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초록정책 활동소식

새천년 시민사회선언 –참여와 공생의 시대로

새천년 시민사회선언
–참여와 공생의 시대로

1. 20세기를 돌아보며

문명의 시대이자 야만의 시대였던 20세기

– 20세기는 눈부신 경제적·기술적 진보를 성취한 시대였다. 산산력의 눈부신 발전
은 지구촌 한쪽에 절대풍요의 시대를 열었다. 달나라 탐사를 넘어 화성탐사가 실현
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우주시대가 개막될 지 모르는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컴퓨터
혁명과 정보기술혁명은 인류의 삶과 의사소통의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으며,
마치 테크노피아가 눈앞에 다가올 것 같은 인상을 자아내고 있다. 의학과 생명공학
의 발전은 돌리양의 탄생에 이어 인간복제를 눈앞에 두는 시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이러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20세기는 인류사에서 가장 파괴적
세기였다. 무분별한 개발·성장 일변도의 정책은 생태계의 파괴와 전지구적인 환경
위기를 낳았으며, 지구촌 한쪽에서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공생적 가치와 공동체 관계는 경쟁과
효율의 이데올로기에 압도되었고, 그 결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
다. 20세기 성장일변도의 흐름은 물량주의와 소비주의를 증폭시켰고, 이는 20세기를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한 욕망의 시대로 만들었다. 성장주의가 동반하
는 집중과 위계의 문화는 자율·자치·분권을 향한 노력을 질식시켰다. 또한 20세
기는 한편에서 인종적·민족적 정체성의 증대를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종
적·민족적 적대와 증오, 그로 인한 전쟁과 집단학살로 점철된 시대였다. 이런 점에
서 20세기는 문명의 시대이자 동시에 야만의 시대였다.

– 20세기의 이러한 양면성은 유토피아를 향한 인류의 또 다른 실험을 불러일으켰
다. 시장경제체제의 비인간성과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다양한 실험은 20
세기 내내 진행되었다.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인류의 새로운 체제실험은 사회주의
를 낳기도 했으나, 사회주의는 좌익 전체주의와 경직된 계획경제체제로 인해 실패
함으로써 또 다른 비극의 원천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볼쉐비키혁명의 환호 속에서
맞이했던 20세기는 공산당체제의 붕괴에 따른 좌절 속에서 막을 내렸다. 20세기 소
수의 선각자들에 의해 제기되던 지구환경에 대한 우려는 이제 체제와 국경을 넘어
전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신자유주
의적 세계질서는 인류공동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제어되지
않은 시장의 비인간성과 야만성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지금 지구촌의 많은 시민·
사회운동단체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표명하고 있
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는 경제적 성장과 물질적 풍요에 힘입어 대중의 힘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민주주의적 참여제도가 크게 확대된 대중의 세기로 기록될 것
이다. 사회복지제도, 의무교육제도 등이 확산되었고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가 보급
되었으며 보통선거권, 여성참정권이 보편화되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에 힘입어 시민참여의 제도적·기술적 가능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쌍방향성에
기초한 새로운 대안적 문화와 관계의 형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변화와 함께, 20
세기는 민주주의와 인권,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양성평등,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증진됨으로써, 20세기의 실패를 성찰하고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주체적
기반도 확대된 세기였다.

성장일변도로 달려온 한국사회

– 20세기 전반의 한국근대사가 주체적 근대화의 실패, 제국주의적 지배에 대한 저
항의 역사였다면, 20세기 후반의 한국현대사는 개발과 성장만을 목표로 달려왔던
‘압축적 근대화와 냉전’의 역사였다. 국민은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성장을 대
가로 독재와 저임금의 고통을 감내할 것을 강요받았으면서도 보랏빛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압축적 근대화는 20세기 인류사가 그랬던 것처럼
비록 성장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였지만, 우리 사회에 물질만능주의와 부패정치의 심
화,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갈등, 경제적 불평등의 구조화, 지역적·사회적 불균등, 환
경파괴와 생태계 위기, 성차별, 권위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사회문화 등 심각한 부작
용을 초래하였다. 병든 자본주의와 불완전한 민주주의, 그리고 왜곡된 사회시스템로
요약될 수 있는 20세기 한국의 냉전적 개발독재시스템은 이 세기 후반에 와서 그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며 한국사회에 총체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2. 세기말의 새로운 도전

– 20세기의 끝에 선 우리는 인간다운 사회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 위협받는 사회
를 직면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바로 20세기의 성취 위에서 20세기의 한계를 넘어,
21세기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21세기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우리
의 행진을 위협하고 있는 조건 중 핵심적인 것은 바로 ‘규제되지 않은 세계화’와
‘정체된 민주개혁’이다.

