도 하천이다.

 

이런 점을 봤을 때, 현재 16개 보를 철거하는 것이 우리 강의 살리는 길이다. 보 철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 적어도 상시적으로 보 수문을 개방해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 여야 상관없이 정치가 실종된 대한민국에서 4대강을 어떻게 살릴지 난감하다. <댐네이션>에서는 이에 대해 해법을 제시한다.

 

“댐 철거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해야 철거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국가 정책이나 정치 및 상부 관계자들한테 달려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강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이었다. 강에서 카약을 타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 강둑에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열정이 모여 강을 되찾은 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강을 살리겠다는 국민들의 열정이라는 것이다. 우리 강을 살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 자신과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4대강 강을 망치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케 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환경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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