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초록세상 사람들

지역먹거리운동을 넘어 생태채식운동으로 -녹색평론 독자모임 발제문

역사적으로 볼 때, 시장경제로 일괄되는 자본주의체제를 성립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터전은 농사였다. 영국에서 최초로 일어난 산업혁명은 농업생산의 비약적인 확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른바 ‘농업혁명’이 농산물을 원료로 이용해서 가공하는 산업인 공업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공업이 지배하는 사회로 되면서 농사도 이윤을 얻기 위한 산업농업으로 변질되었다.

자본주의는 더 넓은 시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지역이나 순환이라는 틀에서 이루어지던 거의 모든 영역들을 분열시켰고, 농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민의 역할은 축소되고 그 자리는 농업을 통해서 이윤을 얻고자 하는 자본들로 채워졌다. 농사의 처음이면서 끝인 종자도 종자업체에 의존하게 되었고, 퇴비도 폭탄제조업체가 생산한 비료로 대체되었다. 녹색혁명의 산물인 다수확품종을 재배하기 위해서 독가스제조업체가 제공한 살충제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성립된 녹색혁명형 농업은 지역적 특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환경훼손형 농업, 순환파괴의 농업일 뿐만 아니라, 거대자본이 지배하는 외부자원에 의존해서 이루어지는 자기수탈형 농업이기도 하다.

지역먹거리운동은 농업의 지속가능성 회복을 목적으로 하면서, 지역의 복원과 자립을 실현하고, 지역의 제철농산물의 맛을 느끼고, 활력이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듦으로써 자본에 의해서 단절된 농(農)과 식(食)의 관계를 복원하는 운동이다. 곡물가격 폭등과 먹거리 안전사고가 빈발하면서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인 확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지역먹거리운동이 갖는 대안적 의미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먹거리운동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신토불이식 운동은 철저하게 지양되어야 한다. 신토불이운동은 단지 국내산 농산물의 이용을 강조하는 개념에 불과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는 묻지 않고 단지 “우리 땅에서 난 먹거리가 우리 몸에 좋다”는 식의 감상적인 접근은 그 내용이 가지고 있는 고상한 철학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운동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이 신토불이운동이 가진 한계는 자기 한 몸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천박한 의식과 다분히 감상적인 민족주의가 결합한 형태로 나타났다. 지역먹거리운동이란 순환의 체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운동이고, 화학비료나 농약의 대량살포, 공장식 축산 등이 가져온 생태적 재앙과 먹거리 불안을 극복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지역먹거리운동의 대상은 안전하게 생산된 먹거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먹거리운동은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환경파괴와 축산물 자체가 안전하지 않은 먹거리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제 땅에서 생태적으로 생산된 안전한 식물성 먹거리를 이용하고, 그러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여 녹색혁명형 농업에 의해 단절된 자연과 농업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것이 ‘생태주의 채식운동’의 기본 취지이다. 생태주의 채식운동은 신토불이운동과 지역먹거리운동, 그리고 단순한 동물보호 차원의 채식운동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대안운동이다.

-녹색평론 104호, ‘왜 지역먹거리운동인가 -윤병선-’에서 상당부분 인용하였습니다.

-이 글은 녹색평론 관악지역 독자모임 발제문입니다. 모임은 2009년 1월 31일 오후 2시, 생태채식연대 부설 참살이연구원에서 열립니다.

생태채식연대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ecov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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