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초록정책 활동소식

국무총리 정책제안(물의날)

[제5회 물의 날]에 즈음한
환경운동연합 정책 제안

1. 1주년을 맞는 [환경대통령 선언]과 [물관리종합대책]

오는 3월 22일은 92년 UN총회에서 제정을 결의한 후 다섯번째가 되는 “물의
날”이다. 또한 작년 김영삼대통령이 [녹색 환경의 나라 건설을 위한 환경복지구
상]을 밝히고 스스로 [환경대통령]이 될 것을 선언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당시 대통령이 천명한 [환경복지구상]은 우리나라의 환경문제가 마침내 대
통령의 ‘환경선언’이 발표될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했지만 92
년 리우선언의 정신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최초로 받아들였다는 역사적 의미도 가
지고 있었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에서 [물관리종합대책
수립계획]을 보고함으로써 이 날 선언은 훨씬 실천적인 의미를 더했던 것이 사실
이다. 이후 이 선언은 작년 8월 12일 [녹색환경나라 건설을 위한 실천계획]과 [
물관리종합대책]으로 구체화되었다.
비록 올 3월 22일이 1주년이 되는 해이기는 하지만 세부 실천계획이 수립된
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실천계획을 평가하는 것은 사실 무리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물관련 종합대책은 92년의 [제1차 환경개선중기종
합계획], 93년부터 16조여원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맑은 물 공급대책]과 95년의
[환경비젼 21]등을 통해 계속되어 왔고 현재의 [물관리 종합대책] 역시 그 연장
선상에 있음을 감안해 볼 때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92년이후 우
리나라 주요 하천의 수질은 수조원을 투자하고서도 이전보다 훨씬 악화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95년 한해만 보더라도 4대강의 평균수질은 3급수로 판명되었다. 4대강 수질측
정지점 20곳 중 1급수는 한 곳도 없고 11곳이 음용수 한계치인 3급수로 밝혀졌
다. 서울의 상수원인 팔당의 경우도 94년에 평균 1.2ppm이었으나 95년에는 지속
적인 정부투자에도 불구하고 1.3ppm으로 더 악화된 것이다. [맑은 물 공급대책]
으로 95년까지 8조여원이 투자된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
본방향의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몇 번에 걸쳐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정부에 물 관련 정책을 건의한 바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되며 이에 다시 한번
간곡하게 환경운동연합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한다.

2. 정부 물관리 정책의 문제점

가. 물 관련기구의 난맥상

현재 전국의 물관리는 환경부를 비롯, 건설교통부,농림수산부,내무부등에 걸
쳐 분산되어 있다. 이로 인해 물의 양뿐만 아니라 질이 다원적으로 관리되고 있
어 업무가 분산되고 종합적인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다목적댐과 공업용수 관
리는 건교부, 농업용수댐은 농림수산부, 수력발전댐은 통산산업부가 각각 맡고
있고 환경부는 수질관리를 맡고 있는 등 효율적인 수자원관리는 부처의 이해관계
에 의해 요원한 실정이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염물질이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야 하
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남한강 상류의 문장대 온천을 비롯해 전국 주요 하천
에 온천이 난립하고 있고 이는 내무부에 의해 관장되고 있다. 또한 주요 하천의
상류에는 각종 위락시설과 공단등이 무분별하게 허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환경부에서 아무리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을 짓고 고도정
수처리장을 짓는다 하더라도 ‘사후 약방문’일 수 밖에 없다. 부처 이기주의로 인
해 벌어질 심각한 수질오염은 이제 몇십조원을 투자하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치닫게 될 지 모른다.

