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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르포] “저놈의 헬기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

밀양 송전탑 공사 때문에 음독자결한 유한숙(72세) 주민의 죽음 후에도 한전은 송전탑 공사를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이로 인해 밀양주민들은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 제2, 제3의 이치우, 유한숙의 비극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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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숙 주민의 죽음은 송전탑 공사 때문이란 것은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판단이 가능하다. 고인은 이미 송전탑 반대 운동에 함께해오고 있었고, 음독 후 이미 긴급 후송된 병원에서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는 고인의 진술도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집안문제로 자살한 것일 뿐 송전탑 공사와는 무관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을 추모할 분향소조차 허용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나라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찰이냐”는 유족의 비판은 지극히 정당하다.

설상가상 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계속해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어, 이로 인한 주민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극심해 보인다. 공사현장은 대부분 경찰병력이 막아 선 채 그 안에서 한전 인부들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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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보이는 산능선에 108번,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이 자라잡고 있다 ⓒ 정수근

 

지난 10일과 11일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골안마을에서 필자가 본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경찰병력의 비호아래 공사는 여전히 강행중이었고, 주민들은 공권력에 막혀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한전이 버젓이 공사를 강행하지만 경찰병력에 의해 차단당한 채 접근조차 할 수 없어 그 현장으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심정이 오죽할 것인가?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발만 동동 구를 뿐 별 뽀족한 방법이 없는 당신들의 울화통 터지는 심정을 토로할 뿐이었다. 그런데 더 심각한 스트레스는 헬기 소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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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아침 경찰병력의 진입을 막고 있는 골안마을 주민들. 주민들은 말한다.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냐”고 말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한전의 몽둥이”라고 경찰 을 비판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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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골안마을에서 아침마다 이런 장면이 재현된다.
공권력의 비호아래 한전은 여전히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 정수근

저놈의 헬기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농성 현장에 나온 인동댁 장외순(80세) 할머니는 “저놈의 헬기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벌럭벌럭하며 터질 것 같다. 분노로 몸서리를 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며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토해놓으신다. 주변은 다른 주민들도 이구동성 “저놈의 헬기소리 때문에 못산다 못 살아” 외친다.

실지로 5분 간격으로 공사자재를 나르러 뜨는 헬기소리는 골안마을을 쩌렁쩌렁 울렸다.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러니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인 것이다. 주민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어야 하노?, 얼마나 더 죽어야 저놈의 공사를 멈추려는가 말이다 “며 지난 6일 명을 달리하신 유한숙 어른의 죽음을 상기하면서 “사람이 죽어나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런 나라가 어딨노?”라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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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가 뜨자 인동댁 장외순(80세) 할머니가 “저놈의 헬기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벌럭벌럭한다”며 나무막대를 들고 외치고 있다.
ⓒ 정수근

실지로 이런 식으로 공사가 계속해서 강행된다면 밀양 주민들은 더욱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밀양 주민들 10명 중 7명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을 겪고 있다는 지난 6월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단’의 연구조사결과도 있었다.

0105-2~3▲ 밀양 주민 10명 중 7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또 어떤 비극을 초래할지 모른다. ⓒ 함께사는길

 이런 상황에서 수시로 뜨는 헬기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에, 먼 발치에서 그런 공사현장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당신들의 모습 그 자체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송전탑 공사 즉각 멈춰라

그러니 밀양 주민들을 더 이상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주장처럼 당장 공사는 멈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런 후 밀양대책위의 주장처럼 “사회공론화기구를 꾸려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일 것 같다. 왜냐하면 공사를 이렇게 서두를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말한다. “이미 시험성적서 조작 파문으로 신고리원전의 내년 여름 준공은 물건너갔다는 것이 다 밝혀졌다. 그러니 이렇게 사람을 죽여가며 공사를 서두를 아무 이유가 없다” 그러니 “만약 공사를 중단하지 않은면 또다른 비극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전과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한전과 정부는 즉시 송전탑 공사를 멈춰야 한다”

최근 골안마을과 결연을 맺은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의 단호한 주장이다. 정부당국의 발빠른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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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자재를 싣고 5분 간격으로 떠오르는 헬기소리에 주민들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 정수근
※ 글 :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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