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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River!]자전거도로 달린 MB는 이들의 억울함을 알까?

[두 바퀴 현장 리포트 OhmyRiver!] 2박3일 일정 첫 날, 엉덩이에 불 붙는다

 

지난 4월 봄부터 벼르던 일이었다. 금강의 자전거도로를 현장 답사하는 일 말이다. 벚꽃잎 흩날리던 봄과 초록 여름을 지나 노란 은행잎이 강가 언덕에 가득 쌓인 가을날이다. 금강 자전거도로 현장 답사 첫날, 중학교와 고등학교 내리 6년을 자전거로 통학했던 경험만을 믿고 페달을 밟았다.

 

출발지는 서천 금강하굿둑 조류생태전시관 앞마당이었다. 돌이켜보면 4대강 사업은 아쉬움이 많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저항과 반대 의사를 실현해내지 못한 것이 첫 번째고, 가까이는 2012년 10월 가을 금강 역사상 사체만 30만 마리 이상이 나온 초유의 민물고기 집단폐사 사건이 두 번째. 22조 원이라는 거액의 세금을 들여 강바닥을 파헤치고 강 둔치를 편평하게 체육 공원화하는 데도 모자라, 그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일에 또다시 국가 재정을 낭비해야 하는 것이 세 번째다.

 

오늘(14일)은 2박 3일 일정 중 첫날, 자전거 도로로만 강경포구까지 40km를 내달렸다. 대전에서 하굿둑으로 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내려와 강을 거슬러 대청댐 하류까지 되짚어가는 것이다. 출발 당시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비를 얇은 비닐 우의로 받아냈다. 다행히 웅포대교를 지날 때 비는 그쳤다. 날씨는 흐림. 쨍쨍한 햇볕보다는 좋은 날씨다. 허벅지가 쥐날 듯 씰룩거리고, 안장 위에 얹힌 엉덩이에 불이 붙었다.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여 앞바퀴와 뒷바퀴 기어를 연달아 바꾸어 나갔다.

 

 

“불법 농작물 재배-무단 출입 막대한 불이익”… 무시무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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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쳐져 자전거를 타면서도 늘 싱글벙글 웃는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김종술

 

서천에서 출발하여 금강 우안을 따라 신성리 갈대밭, 시음리 부여 황포돛배 선착장을 지나 웅포대교를 건너서, 금강 좌안으로 접어들었다. 충청남도에서 전라북도 익산으로 주소가 변하였다. 익산 성당포구를 오는 길은 중간 산자락에 가로막혀 마을 뒷산 길을 돌아 산북천 금강체험관 옆에서 제방으로 올라타는 길에 연결되었다. 또다시 강경까지 끊임없는 단조로운 제방도로다. 하루 해가 짧아져 뒤따르는 지원차량 불빛이 자전거 그림자를 길게 만들었다. 멀리 강경포구 등대 불빛과 황산대교를 건너는 차량과 균일한 간격으로 불을 밝힌 가로등이 열 지어 자전거도로 탐사단을 맞이하였다.

 

첫날 오후 자전거타기 일정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루 여정과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회, 그간의 활동들, 그리고 오늘 눈여겨본 자전거도로와 주변금강의 변모 등에 대해 서로 교환하면서 토론을 겸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앉았다가 일어서는데 다리가 살짝 풀려 흐물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일은 오늘 푼 몸을 담보 삼아 공주보 위 곰나루까지 50km를 올라가야 한다.

 

자전거도로를 달려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길이 있기에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내달리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금강 유역 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선전해댄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을 순진하게 믿은 탓일까. 4대강 자전거길을 완주하고 나면 준다는 금메달을 허황하게 욕심내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겠지만, 오후 내내 오는 길에 자전거도로를 강길 삼아 걷던 사람을 7명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마주친 사람은 단 1명. 그나마 신성리 갈대밭을 방문한 사람들 한무리가 자전거도로를 건너 갈대숲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언제 지나쳤는지 제방 정자 쉼터 서너 곳에 쓰레기 봉투가 수거되지 못한 채 청소차를 기다렸다.

 

금강 우안은 둔치에 서천군에서 메밀 등 농작물을 심었음을 확인하였고, 좌안은 국토해양부, 농촌진흥청, 익산시, 전북대학교 소관임을 알리는 큰 표지판이 이곳이 거대 억새 바이오 단지 조성 국가정책사업지역임을 알려주었다. 불법 농작물 재배와 무단 출입은 민·형사상의 막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눈에 띈다. 4대강 사업을 강조하면서 하천 둔치에서의 불법 경작을 엄단하겠다는 원칙은 국가 정책을 등에 업고, 자신이 한 말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힘없는 농부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자전거도로의 억울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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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김종술

 

농사 경작도 문제지만, 수많은 새, 야생 동물의 서식처가 되는 둔치가 더 큰 일이다. 자전거도로를 비롯하여 난데없이 윗몸일으키기 등 농촌마을회관 공터나 도심지 체육 공원에나 설치될 법한 운동 시설이 놓여있다. 잡초만 무성한 축구장에 골대만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중간 위가 싹둑 잘려나간 말라죽은 나무가 지난 공사 때 심어졌던 수목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해마다 금강을 찾아오는 가창오리떼가 군무를 펼칠 날을 기다려본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금강을 제대로 방문할 것인지. 갈대숲 사이사이 침입한 미국자리공과 칡덩굴,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교란종인 가시박이 갈대밭을 좁혀나가고, 굴착기에 밀려난 희귀 식물 모새달이 금강살리기1공구에서 지정한 보호 구역에서 명맥을 잇고 있었다.

 

자전거도로에 그나마 흙길과 콘크리트로 포장된 제방을 사이에 두고, 너구리 한 마리가 강기슭 물억새 군락과 제방 안쪽 산자락을 부지런히 오가며, 도로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매파 노릇을 하고 있었다.

 

금강 준설이 과도하게 이루어진 탓에 강물 흐름이 바뀌고, 금강하굿둑 갑문이 조절될 때마다 유속이 높아지고, 웅포대교 교각을 핥는 탓에 보호공 틈은 지난 여름보다 더 넓어졌다. 듬성듬성 둔치에 몰래 심어 가꾼 김장배추밭 이름 모를 주인은 거대 억새 국가정책사업에 맞서 무서운 불이익을 감당할 기세였다. 흐지부지 시간이 지나면, 배추밭은 걷잡을 수 없이 넓혀나갈 것이 뻔한 일이다.

 

지난 10월에 영산강유역을 발원지부터 목포와 영암 하굿둑까지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강의 길이나 유역의 지세나 유역의 사람 살아가는 모양새가 금강과 달랐지만, 무엇보다도 남다른 게 자전거도로였다. 금강의 자전거도로가 강변 둔치환경과 생태계를 망가뜨리며 포장도로를 만들었던 것과 달리, 영산강은 담양 습지와 나주 아래 몽탄 느러지를 지나는 주요한 자전거도로가 제방과 우회로를 활용하면서 강길 안쪽의 둔치와 습지를 보호하고 있었다.

 

자전거도로는 편리하고도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다. 놀이와 레저는 그 다음이다. 주변 마을 주민이 이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들도 도심지 하천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오지 않는 자전거도로. 진입 금지를 알리는 차단봉만이 쉼 없이 뽑혀나가고 새로운 것으로 짝도 맞지 않게 채워지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퇴임하고 자전거를 타고 4대강 사업 자전거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렸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전거도로의 억울함을 짐작이나 할까?

 

 

 

※ 글 : 유진수(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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