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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내 터진 할매의 눈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내 터진 할매의 눈물 1

 ▲사진설명 : “송전탑 싸움 끝나지 않았다”

11일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서울 상경투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송전탑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정대희

붉은색 조끼가 초록색조끼를 만났다. 붉은 색은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반대 주민이고, 초록색은 청도 345kv 송전탑 건설 반대투쟁에 나선 주민들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결합했다.
지난 11일, 밀양과 청도의 할매·할배가 ‘밀양+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 희망순례단’이란 이름으로 동반 상경투쟁에 나섰다. 남들은 막대과자를 주고 받는 이날 두 지역의 주민들은 서로 피켓을 나눠 가졌다.

밀양·청도 주민 상경투쟁 “국가란 무엇인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희망순례단은 종교·환경·노동·시민사회 단체와 만나 2박 3일간의 상경투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과 청도에서 맺어진 인연이 도심서 재회하는 순간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나란히 줄지어 늘어선 이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떼창 뒤에는 호통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손에 쥔 밀양 할배는 “입이 가볍고 엉덩이는 천근만근인 한전과 정부는 귀가 멀어서 민중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돈에 눈이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호통과 하소연을 반복하는 할배의 등 뒤로 북악산 산기슭에 자리한 청와대의 모습이 흐리멍덩하다. 할배 주변을 에워싼 피켓만이 말꼬리가 올라갈 때마다 들썩이며, 추임새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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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송전탑 건설 반대 넘어 탈핵으로

11일, 송전탐 건설반대 주민들이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녹색당이 주최하는 한국 탈핵 만민공동회에 참석해 탈핵을 논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을 공유했다.  ⓒ 정대희

오후 2시, 희망순례단이 녹색을 만났다. 서울시 정동에 위치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 들어서자 ‘한국 탈핵 만민공동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벽면에 내걸려 있다. 녹색당이 주최한 이날 만민공동회서 희망순례단은 전국에 퍼져 있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주민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전기생산지와 이송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한데 모여 탈핵을 논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을 공유했다. 삼척시 이광우 시의원이 말했다.
“삼척은 지난 6·4지방선거를 통해 탈핵을 정책으로 내건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유치 백지화를 만들어냈다, 지금 삼척시민들은 국가의 에너지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의식전환이 이루어졌다.”

 
노후원전 문제도 거론됐다. 구자상 부산녹색당 공동위원장은 고리1호기와 관련해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1호기에서 끊임없이 원전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그 주변에는 약 342만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는 단 한 기도 없는 핵발전소를 지역에 집중 건설해 다시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쁜 놈들”이란 분노에 찬 단어가 청중 사이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경주는 노후원전인 월성 1호기와 지진가능성이 높은 지층에 핵폐기장이 건설된 동네”라며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데도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검증된 자료 없이 말로만 ‘안전하다’고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던 때였다.

쓴소리만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은 아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한국 핵발전 정책의 총체적 파국과 녹색당의 제안’을 통해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국민이 스스로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국민발의 제도 도입’을 정책으로 제안했다.
증언과 토론으로 이어진 4시간, 만민공동회의 말미 희망순례단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원전지역주민들도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탈핵 만세! 만세! 만세!”

 
오후 7시 20분,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도심에 노란 빛이 켜졌다. 희망순례단이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자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농성장 천막을 지키고 있던 이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손을 내밀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희망순례단이 함께 한 이날 공동 촛불문화제에서 가수 노사연의 노래 ‘만남’이 울려 퍼졌다.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오후 8시, 폭력에 가까운 공권력의 칼날이 스치고 간 밀양과 청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종료되자 순간 적막한 기운이 농성장을 휘감았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 상황실장 미려 활동가가 말했다.