규제되지 않은 세계화가 제기하는 새로운 위협

– 개인의 삶이 초국가적 차원에 의해 더욱 많은 영향을 받는 세계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세계화가 어떤 질과 성격을 가지
면서 진행되는가하는 점이다. 정보기술혁명과 자본운동의 범세계화에 의해 촉진되
는 세계화는, 효율의 이름 아래 무한경쟁과 시장만능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
주의적 세계화’로 진행됨으로써 국제적· 국내적 수준에서 민주주의의 후퇴와 민중
들의 삶의 질 악화, ’20:80 사회’로 상징되는 양극화, 초국적 자본들의 지배확대 등
을 가져오고 이는 지구촌 민중의 삶에 새로운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규제되지 않
은 세계화의 이념적 기조가 신자유주의라고 한다면, 기술적 기초는 정보화라고 할
수 있다.
규제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각 국민국가는 복지정책 보다
는 자본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신성장주의 노선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그동안 민중들의 피땀어린 투쟁을 통해서 쟁취하였던 각종 사회보장 장치들을 무력
화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이제 “규제되지 않은 ‘초국적 자본독재'”의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다. 새로운 범지구적 민주주의 규제장치가 존재하지 않은 상
태에서, 민중들의 피땀어린 투쟁을 통해 획득된 일국적인 사회보장기능과 경제관리
기능은 파괴되고 점차 빈껍데기로 되어가게 된다. 정치와 시장은 분리되고, 국가의
장래가 유권자들의 손을 떠나 세계시장의 동요에 맡겨지게 된다. 신자유주의적 세
계화가 민주주의의 최대위협으로 간주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규제되지 않
은 세계화의 새로운 위협 속에서 시민·사회운동은 신자유주의를 역류하여 국내
적·국제적인 양극화와 비인간화에 대항하여 싸워야 하는 조건에 처해있다.

정체되고 있는 민주개혁

–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역류 속에서, 50년 만의 정권교체를 통해 탄생한
‘국민의 정부’는 정작 압축형 근대화 과정 속에서 고착화된 비인간적인 개발독재체
제를 혁신해야 하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개혁은 구체제의 창조적 파괴
이며 새로운 체제의 창조적 건설과정이다. IMF 위기는 그동안 개발독재체제 속에
서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 경제의 환부를 적나라하게 노출하였다. 지금시기의 개혁
은 단순히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이 아니라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재벌체제의 문제
등 구조적 문제들을 척결하고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정부의 개혁과정은 구 국가질서 및 시장질서의 과감한 민주적 개혁에 접근하지
못하였고,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개혁에 이르지 못하였다. 국민정부의 개혁은 외환
위기를 극복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독점재벌 중심적 구조, 복지 없는 성장
주의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지는 못하였다. 그리하여 소수 재벌 중심의
경제력 집중구조에는 변화가 없고, 소득분배구조의 악화 및 고실업, 고용불안 등 새
로운 민중생활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국가보안법으로 상징되는 반공냉전
적 사회통제질서 및 기존의 정치적·사회적 지배구조는 대수술을 경험하기 보다는
성형수술을 한 채로 기존의 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민주
개혁의 정체에는 기본적으로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주된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은 주
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개혁의 정체는 강력한 개혁주체세력을 형성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또한 정권내 개혁담당주체들이 개혁의 대의 보다는 기존의 관료
적 구조에 안주하는 ‘개혁의 관료화’ 현상으로 인하여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민정
부 2년의 역사는 시민·사회운동의 적극적인 행동과 압력이 없으면, 개혁이 확산·
심화되어 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 이런 점에서 새천년의 길목에 선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
고 있는 것이다. 규제되지 않은 세계화와 정체되고 있는 민주개혁이라고 하는 이중
의 도전을 직시하면서, 우리는 이를 헤쳐나가는 새로운 비판의식과 새로운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를 새천년 시민·사회운동의 신비판주의(new
criticism)와 신행동주의(new activism)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새천년의 축포에 젖어들기 보다는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새로운 고투의 시작을 다
짐하게 된다.

