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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합의로 만들어진 배출권거래제, 왜 이제와서 다시 논의하나?”

 

초당적 합의로 만들어진 배출권거래제  왜 이제와서 다시 논의하나  1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환경연합 정대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 환경단체 등이 공개석상에서 한바탕 공방을 벌였다. 아직 정부가 배출권할당계획을 수립 못해 법정 기한을 어겨 위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우원식, 김현미, 박완주 국회의원의 공동주최로 ‘배출권 거래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란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토론회에는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재계, 환경단체 등 약 100여명이 참석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무엇보다 지난달 2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시기를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뒤 열린 첫 토론회라 관심이 집중되었다.

 

정부, 배출권거래제 내년 1월 시행, 최 부총리 발언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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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와 산업부, 재계는 수준 완화 등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환경연합 정대희

 

약 150분간 이어진 토론회는 최 부총리의 발언과는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히려 재검토 발언으로 빚어진 혼란을 바로잡고 당초 정부가 계획한 대로 시행방안 및 추진계획 등이 그대로 진행된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뜨거운 관심에 비해 갑론을박 벌인 이야기들이 이미 입장 차이를 확인한 것들에 불과했다. 재계는 여전히 산업 경쟁력 훼손 등의 이유로 시행시기 연기 및, 배출권할당량을 더 늘려달라는 입장을 굳히지 않았다.

 

김태윤 전경련 산업본본부 미래산업팀장은 “정부가 시행 연기를 검토한 것 자체가 배출권거래제의 문제를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산업계 실적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증가가 큰 여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시행을 먼저 빨리한다고 실익은 없다고 생각하며, 배출전망치가 투명하게 산정됐는지 의문인데 정부는 관련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환경단체는 이미 정부가 재계의 요구에 따라 배출권 시행시기 연기 및 산업계 감축비율 완화 등 그동안 산업계가 수많은 특혜를 입어왔다고 반박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시행계획은 산업계에 너무 많은 융통성을 보이며, 과잉보호 하고 있는 느슨한 계획”이라며 “재계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것도 산업계의 반발로 탄소세 대신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정부가 2013년 시행을 2년 뒤로 연기하고 산업계의 할당 감축비율도 10%로 감축하는 등 재계만 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와 기재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에는 뜻을 같이 하면서도 수준 완화를 놓고는 이견을 보였다. 산자부는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으며, 사실상 재계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최홍진 국장은 “배출권거래제는 그동안 수차례 논의과정을 거쳐 배출권전망치를 산정하고 시행시기를 결정했다”며 “이미 할당계획이 법정 기한을 넘겨 위법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기재부 미래사회정책국 이찬우 국장도 “배출권거래제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부분으로 시행시기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산업계와 배출권전망치에 대해 합의점을 찾는 게 현시점에서 가야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 김호철 과장은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짤막하게 의견을 내놓았을 뿐, 토론회 내내 대부분 침묵했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차일피일, 위법성 논란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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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등은 배출권 거래제 자체가 친 기업적인 정책이며, 배출권 할당계획은 법정 기간을 넘겨 정부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연합 정대희

 

위법성 논란도 제기됐다.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정부가 아직까지 할당 계획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에 의하면 제도 시행 6개월 전까지 할당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법정 기한인 지난 6월말까지 할당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더욱이 법정 기한을 약 한 달 정도 넘어선 시점까지 배출권 할당계획 등을 결정하는 할당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쓴 소리도 쏟아졌다.

한국법제연구원 행정법제 연구실 현준원 부연구위원은 “법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합의인데 정부 스스로 법을 준수 하지 않고 있어 법에 대한 신뢰를 깨고 있다”며 “관련법대로라면 제도시행 연기와 할당계획 미수립은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고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윤순진 교수도 “초당적 합의로 만들어진 제도를 왜 이제 와서 다시 논의하는 듯 진행되는지 모르겠다”고 현 위원의 발언에 동조했다. 마찬가지로 안병옥 소장도 “재계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법으로 정해진 사항을 경제단체가 어기는 자세를 취하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기재부 이찬우 국장은 “정부가 법을 지키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송구스럽다”며 “빠른 시일내에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배출권 거래제는 연도별 목표 배출량을 기준으로 업종․기업별 감축량을 배분하고 할당된 배출량을 거래하게 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제도로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감축목표 비율은 오는 2020년 배출전망치의 30%이다.

 

*글: 정대희 (환경운동연합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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