 
“밀양과 청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에 ‘국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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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 한파 속 어르신의 1인 시위

12일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앞에서 항의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 765kvout

 

 
“돈 봉투 사건 지상조사! 에너지 3대 악법 개정”

 

희망순례단의 서울 상경투쟁 이틀째인 12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에서 밀양과 청도의 할매·할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할매의 손에는 ‘전기는 시골 노인들의 피눈물을 타고 흐른다’란 문구가 적힌 피켓이 쥐어져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순례단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건설예정지로 향하던 인부들의 얼굴이 오버랩(overlap)된다. 오전 11시, 경찰청 앞으로 장소를 옮긴 희망순례단이 외쳤다.

 
“경찰은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송전탑을 둘러싼 비리 구조를 철저히 수사하라.”

 

앞서 지난 10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송전탑 반대주민들을 대상으로 청도경찰서장이 돈 봉투를 돌린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 전 서장은 직권을 남용해 한전 지사장에게 주민위로금 1700만 원을 강요, 서장 명의 봉투에 담아 주민 7명에게 전달했다. 또 한전지사로부터 회식비 명목으로 뇌물 1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확인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전 지사장 등 한전직원 10여명이 5년 동안 시공업체 현장 소장으로부터 명절 인사·휴가비로 33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은 시공업체 대표가 직원급여를 가장해 횡령한 비자금으로, 송전탑 반대주민에게 제공한 1700만 원과 한전 측에 제공한 뇌물 3300만 원도 이렇게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횡령한 비자금 규모가 총 13억 90000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모 전 청도서장을 직권남용과 뇌물수수혐의로, 한전지사장 등 직원 10명에게는 뇌물수수공여 혐의,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 등 총 14명을 입건, 지난달 7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오후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을 찾아 ‘에너지 3대 악법 개정’에 동참해달라며, 국회의원사무실을 방문하고, 서울 정도 프란치스크 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3대 악법 개정 투쟁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오늘을 기점으로 전국의 송전탑 분쟁 지역의 주민들과 연대시민들이 뭉쳐서 전력마피아와 원전마피아들의 독재를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밝힌 ‘에너지 3대 악법’은 전원개발촉진법과 전기사업법,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 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앞서 밀양과 청도, 서산, 당진, 여수 주민 등 전국의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헌법재판소에 ‘에너지 3대 악법’이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내 터진 할매의 눈물4

▲ 사진설명 : 핵발전소 out

 13일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핵발전소 피해주민의 노후원전 폐쇄 기자회견에 참석 “원전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대희

 

 
쌍용차 재판장 찾은 송전탑 할매의 절규 “아…”
13일 오전 10시 30분, 희망순례단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또다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광화문 광장 인근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핵발전소 피해주민의 노후원전 폐쇄 요청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서는 제31회 회의를 열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 사용전 검사 등 결과’와 ‘신월성 2호기 운영허가’ 등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에 해당되는 경주 방폐장은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문제를 삼은 곳이고 신월성 2호기는 시험성적 위조사건이 불거진 원전이다.

 
희망순례단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보았듯이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위험하다”며 “원전 가동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상경투쟁 삼일째, 희망순례단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 케이블방송 씨엔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찾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발길을 옮겨 쌍용차 재판 선고 공판을 참관했다.

이날 대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며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에 있던 희망순례단의 할매들은 절규하며, 대법원의 판결에 항의했다. 서울 투쟁의 마지막 일정이 눈물바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희망순례단은 한동안 법정에서 울먹였다.
오후 10시 13분, 밀양과 청도에서 할배·할매의 곁을 지키고 서울 상경투쟁까지 함께한 박인화씨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2박 3일간의 상경투쟁이 끝났다. 너무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 (중략)… 이 나라가 노동자의 편이 아닌 농민들의 편이 아닌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의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먼 길을 가야한다. 쌍용차, 기륭, 코오롱, 케이블노조, 밀양, 청도, 지금 힘 있는 자들에게 고통 받고 있는 사람 모두. 같이 걸으면 조금 덜 심심하고 많이 덜 외롭지 않을까 다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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