3. 새천년 신비판주의와 신행동주의를 향한
시민·사회운동의 비젼과 결의

21세기 한국사회를 참여와 공생의 사회로

– 새천년 신비판주의와 신행동주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협을 뚫고 과감한
민주개혁을 통해 21세기를 참여와 공생의 시대로, 또한 21세기의 한국사회를 참여
와 공생의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한 인식이자 실천이 될 것이다. 신비판주의와 신행
동주의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참여와 공생의 한국사회는 가장 작은 자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공생적 복지사회,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간의 공존적 삶이 가능
한 환경친화적 생태사회, 인간의 기본적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사회적·경제적
권리, 그리고 소수의 권리가 보장되고 참여 자체가 국가운영의 기본원리가 되는 참
여형 민주인권사회, 성에 근거한 왜곡된 남녀 역할 정형화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성평등사회, 중앙집중주의·위계주의를 넘어서서 분권화, 자치와 자율이 보장되는
분권적 자치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안적 가치와 행동의 진원지가 되어야 하는 시민·사회운동

– 참여와 공생에 기초한 대안적 사회를 만들어감에 있어 우리 시민·사회운동은 대
안적 가치와 대안적 행동의 진원지가 될 것을 자임한다. 21세기 시민·사회운동은
생태학적 생명주의, 환경친화성, 노동친화성, 공공성, 양성평등, 비폭력평화주의, 자
율과 분권화, 주민자치, 공동체적 연대성이 지배하는 대안적 질서의 지적 진원지가
되어야 하며, 대안적 가치를 실천하는 행동의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

– 시민·사회운동을 지탱하고 있는 진보적 가치들 간에는 일종의 ‘불균등발전’과 불
일치가 존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면서도 생태주의적 관점에서는 보수적
인 경우도 있고, 환경문제를 인식하는데 있어 진보적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인 경우도 많다. 또한 환경문제와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적이
지만, 성평등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제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시민·사회운동 내부에서는 진보적 가치들이 ‘상호침투’하여야만 한
다. 친환경적 가치와 태도, 양성평등적 가치와 태도, 친노동적 가치와 태도 등은 모
든 시민·사회운동이 공유하여야 하는 공통가치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민·사회운동은 진보적 가치를 공유하고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여
야 한다.

시장은 인간적·생태적·사회적 관점에서 규제되어야 한다

– 21세기 시민·사회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촉발하는 시장만능주의의 흐름
에 맞서서 시장의 비인간성과 가혹성을 인간적·사회적·생태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쟁과 효율만이 중시되고, 인간을 끊임없이 경쟁
으로 내모는 체제, 성장만이 중시되고 함께 사는 삶 자체는 근원적으로 부정되는
체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생태계는 언제든지 파괴되어도 좋은 것으로 간주
되는 성장일변도의 체제는 인간성에 부합하지 않는 체제라고 우리는 규정한다..
시민·사회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근대사회는 자유경쟁적 시장을 만들기 위한
역사가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공적으로 규율하고 인간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싸움
의 역사였다. 그러한 성찰적 노력과 투쟁이 있었기에 그나마 자본주의는 순치될 수
있었다. 세기말인 지금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시장은 인간적·생태적·사회
적으로 규제되지 않고, 본래의 가혹성으로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이런 점
에서 시장을 인간적·생태적·사회적 관점에서 통제하기 위한 민주적 규제방안이
새롭게 강화되어야 한다.

– 나아가 시장의 인간적·사회적·생태적 규제를 위한 노력은 국민국가적 수준을
넘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규제하는 새로운 전지구적 민주주의 규칙을 만들기
위한 투쟁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여기서 외채탕감,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IMF를
포함한 국제금융기구의 민주적 개혁 등 국제경제질서의 개혁을 위하여 다양한 민
주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21세기 시민사회운동은 헌신하여야 한다.

– 또한 비록 ‘현존사회주의’에 의한 ‘반(反)시장’적 실험은 실패하였지만, 분배 정의,
인간의 경제적 요구에 대한 사회적 책임, 자주관리, 소외되지 않는 노동, 시장의 비
인간성에 대한 사회적 통제 등이 실현되는 민주적 ‘체제’에 대한 추구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러한 체제적 대안의 추구와 함께, 공동체, 협동경영, 생태
공동체, 협동조합 등 다양한 탈(脫)시장적 실험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 이런 점에서 새천년 신비판주의와 신행동주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의해 만
개하고 있는 신시장주의에 맞서서 시장을 인간적·사회적·생태적으로 규제하기 위
한 비판과 행동을 지향한다.

