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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사람이 우물파기 : 2007년 대선굿판을 보며

목마른 사람이 우물파기 : 2007년 대선굿판을 보며

며칠 뒤인 12월 19일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날입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분들도 계시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찍을 것이라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투표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벌어지는 BBK 수사발표니 이리 붙고 저리 떨어지고 단일화하자는 등 숨가쁜 모습에 덩달아 초조해하며 혹시나 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어수선함은, 후보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과는 그다지 밀접한 관계가 없거나 그들이 애당초 별다르지 않은 정책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는 뜬금없이 이회창씨가 등장하여 20%에 가까운 지지율을 단번에 획득하며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것에서도 역설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을 자신의 정치적 도약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후보 자신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과 함께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들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런 단일화 과정에서 그 목표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달성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야의 이러한 여야의 이합집산하는 후보단일화에 반대하는 여론 또한 39%에서 50%에 가까운 것을 보면 이미 다양해진 이해와 요구를 정치가 자신의 목표에 억지로 집중시키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각종 선거에서 찍을 후보가 없다고 말하는 부동층이 40%를 넘고 있는 정치의 위기,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다는 대의민주주의 그 자체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기문씨가 UN의 사무총장이 되어 현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세계기후변화협약 회의와 관련하여 전 세계 지도자들과 만나며 지구가 처한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 지금까지의 경제 발전과 성장 방식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지금 이 때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대운하 같은 1970년대식 대개발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이명박씨는 전 세계가 지금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 관심이나 있는 분인지 의심이 갑니다.

물론 40%에 가까운 국민들의 이명박씨에 대한 지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이 국민들과 함께 위기극복에 성공하지 못한 채 도리어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흐름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의 반증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금 시대의 전 지구적 요구를 무시하는 ‘강력한’ 리더쉽은 많은 국민들의 처음 바램과는 달리, 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다양한 열망을 조화로운 공존으로 포용하지 못한 채, 결국 잇따르는 시위와 공권력 사이의 짜증나는 폭력을 낳으리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이미 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민주개혁세력의 단일화를 말하는 민주통합신당의 정동영씨나 문국현씨의 창조한국당은 어떤가요?

풀꽃세상이라는 모임에서 그 곳 분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젊은 농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곧잘 이게 중요하다 저게 중요하다고 하며 법 없이도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주장하는 흐름으로 동원되기를 바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힘없이 이름없이 살고있는 보통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한바탕 난리법석에 관계없이 세상을 사는 법 정도는 알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군사정권이 끝난 뒤에도 북치고 장구치고 불러대던 민주세력 단결의 구호 속에 결국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또 앞으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얻으려는 이득은 무엇이겠습니까.

BBK 의혹을, 삼성 비리 의혹을 검찰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BBK 수사의혹을 제기하며 붙들고 늘어지는 정치꾼들 누구도 이 황량한 난리법석에 국민의 손을 붙들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시민사회진영의 새로운 시민참여형 정당 창당을 검토할 적에는 사회적으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뜬금없이 정치하겠다고 나온 문국현씨의 급조된 창조한국당에 모여 결국은 정동영씨와 민주대연합을 하자고 떠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낡은 깃발을 흔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창조한국당에 참여하며 명분으로 외치던 새로운 정치라는 수사가 결국은 자신의 정치계로의 진출을 위한 모사꾼들의 그것이었다는 국민들의 싸늘한 비판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말 못하는 짐승들처럼 밟히고 당하고 빼앗기며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회적 약자들-승자독식의 경쟁에서 자신만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각종 시험공고판을 전전하거나 컴퓨터게임에도 빠져보고 그도 저도 끼지 못하고 알바를 전전하며 이러 저리 무리를 지어 방황하는 88만원 세대의 젊은이들이나 외국의 거대자본에 맞서 극단적인 시위밖에 할 수 없는 농민들이나 몸이 아파도 동네 보건소나 들러 약 사먹는 서민들이나 이 보잘 것 없는 한 무리의 생명들과 함께 고난의 십자가를 대신 지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17대 대선의 매서운 찬바람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냉혹한 메시지일 지도 모릅니다.

이미 지금 시대는 민주주의공화국 수립 이후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군사독재 시절의 민주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제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한 생명체 공멸의 위기>, <굳어져가는 계급 세습구조-빈부격차>,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 윤리의 급속한 붕괴와 공동화>, <비정규직 88만원세대로 대표되는 미래세대의 좌절>, <준비없이 닥치는 노령화 사회> 등

아직도 좌우익 진보보수의 논리로 사람들을 오리가리 찢어내려는 것은, 굳이 소련의 멸망이나 지구 자체의 절멸위기를 말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민주노조 쟁취에서 시작되어 이기적 이해집단화 되어버린 대공장조합주의에서 보아왔던 바와 같이, 서민의 슬픔을 집단적 분노와 복수로 몰고 가는 반란의 역사를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민참여형 정당의 창당을 위해서 일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 앞에 주어진 이 새도운 도전 앞에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출근해서 퇴근하자마자 밥 쑤셔 넣고 뻗어 잠을 청하는 보통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당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풀뿌리민주주의나 민중권력이니 노동자권력이니 하는 것조차 모두 거짓말인 선동이라는 점, 남의 나라의 한 무더기의 정책도 소용없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장이 아닌 생활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운동으로 꿈틀대는 현실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못살겠다는 아우성에는 함께하지 않으면서도 ‘능력있는 사람들’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는 정치란 결국 엘리트출세주의의 나약한 한탄일 뿐이라는 점, 아무도 자신을 대신해서 인생을 살아주지는 않으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한다는 점.

밖을 돌아다보면 때로는 화가 치미기도 하고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생명들이 불쌍해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하나 분명 이 썩어가는 한무더기의 거름덩이 속에서도 미래사회의 희망은 이 냄새나는 오물들을 자양분 삼아 숨죽여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배고픔을 참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하여 배고픔을 극복하고 수 십 년간의 군사독재를 끝장낸 사람들입니다. 어느 누구도 군사독재시절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진보이던 보수이던 어느 누구도 현재 벌어지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위기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누구 때문입니다.

아무도 자기 자신을 대신하여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이것이 이 외롭고 쓸쓸한 굿판이 우리에게 칼로 새기는 아픔처럼 가르치고 있는 알짬입니다.

집에서 돌봄노동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아토피와 생활에서 겪게 되는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이웃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봅시다.
두발이나 입는 옷으로 구속하려는 틀에 박힌 교육에 염증난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토론해 봅시다.
사회가 바뀌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여 보통사람들이 참여하고 주인이 될 수 있는 정치를 요구합시다.
알바라서 휴가달라는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던 젊은이들도 근로기준법을 함께 읽어봅시다.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출발은 어디라도 좋습니다. 자신의 생활에서부터 친구들과 이웃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생활의 변화에서 이미 혁명은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면 분명 그곳에 이러한 보통사람들의 조그만 혁명에 함께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그 또한 썩어 없어질 한때의 헛소동이겠지요.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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