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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River!] 4대강사업 때문에 ‘생지옥’으로 변한 마을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흙먼지에 신음하던 충남 세도면 가회마을

지난 13일,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가회마을. 이 마을 노인회관 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미닫이문을 열고 거실로 한 걸음 내딛자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잇따라 박주형 이장과 이용철 노인회장 그리고 백지현 새마을지도자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차례로 회관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이 차갑다. 방바닥에 앉자마자 박주형 이장이 서류봉투에서 두 뭉치의 문서를 꺼냈다. 하나는 법원 판결서였고 다른 하나에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송달서’라고 적혀 있었다. 문서를 들춰봤다. 그 문서에는 이 마을에서 3년 전 일어난 일이 소상히 기록돼 있었다.

 

가회마을은 국내 방울토마토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주민 대부분이 방울토마토를 재배해 판매한 수익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한때 강변에 늘어선 비닐하우스가 물결을 이룰 정도로 빼곡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젠 모두 옛일이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비닐하우스는 철거대상이 됐다. 박주형 이장에 따르면 약 100여 가구가 농지보상을 받고 인근 논산과 공주, 전북 익산 등으로 떠났다.

 

농지를 갈아엎은 자리에는 자전거 도로와 공원 그리고 체육시설 등이 들어섰다. 이튿날(14일) 현장을 찾았다. 황량한 기운만 감돌 뿐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지현 새마을지도자는 평상시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사람구경하기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대강 사업 후 공원도 만들고 체육시설도 들어섰지만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상태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며 “뭐하러 농민 내쫓고 저런 것들(자전거 도로·공원·체육시설)을 만들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 담벼락엔 금이 가고, 흙먼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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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먼지 날리는 대형 덤프트럭 충남 부여군 가회마을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근 현장을 오가는 대형 덤프트럭에 생지옥 생활을 해야 했다.ⓒ 심현정(대전충남녹색연합)

 

4대강 사업의 여파는 농지를 내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3년 전 가회마을은 수개월 동안 기본적인 생활도 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었다.

 

발단은 이렇다. 2010년 9월 초, 마을에 대형 덤프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과 부여군 세도면을 잇는 황산대교 인근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농지 리모델링 사업 대상지였다(금강살리기 강경지구, 3공구). 대형 덤프트럭은 이곳에서 7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으로 준설토를 나르는 작업을 했다.

 

문제는 현장을 오가는 대형 덤프트럭의 수였다. 하루 100여 대의 덤프트럭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차례 흙먼지를 날리며 종횡무진 마을을 휘젓고 다녔다.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 비산먼지에 괴로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작물 피해까지 발생했다. 집 안에 있어도 문밖을 나서도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주민들은 6개월이나 이 같은 생지옥 생활을 해야 했다(참고기사:  “대형 덤프트럭 흙먼지로 숨쉬기가 겁나~”). 이용철 노인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흙먼지가 날려 창문 열고 살 수가 없었다. 사람이 지나가도 덤프트럭이 그냥 막 달려 밖을 나가기도 어려웠다. 집 담벼락이 금이 가고 방울토마토 하우스에 흙먼지가 뒤덮여 (농작물) 피해까지 입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다.”

 

“보상까지 받았는데 망했다는 소식, 남 일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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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가 아수라장이 됐다” 4대강의 피해는 강에만 머물지 않았다.강에 인접해 살아가는 주민들은 뜻하지 않는 피해를 겪어야만 했다. 지난 13일 가회마을 주민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이 할퀴고 간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다. ⓒ 정대희

 

우여곡절 끝에 주민들은 공사를 맡은 활림건설(주)와 해당 사업을 대행하고 있는 충남도를 상대로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2012년 1월 위원회는 활림건설(주)이 주민 49명에게 물적·정신적 피해로 약 1억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내렸다. 이중 정신적 피해액은 31만2000원이었다.

 

나머지 함께 소송을 제기한 190명은 피해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민들은 억울하고 화가 났다. 같은 해 다시 대전지방법원에 활림건설(주)와 충남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결과는 원고 패소, 주민들은 끝내 좌절하고 상소를 포기했다. 박주형 이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농작물 피해는 (피해 정도에 따라서) 나눠서 준다고 해도 정신적 피해가 거의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 그깟 농작물이 뭐가 대수냐. (부여)군이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고 법원이고 다 믿을 수 없는 곳이다. 이게 다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해서 그런 거 아니냐.”

 

4대강 사업이 가회마을을 할퀴고 간 상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상 바람이 분 지역이 으레 그렇듯 갖가지 갈등으로 동네가 한바탕 들썩였다. 또,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민들의 마음에는 ‘불신’이 자라났다.

 

박지현 새마을지도자는 “보상받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서 잘 된 사람이 많지 않다, 보상받아 홀랑 다 날린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면 남 얘기 같지 않다”며 “나 같은 경우는 건너편 동네로 넘어가서 다시 방울 토마토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땅이 안 좋아서 매년 적자”라고 말했다.

 

이용철 노인회장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믿을 놈도 믿을 곳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예로 덤프트럭이 좀 없는 날이다 싶으면 그날은 감독기관에서 꼭 사람이 나오더라”며 “시골사람들이 까막눈인 게 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 글 : 정대희(오미아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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