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원전 없이 어떻게 사냐고? 이렇게 살면 되지

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얼마나 위험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제는 삼척동자도 그 사실을 안다. 물론 비행기 사고나 자동차 사고도 피해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지만,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참상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원전사고는 다르다. 사고 당시는 물론이고 그 뒤로도 계속 유출되는 방사성물질은 수십, 수백 년간 인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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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를 잊지 말자”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3주기 탈핵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해골 그림에 방사능 마크가 새겨진 종이를 들어보이며 노후원전 폐쇄와 신규원전 증설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 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원전 사고이다. 문제는 원전에서 언제 어떻게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사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뒤 원자력계와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던 각국의 정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의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과 다른 노형(설계와 작동 원리가 다른 원자로)이라서 체르노빌과 같이 격납 건물이 파괴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체르노빌 원전이 있었던 구 소련의 폐쇄적인 운영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과 달라 안전하다고 하는 노형에서 발생했다. 그것도 원전 설계의 원천기술을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에서 일어났다. 특히 일본은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들 중에서도 규제가 까다로운 나라 중 하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원인에 대해 관계자들은 지진해일로 인해 전기공급장치가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내진설계를 뛰어넘는 지진으로 인해 배관이 파손되면서 냉각기능이 정상작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결과다. 후쿠시마 원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케 해 준 것이다.

결국, 지구상의 모든 원전은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사고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원전을 줄이기보다 더 확대하려는 나라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현재 23기의 원전이 있지만 지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최대 40여 기의 원전을 앞으로 가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 소비 증가하는데, 원전 없으면 전기 부족은 ‘허구’

이런 원전 확대 정책을 하게 된 배경은 첫째, 우리가 앞으로 전기를 너무나 많이 쓸 것이라는 전제다. 그리고 둘째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전기를 앞으로 너무나 많이 쓸 것이고 재생가능에너지는 아직 부족하니까 원전이 없으면 우리는 전기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째, 둘째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지금도 1인당 전기소비가 일본, 독일을 훌쩍 뛰어넘고 있을 정도로 전기 과소비 국가라서 효율과 절약으로 전기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정전 대비 훈련을 할 때 원전 6기~8기 분량의 전기는 효율 기술을 적용하거나 기계를 바꾸지 않고 절약 행동만으로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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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야경 이미지. ⓒ 함께사는길

전력난이 발생하는 때는 일년에 일주일 정도의 한여름과 한겨울. 냉난방 전기소비 급증에 의한 것이라서 건물 단열에 투자하고 지원하면 일자리도 늘고 전기소비도 줄일 수 있다. 전기요금이 너무 싸서 전기로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고 전기로 고철을 녹여서 철을 만드는 일부 업체들의 전기 과소비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전기와 에너지를 많이 소비 하는 기업은 고용률도 낮고 부가가치율도 낮아서 앞으로 고용률도 높고 부가가치율도 높은 다른 기업들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나 싼 전기요금이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전을 줄이기로 결정한 나라들은 첫 번째 과제로 에너지와 전기소비를 줄이는 대체 기술과 비용을 투자했고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났다. 경제성장은 지속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경제성장이 에너지와 전기소비를 줄이는 효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월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2035년 에너지소비전망에서 우리 정부는 현재 1인당 에너지소비 1위 국가인 미국을 앞서게 된다고 전망했다. 미국인들처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자원을 낭비하면 지구가 5개가 되어도 모자란다는 평가가 있다.

국토도 좁고 인구밀도도 높아 1인당 점유면적도 작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이런 에너지 소비를 넘어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이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이다. 게다가 에너지소비 중에서도 전기비중이 특히 대폭 상승해서 에너지소비의 비효율구조가 강화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비현실적인 전망이다. 원전 확대 정책은 이런 비현실적인 전망을 기반으로 채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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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일사량 조건이 훨씬 불리한 독일도 2012년 전체 전기의 3%를 태양광발전으로 공급하고 있다. ⓒ sxc

 

그리고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높은 편이다. 독일의 평균 태양광 발전 시간이 2.2시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5시간이며 일부 남부지방은 4.5시간에 달하는 곳도 있다. 2011년에 발간된 신재생에너지백서에서는 우리나라의 태양광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을 5억8500만 석유환산톤(TOE ; ㎘, t, ㎥, kWh 등 여러가지 단위로 표시되는 각종 에너지원들을 원유 1톤이 발열하는 칼로리(Cal)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으로 추정했다. 부존잠재량과 가용잠재량이 아닌 현재 기술 수준으로 산출될 수 있는 최종에너지의 값으로 기기의 시스템 효율을 적용한 값이다.

이는 2030년 최종에너지소비 전망치(2억700만 석유환산톤)의 3배 가까이 되는 양이다. 풍력, 바이오매스, 지열 등의 기술적 잠재량을 모두 더하면 17억5400만 석유환산톤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재래식 에너지원은 없지만 재생에너지는 매우 풍부한 나라인 셈이다.

 

우리나라 재생 에너지 잠재성 높아… 투자 크게 늘려야

태양광발전은 발전 시설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단점이 있지만 기술 발달로 효율이 높아지면서 필요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1년 한 해 우리나라 전체가 쓰는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태양광 발전면적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7%였지만 2012년에는 4.5%로 줄어들었다. 한 가지의 재생에너지원이 전체 전기를 담당하게 되면 배터리 등 다른 기술적인 제약조건이 따르겠지만, 도시용지가 6.7%이니 도시의 건물들만 잘 활용해도 도심 전기의 상당 부분은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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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인 풍력발전기. ⓒ 온케이웨더㈜

 

특히, 전력난이 발생하는 여름과 겨울의 전기소비에서 도심 냉난방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이기 때문에, 건물에 부착한 태양광으로 냉난방 전기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발전소가 없는 도심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대규모 송전탑을 건설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도 이익이다.

하지만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5년에도 11%에 불과하다. 세계는 2012년 이미 1차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19%에 달했고 발전설비용량의 26%가 재생에너지다. 원전은 줄일 수 있고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높은데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투자가 뒷받침하기 때문인데 2012년 한해에만 244조 원 가량이 투자되었다. 중국이 66.6조 원, 미국이 36조 원, 유럽연합이 79.9조 원을 투자했다. 그에 따라 재생에너지도 대폭 늘었지만 고용효과도 높아서 직간접적으로 일하고 있는 인구가 570만 명에 이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전력이 자회사인 발전 6사와 함께 2020년까지 4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원전 11.5기 용량의 풍력, 지열, 조력발전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획기적이다. 다만 그 중에 32조5000억 원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민간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전은 이명박 정부 5년간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로 누적적자만 10조 원에 이르렀고 부채가 74조원이 늘었다. 반면에 2013년 말 기준 30대 그룹 현금성 자산은 158조 원으로 2012년보다 18.3% 증가했다. 싼 전기요금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게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 오마이뉴스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 중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6-방사능안전⑤]로 게재된 글입니다.

 

※ 글 : 양이 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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