평화와 공존을 위한 시민·사회운동의 역할

– 냉전의 시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산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적 정치군사질서는 세계체제의 평화를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
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패권’과 결합된 정치군사적 패권주의는 과거 식민주
의의 왜곡된 유산 및 다양한 문명적·인종적·민족적 갈등요인과 결합되면서, 탈냉
전시대를 여전히 분쟁의 시대로 만들고 있다. 지난 세기동안 인류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갈등이 때로는 집단학살, 인종청소, 테러 등 극단적인 반인도주의적인 양상
으로 표출되어왔다는 점에서 평화주의는 21세기 인류사회가 지향하여야 하는 가치
가 되어야 한다.

– 한반도는 탈냉전의 세계사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전의 고도(孤島)’로 남
아있다. 분단 50여년이 넘어 새로운 세기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제
약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통일은 가능한 모든 차원에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
고 민족적 단합을 다시 이루어내며, 휴전선 철조망을 제거하고 그 철책언저리에 포
진하고 있는 적대적 군사력을 철수시키며, 나아가 서로를 겨냥하고 있는 적대적 무
기체계를 파기함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외국군과 핵무기의 철수도 당연히 포
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은 평화를 전제한다. 그런 점에서 통일이란 영토와 민족
의 단순한 재통합이 아니라 평화주의에 기초한 민족의 통합적 재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의 평화운동은 한반도를 여전히 냉전구조로 지속시키
고 남북화해를 저해하는 우리 내부의 다양한 극우반공주의적 도그마와 반통일적 제
도, 의식, 세력, 정치군사적 질서를 척결하고 극복해가는 운동과정이 되어야 한다.
북한을 언제든지 이라크와 같은 ‘응징’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강대국의 패권주의적
위협을 뛰어넘어, 군비경쟁의 지양과 평화군축 등이 당면의제로 설정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척박한 내부현실을 뛰어넘어, 평화를 향한 민간교류와 민중연대가 실
현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운동은 통일운동이나 평
화군축운동의 과제를 넘어, 시민사회운동의 공통과제로 자리잡아야 한다. 20세기 가
장 첨예한 냉전의 현장이었던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와 공존의 꽃을 피우는 것은
21세기의 세계평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21세기의 화두는 여전히 참여와 민주주의

– 21세기 시민·사회운동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영역과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체
계와 생활세계의 전영역과 수준에서도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다짐
한다. 국가권력, 시장권력, 언론권력, 문화권력 등 모든 권력은 자신을 절대화하고
자신을 은폐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민(民)에 의해 규제되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타락한다. 20세기의 제3세계 권위주의정권 및 사회주의권력의 타락과 절대화는 이
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권력의 절대화 경향을 감시하여 그것이 민
의 권력이 되도록 하고, 권력을 투명하게 하고 참여에 기초한 권력이 되도록 하여
야 한다.

– 나아가 21세기 시민·사회운동은 생활세계에서의 민주적 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외재적’ 권력과 싸울 뿐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또한 우리 서로
간에 있는 권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불평등한 권력관계는 우리의 가
정과 학교와 단체, 일상생활현장 속에도 존재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관철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해서는, 참여, 분권화, 자치, 자율이 대안적인 사회운영원리
로 정착하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기존의 위계적이고 중앙집중적인 질서 대신에 분
권화되고 자치와 자율이 존중되는 질서를 의미한다. 참여가 투표소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사회적 과정에서 관철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도로와 학교 건설, 공원 및 교통망 신설 등 시민의 일상적인 삶과 관련된 주요업무
들이 시민의 직접적 참여 속에서 결정되고 관리되는 ‘생활자치’가 실현되는 데 진정
한 민주주의가 존재한다. 이러한 민주주의, 참여, 자치, 자율의 실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생활현장운동, 주민자치운동 및 지역운동의 활성화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주민
의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주민자치형 지역운동의 활성화는 참여와 분권화, 자
율, 자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원동력임을 다시 확인한다.