나. 법체계의 문제점

물관리에 관한 또 하나의 난맥상은 바로 법체계에 있다. 환경부 소관의 [환경
정책기본법],[수질환경보전법], [하수도법], [오수분료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
한 법률], [수도법], [먹는물 관리법]등이 있고 [온천법], [지하수법], [하천법
], [소하천정비법]등은 타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런 각종 법령은 특정 시기
의 사회적 요구와 목적에 의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수자원관리의 기본목적
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상호 상충되기도 한다. 또한 수질보전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방해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범정부적인 물관리 정책을 위해서는 이들 법령을 단일한 이념으로 통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온천법]처럼 이미 낡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법들
은 이 단일한 방향하에 개정되어야 한다.

다. 주먹구구식 행정과 빈곤한 계획

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있어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주먹구구식 전
시행정과 철학의 빈곤에 있다. 이는 정부의 예산안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97
년 예산안을 보더라도 환경부 자체 예산 1조7백억원 중 상하수도 관리 등 물분야
에 투자되는 톤이 5천5백71억원이며 이중 대부분이 고도정수처리, 하수시설설치
비용 등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다름아니
다.
기본적으로 우수관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차집관로가 효과적으로 설
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 즉 신경망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화시설만
갖추게 될 경우 시설의 효과적인 가동이 불가능하다. 가장 경제적인 하수처리 농
도는 120-150ppm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빗물까지 섞여 70-80ppm에
불과한 하수를 처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상황인데도 수질은 계속 악화되
는 웃지못할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차집관로를 대규모 하수처리장에 연결
시켜놓은 지천에서는 수량부족으로 인한 수질악화와 이로 인한 수량부족의 악순
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설이 있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정화할 것인가도 역시 중요하다. 페놀이 한때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고 페
놀이 방출되지 않는 지역에서 이를 정화하는 것은 예산낭비다.
또한 하수처리시설 건설시는 지역의 개발계획을 면밀히 고려하여 인구변동,
공장시설의 특성 및 규모의 변동, 이로 인한 예상 오폐수의 특성 및 방출량, 그
리고 공사기간까지를 정확히 예측하여야 한다.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종합적인 계획하에 물관리 전반에 대한 구상을 가져
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 온전한 의미의 [물관리 종합계획]이 될 수 있다.

3. [물관리 정책]에 관한 제언

가. ‘물관리의 일원화’와 [수자원 기본법] 제정은 즉시 실시되어야 한다.

94년도에 상하수도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된 것은 진일보한 결정이었다고 생각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하천과 하수
도 등 물관련 행정의 일원화가 시급한 과제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96년에도 국
무총리 행정조정실을 중심으로 환경부, 건설교통부등 관련부서가 계속해서 논의
해왔던 문제로서 결국 개발논리를 앞세운 건설교통부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물관리 일원화’는 [대통령선언]과 [물관리
종합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중의 하나이고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이 작년에 청와대
에서 보고할 때도 의지를 가졌던 만큼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의 물문제
는 이전의 개발중심 사고로 결코 극복될 수 없으며 국무총리 직속의 [수질개선기
획단]으로 극복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건설교통부는 폐공
을 만들고 환경부는 전국에 흩어진 폐공을 찾아 다시 메우는 운동을 전개하는 모
습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행정체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수자원 기본법] 역시
즉각 제정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발과 환
경의 통합 개념은 실제 사업집행이나 예산배정에 있어 양자택일의 문제로 인식되
어 왔다. 그 결과 환경은 항상 개발논리의 뒷전에 밀려나곤 했다. 때문에 정부가
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물관리의 기본이념과 철학을
담은 [수자원 기본법]을 반드시 즉시 제정하고 이를 통해 상충되거나 비효율적으
로 흩어져 있는 물 관련 법안을 하나의 이념으로 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나. 전국 수자원에 대한 기초조사는 포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과학적인 물관리 정책은 충분한 기초조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나와있
는 물관련 자료는 물의 양과 질을 중심으로 한 자료에 불과하다. 또한 통상산업
부에서 2004년까지 완료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하수 조사도 분포량, 수질, 개
발가능량등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물관리를 위해서는 지표수,지하
수의 수맥조사에서 부터 인구,입주공장,방류되는 물질,하천의 특성등에 대한 조
사가 있어야 하고 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황에서 관리대책이 수립되어야 한
다.

