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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와는 다른 미래, 삼척에서 시작됐다

후쿠시마 와는 다른 미래 삼척에서 시작됐다1

삼척시민들 참 대단하다. 탈핵을 주장하는 무소속 시장을 두 배의 표 차이로 당선시키더니 다시 넉 달 만에 삼척 신규 원전 부지 유치 주민투표를 하는데 68%(명부등재자 대비, 유권자 대비는 48%)의 투표율과 85%의 반대 입장을 보여줬다. 그것도 징검다리 연휴 첫날에 진행한 주민투표에서 말이다.

60,691명의 유권자들 중 42,488명은 사전에 투표를 하겠다고 일일이 개인정보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역대 지방선거 전국 투표율이 1995년 첫 지방선거 당시 68.4%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60%를 넘은 적이 없었지만 삼척시는 6.4지방 선거 당시 69%, 이번 삼척원전 신규부지 유치 주민투표에서 6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여론조사와는 다른 주민투표의 무게

대한민국에서 핵발전소를 줄여나가자는 여론은 어느 여론조사에서나 항상 다수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여론조사는 원자력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이기 때문에 필요성은 다수가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줄여나가자는 이들이 다수라는 점은 원자력문화재단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여론이 힘을 갖기는 어렵다. 서명 행위도 힘을 갖지 못한다.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서명이 5백만명이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 했다.

하지만 투표행위는 다르다. 투표는 지자체장, 국회의원을 결정하며 대통령을 결정한다. 6.4지방 선거와 7.30재보궐선거 결과는 세월호 특별법의 민심이 읽히지 않는다. 그러면 정치인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척시민은 민심을 투표행위로 정확히 보여줬다. 무소속 삼척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문순 도지사, 새누리당의 이이재 국회의원이 삼척 주민투표 결과를 중앙정부가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소한 삼척에서는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정치인이 표를 얻게 된다. 핵발전소 반대는 여론이 아니라 이제 정치적인 힘을 가지고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공중에 떠다니는 주장이 아니라 현실적인 힘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행동에 경제성 분석을 한다. 서명 하나를 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행위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비용)에 대비해서 얻는 결과(이익)가 높은 지에 대해 판단한다. 투표행위에 대한 비용은 높다. 투표소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하고 시간을 내어서 그곳으로 가야 하며 줄을 서서 기다려 투표행위를 해야 한다. 이번 삼척 주민투표에서는 사전에 개인정보 동의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행위가 하나 더 있었다.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그런 행위를 해서 지자체장이나 정치인을 뽑아봤자 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척 주민투표를 중앙정부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연휴의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한 것이다. 한 지역사회 살고 있는 다양한 생각, 다양한 처지에 있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보여준 행동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의지는 가히 대단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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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파손된 4호기 항공사진.ⓒ뉴시스.AP

 

후쿠시마 사고의 참상, 삼척시민 투표로 답하다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시민들에게 더 강력한 동기부여를 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고 기술도, 제도도 앞서는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 앞에서 무기력하게 연달아 폭발하는 핵발전소를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과학적으로 공학적으로 핵발전소는 안전하게 유지된다고 했다.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격납용기가 파손될 확률은 1억년에 한 번이라고 과학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원전에 있어 과학적 평가란 사실이 아니라 주장일 뿐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재해와 법적기준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벌어진 상황을 두고 이들은 우왕좌왕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핵발전소의 안전은 관리를 위해 임의로 정해진 기준 하에서의 얘기다. 그 기준을 뛰어넘는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기술로 지어진 핵발전소의 안전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일본 온타케산의 화산 분출로 10월 3일 현재까지 47명이 사망했고 16명이 실종되었다. 화산은 일반적으로 깨어나기 전 24~72시간 전에 조짐을 보인다고 하는데 온타케산은 전혀 조짐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분출을 예상하지 못 했다. 분출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을 단풍 산행이 제지당하지 않았고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자연재해는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이 지진 다발지역이라고 했지만 9.0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15미터의 쓰나미가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핵발전소 법적 기준에 부지고도를 15미터 이상 높여야 한다고 두지 않았다. 그래서 후쿠시마 제 1원전의 부지가 해발 35미터였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해발 10미터 높이의 부지로 깎아내린 것은 안전성에 전혀 위협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동해를 맞닿아 우리나라와 일본에 원전 부지들이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부지고를 15미터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결정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10미터 이상의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과학적’으로 평가했다. 여전히 6.5규모 이상의 지진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내진설계를 상향하지 않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를 인력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원전은 인력으로 중단시킬 수 있다. 삼척시민들은 행동으로 보여줬다. 의미 있는 행동만이 위험한 원전을 중단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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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원자력 발전소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9일 시작됐다.ⓒ민중의 소리 옥기원 기자

 

 

※ 글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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