-21세기 민주주의에서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은 더욱 중요성을 갖는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국민들이 행정명령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이 일상적으로 권력행사
의 전과정에 투입되고 반영되는 쌍방향적인 참여민주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
에서 쌍방향성은 시민·사회운동의 지향하여야 하는 중요한 원리로 채택되어야 한
다. 우리는 지식정보사회의 도래와 과학기술정보혁명의 진전이 인간의 삶에 대한
‘전체주의’적 통제가 아니라, 이러한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을 촉진하여 민주주의의
심화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권력은 일방적으로 행사되는 것이 아
니라, 참여적 의사소통과정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운동은 21세기에도 민주주의의 실질화, 나아가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21세기는 여남(女男)평등, 여남 공동참여사회가 되어야 한다

– 지난 20세기가 남성 중심의 역사로 발전해 옴으로 해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
사회는 불완전한 반쪽사회로 고착되어 왔다. 근대산업사회에서 남성은 경제를 책임
지는 부양자로 여성은 가정을 전담하는 현모양처로 이원화됨으로써 차별적인 성별
분리가 강화되어왔다. 그러나 사회적 영역에서 일정하게 남녀평등이 확대되었음에
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다양한 사회적 영역에서 공식적·비공식적인 성
차별이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으며, 가족 내에서도 가부장제가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구조는 공사(公私) 구분과 동일시되면서, 가정영역은 사적 영역으
로 아예 무시되거나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고 여성은 바로 그 하찮은 영역을 담당
하는 존재로 인식되면서 여성의 삶과 경험은 공적 영역으로부터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 사회가 온전한 민주사회로 발전하려면 왜곡된 성별 분업이 폐지되
어야 하고 지금까지 경시되어온 여성의 능력과 경험, 나아가 여성적 가치가 온전하
게 발취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사회발전에 여성이 남성과 함께 동
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성차별적인 법, 제도, 관행, 태도가 변화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변화하여야 할 영역 중의 하나로 가족을 들 지 않을 수 없
다. 사회보장 및 복지체계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현실 속에서, 가족은 사회나 국가
를 대신해 개인의 부양에 전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이런 속에서 친족을 중심으로
배타적인 이해관계, 왜곡된 연고관계, 과잉교육열 등 가족이 도구화되어 있고 이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강한 친족·
가족의식과 결합되면서 폐쇄적 가족주의가 더욱 강고하게 뿌리내리게 하였다. 이제
가족은 성차별이 구조화되어 있는 현장이자 닫힌 사회를 유지하는 기초가 되고 있
다. 자기 가족의 문제를 위해서는 온갖 것도 할 수 있는 시민들이, 함께 사는 사회
를 위해서는 손 놓고 있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폐쇄적 가족
주의는 연고주의, 학연·지연 등과 결합되면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회적 관계, 열
린 사회를 만드는데 장애로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시민사회운동은 폐쇄적
가족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적 가족모델을 탐색하여야 하며, 성평등에 기초한 열린
가족의 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가, 시장 중심에서 시민사회 중심으로

– 민주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와 시장 중심의 사회에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존재하는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
사회는 반공냉전체제와 개발독재체제 하에서, 국가의 독재논리 또는 권력논리, 시장
의 이윤논리 또는 경쟁논리만이 지배하였다. 달리 표현하면 국가·시장 대 시민사
회의 극단적인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다고 할 수 있다. 민주개혁 혹은 민주
화는 바로 이러한 불균형을 극복하면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균형잡힌 상호관계
를 형성하여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활성화가 필
수적으로 요구되며, 활성화된 시민사회는 국가와 시장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촉진
자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시장의 인간화를 위한 견제자이자 감시자가 되어야 한
다. 국가정책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하여, 나아가 시장의 비인간성을 통
제하고 공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시민사회는 국가와 시장을 감시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 이러한 시민사회의 파수꾼적 역할을 유지하여 가기 위하여, 시민·사회운동은 한
편으로는 국가의 권력논리와 시장의 경쟁논리를 넘어서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 내의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와 그에 기초한 저항을 넘어서야 한다.
80년대 이후 민주화 속에서 국가의 권력논리에 의해 시민사회가 종속되었다고 하면
그것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추동하는 거
센 시장주의의 힘이 강화되어 시민사회를 위협하고 있으며, 새롭게 시민사회 내 이
익집단들의 저항이 공공성 실현을 제약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상황 속에서 시민·
사회운동은 시민사회의 성찰적 변화를 촉진하면서 국가와 시장의 공공적 파수꾼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비판자를 넘어 대안적 사회리더쉽을 형성해가는 시민·사회운동