다. 환경예산의 실질적 증액과 연구개발비를 늘려야 한다.

정부는 [녹색환경나라 건설을 위한 실천계획]을 위해 57조원을 투자하고 [물
관리종합대책]을 위해서는 90조원의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건교
부의 댐 건설 사업과 여타 부서의 고유사업 그리고 자치체의 예산을 총괄한 의미
이고 환경부의 97년 자체예산은 1조 7백억원에 불과하다. 96년 대비 38.8%가 늘
었다고는 하지만 강화되는 국제적 환경장벽을 극복하고 OECD의 환경기준을 충족
시켜야할 과제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이 중 연구개발비는 0.02%를
넘지 않아 89년 기준 독일의 0.035%나 네덜란드의 0.033%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
다. 충분한 조사 및 연구가 전제되지 않은 시설투자 중심의 정책은 많은 시행착
오와 예산낭비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연구개발비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있어
야 한다.

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계획은 재고되어야 한다.

수질이 계속 문제가 되고 결국 중요한 민심이반의 원인이 되는 지금도 정부는
지극히 반환경적인 수자원 개발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건교부는 94년을 기
준으로 볼 때 물의 공급량 315억톤에 사용량이 299억톤으로 16억톤의 예비량이
있는 반면 2011년에는 11억톤의 물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때
문에 30여개의 댐을 추가로 건설하여 물부족 사태를 막아야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일면적인 분석이다. 상수도관의 이음새불량과 노후화로 인해 하루 250만톤
의 수도물이 중간에서 새고 있다. 이는 전국 수도물 총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것으로 관리부실에 의한 물낭비가 얼마나 많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농
어촌진흥공사는 농어촌 수리시설의 노후로 용수의 35%가 손실되고 있어 이를 막
기위해 ‘자동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보완방안등의 종합적 고려없이 생태계 파괴의 주원인인 댐을 30여개나 짓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환경문제는 물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생
태계의 교란과 파괴를 감수해야 될 ‘제로섬게임’이 결코 아니다.
또한 현재 정부가 물관리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농진공과 국토개발원에 예비타
당성조사를 맡겨놓고 있는 ‘5대강 물길통합’ 계획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수자
원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상습적 가뭄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안된 이 계
획은 심각한 생태계 교란, 생물다양성의 훼손, 부영양화 심화로 인한 수질문제의
악화를 초래할 뿐이다. 최소한의 환경에 대한 상식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마. 물 절약을 위한 범국민적 실천계획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당 하루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94년 기준 394ℓ로 선진7개국의
평균 사용량 299ℓ보다 95ℓ나 많다. 특히 환경선진국인 독일의 1인당 사용량
200ℓ와 비교하면 두배나 많은 실정이다. 이것이 물 과소비로 인한 물 부족의 주
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수돗물 가격의 현
실화는 긍적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않된다. 물을 많이 사
용하는 공장이나 대규모시설에서 물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범국민적인 물절약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벌일 수 있는 방
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불필요한 댐건설을 줄일 수 있고 수질을 개선하는 데
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4. 마치며

유엔 지속가능개발위원회(UNCSD)는 96년 지구환경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수
자원의 낭비와 오염을 막기위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세계인구의 3
분의 2가 물부족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 중 물사용량은 인구증가율보다 2배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고 이런 추
세가 계속된다면 약 30년안에 55억명이 물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지역에 거주하
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식수의 부족량 즉, [물압박률]이 이란, 이라
크 등 사막국가와 비슷한 수준인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다. 즉, 물을 물쓰듯 하던
우리가 이제는 ‘물이 극히 희귀해 수입에 의존하거나 바닷물을 정수해 쓸 수 밖
에 없는 나라’로 분류되었다는 것이다.
물 관리 개념은 이제 이수(利水)나 치수(治水)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보수(保
水)의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의 전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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