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초록세상 사람들

아들과 함께 대전~부산까지 걸어서….

누가 세상을 각박하다고 했을까요?
누가 세상을 춥고 어둡다고 했을까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밝고, 따뜻하고, 희망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지구 환경을 염려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누리고 있는 편리함과 풍요는 지구 환경과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듯합니다. 저는 우연히 2004년 3월에 판촉용 스텐리스 컵을 얻은 후 ‘이 컵만 가지고 다니면 1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날 이후 항상 그 컵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면서 종이컵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낀 종이컵만 해도 3500여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제 주변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준 스텐리스 컵(애칭: 조롱박)도 2500여개가 됩니다. 제가 실천을 해보니 종이컵이 없이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후 작년 10월에 대전에서 금강하구까지 3일 동안 아들과 함께 1차 행군을 했고, 올 봄 4월 19일에 대전에서 서울까지 6일 동안 2차 행군을 했고, 지난 달 10월 18일부터 10월 30일까지 12일 동안 아들과 둘이서 ‘조롱박 부자 3차 행군 대전역에서 부산역까지, 지구에서 종이컵을 몰아냅시다.’라는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등에 걸고 무사히 행군을 마쳤습니다. (하루는 비 때문에 걷지 못함)

1차 행군 3일 동안 77km, 2차 행군 6일 동안 155km를 성공했지만 이번 3차 행군을 준비하면서 12일간의 328km을 걷는다는 것이 너무나 두렵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구를 걸어서 한 바퀴를 돌아보겠다는 애초에 먹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다가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가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영규(초등 4학년)와 함께 출발을 했습니다. 3번째 하는 행군이었기에 역시 몸도 마음도 가벼웠습니다. 전형적인 맑은 가을 날씨였기에 한 낮은 조금 덥기까지 했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너무나 상쾌했습니다. 대전에서 출발하여 옥천, 영동, 김천, 구미, 왜관, 대구, 경산, 청도, 밀양, 원동면, 부산화명동, 부산역까지 각 도시마다 1박을 하면서 12일 동안 온전히 가을을 만끽하는 도보여행이 되었습니다. 대전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는 동안 어디서나 볼 수 있던 벼 익는 황금 들녘, 쓸쓸히 까치밥만 남은 영동의 포도밭, 새들이 쪼을까봐 공포탄을 쏘아 놀랬던 김천의 사과 과수원, 길 양쪽 가로수가 감으로 주렁주렁 매달렸던 청도, 산 고개를 힘겹게 오르면서 내려 보던 낙동강… 이 모두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현수막을 등에 걸고, 행군 중에 필요한 물건을 넣은 유모차, 그리고 유모차 위에 종이컵으로 만든 커다란 공을 올려놓고 가노라니 많은 사람들은 희한한 저의 행색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행색을 유심히 보는 사람들에게 행군에 대한 목적이 적혀있는 책갈피를 나누어주면서 ‘대전에서 부산까지 걸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 저와 제 아들을 다시 한 번 번갈아가면서 쳐다보곤 했습니다. ‘진짜로 걸어가는 겁니까?’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이가 염려스럽습니다.’ 등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행군 중에 ‘손숙, 한대수님의 행복의 나라’로 인터뷰 하는 것을 들었다는 분들도 뵐 수 있었고, 10월 28일 아침에 KBS2’세상의 아침’에 ‘조롱박부자의 행군이야기’가 방송되면서 밀양을 지나면서부터는 여러 사람들이 TV에서 본 사람을 실제로 본 것을 신기해하면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12일 동안을 대전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면서 느낀 소감은 부산역까지 328km를 성공적으로 걸어갔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밀양을 지나 원동면의 숙소를 찾아 가기위해 걷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너무나도 적막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산 고개를 아들과 둘이서 힘겹게 유모차를 밀면서 산을 넘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산 고개를 힘겹게 넘으면서 막막함과 숨참과 힘겨움을 달래가면서 ‘진짜사나이’ 군가를 개사한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너와나 환경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순간은 영규는 아들이 아니라 내 인생의 힘겨운 짐을 함께 나누는 동지가 된 느낌이 들어 그 벅찬 감동의 기억은 아직도 눈시울과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흔히 ‘세상은 각박하다’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 것은 내가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먼저 활짝 열고나니 햇살이 내 마음으로 들어와 세상은 너무나 밝고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군을 하는 저희 부자를 보면서 차안에서 ‘화이팅’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시는 분, 점심을 사 먹으라고 달려와서 영규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시던 분, 길에서 생과자를 구워 파시면서 과자 한 봉지를 영규에게 안겨주시던 분, 제가 무료로 나누어주는 조롱박(환경컵)을 미안스럽게 받으시면서 ‘종이컵 안 쓰겠습니다.’라고 다짐을 하시는 분, 차 한 잔하고 가라고 하시면서 커피와 껌을 내주시던 복덕방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등 저희 조롱박 부자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지구에서 종이컵을 몰아낼 날이 멀지 않았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힘이 되었던 말은, 제가 책갈피를 나누어 주면서 ‘종이컵을 쓰지 말라고 대전에서 부산까지 걸어왔습니다.’ 라고 말하니 우리 뒤통수에 대고 ‘이런다고 종이컵을 안 쓰나?’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힘이 불끈 솟았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어떻게 더 보완해서 행군을 해 할지 청사진이 그려졌습니다.

내년 5월 초에는 제주도를 일주하려 합니다. 그리고 내년 10월에는 일본을 행군할 것이고, 2010년 이후에는 미국, 중국을 걸어서 횡단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종이컵을 상징적으로 해서 개인이 실 생활에서 실천해야할 환경운동에 대해서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한 달 한 달 살아가기 쉽지 않은 무명의 초등수학 수학강사이자 소시민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가 5년 째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니면서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분명 다른 분들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회용품의 사용은 후손들에 대한 우리의 합의된 범죄입니다.’ ‘지구환경의 67%가 이미 회복불능의 오염상태’입니다. 저는 제 아들과 둘이서 지구에서 종이컵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지구를 걸어서 다닐 것입니다. 세상의 변화는 바로 ‘나’ 하나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이제 바로 당신 한 명만 실천하면 됩니다.

대전~부산까지 3차 행군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조롱박 부자 김창현, 영규 올림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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