– 97년 말 외환위기와 IMF 금융지원체제로의 전환은 한국사회를 운영하던 구 패러
다임의 붕괴를 의미한다. 구 패러다임의 붕괴는 구 패러다임의 유지와 운영에 책임
이 있는 세력들의 사회적 리더쉽이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IMF 이
후 우리 사회에 새로운 사회적 리더쉽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리더쉽도
바로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리더쉽에 기초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운
동은 감시자나 비판자의 역할을 넘어, 국가운영의 중요한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이
제 시민사회 및 그를 대표하는 시민·사회운동은 국가운영의 보조축이 아니라, 기
본축이 되어야 한다. 국가와 시장이 감시받는 차원을 넘어서서, 시민과 민중의 참여
가 국가운영의 필수적 전제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운
동은 건설적인 비판자와 감시자임을 뛰어넘어, 21세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대안건설자이자, 새로운 사회리더쉽의 중추가 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새시대는 새로운 연대를 필요로 한다–전국적 개혁네트워크를 향하여

–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21세기 시민·사회운동의 행진은 새로운 연대를 필요로
한다. 87년 6월 항쟁에서 정점에 이른 민주화운동의 헌신적 투쟁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는 시민사회적 운동공간이 폭넓게 확장되었고 이는 현재의 ‘시민·사회운동
의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하였다. 87년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의 시민·사회운동은
한편으로는 노동운동 등 민중운동의 조직적·정치적 발전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다
양한 부문적·지역적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운동의 발전으로 특징지워질 수 있
다. 즉 계급적·사회적 행동주의(class and social activism)의 ‘심화’와 시민적 행동
주의(civic activism)의 확산으로 특징지워질 수 있다. 이러한 시민·사회운동의 발
전과 분화 속에서, 시민·사회운동 간에는 ‘경쟁’이 존재하여왔다. 이는 시민·사회
운동의 발전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새로운
운동의 전진을 위하여는 경쟁 속에서도 바람직한 분업과 협업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런 점에서 사안별 일회적 연대를 넘어 시민·사회운동의 지속적인 개혁네
트워크와 연대틀이 구성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개혁네트워크는 기존의 서
울 중심의 연대를 넘어, 전국에 산재하는 개혁적인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연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개혁네트워크는 노동운동, 민중운동과
시민운동간의 새로운 연대성을 정립하여야 하며, 다양한 부문 운동간의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새천년을 맞아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전국적 개혁네트워
크의 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시대는 새로운 연대를 필요로 한다.

-희망적인 미래는 오늘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주체적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새 밀레니엄’과 관련된 각종 논의들이
자아내는 보랏빛 환상을 경계하면서, 21세기 역시 참여와 공생이 보장되는 인간다
운 사회를 향한 긴 고투의 시기임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 21세기를 희망
의 세기로 만들기 위한 당면과제들을 분명히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결의
를 다짐한다.

2000. 1.5.

거제환경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경기북부환경연합/경기여성단체연합/경남여성회/경주환
경연합/고양환경연합/과천환경연합/광명녹색연합/광양환경연합/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광주환
경연합/군포환경자치시민회/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독여민회/그린훼밀운동연합/남해환경연합/
녹색연합/녹색연합충청본부/녹색교통/당진환경연합/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구녹색연합/대구
여성회/대구환경연합/대전여민회/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대전환경연합/도시연대/마산창원환경
연합/목포환경연합/부산녹색연합/부산성폭력상담소/부산여성사회교육원/부산환경연합/서산태
안환경연합/서울환경연합/서천환경연합/설악녹색연합/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새움터/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수원여성회/순천녹색연합/시흥환경연합/안산환경연합/안양군포의왕환
경연합/안양여성회/언론개혁시민연대/여성사회교육원/여수환경연합/울산여성회/울산참여자치
연대/울산환경연합/원주환경연합/이천여주환경연합/인천녹색연합/인천환경연합/전국여성농민
회총연맹/전북여성단체연합/전북환경연합/진주환경연합/제주여민회/제주환경연합/제천환경연
합/참여연대/창녕환경연합/천안아산환경연합/청주시민회/청주환경연합/춘천환경연합/충주환
경연합/충북여성민우회/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평택환경연합/평화를만드는여성회/포항여성회/
포항환경연합/한국보육교사회/한국불교환경교육원/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
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연합/한국여성장애인연합/한국여신학자
협의회/함께하는시민행동/함께하는주부모임/환경정의시민연대/횡성환경연합.(총 10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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