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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특별법은 참여민주주의를 후퇴~ (이시재)

국책사업특별법은 참여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이시재(사회대학 사회학과 교수,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지난 1월 전남 영광군은 영광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건설허가를 취소하였
다.영광군에는 이미 원자력발전소 4기가 가동중이며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가 김양식장 등 주변의 어민들에게 엄청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인천시 서구 및 계양구청은 인천공항건설을 위한 진입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필요하다는 개발제한구역의 형질변경요구를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하였
다. 또 고양시에는 고속전철의 차량기지가 들어서면 환경오염이 가중된다는 이
유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으며 경부고속전철이 통과하는 많은 지역에서도 주
민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계획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정부 및 주
민들의 이러한 반발이 지자제실시이후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異變’으로 받아 들
이고 있다.
지방정부의 반대가 가져올 파장을 크게 우려하여 건설교통부에서는 [신공항
건설촉진법안]을 추진하고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한걸음 더나아가 [사회간접자본
(SOC)특별법]을 만들어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권을 제한하
여 행정을 간소화하고 행정력의 낭비를 막겠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결정
에 대해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지방정부, 지방의회, 그리고 주민 및 사회단체들
은 자치권을 수호한다는 의미에서 이 법안의 성립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의 수급을 원할하게 하고, 연간45조원 제조업의 매출액의 17.1%
나 된다는 물류비용을 고속전철의 건설 등을 통해서 절감하지 않고는 선진국에
의 진입은 물론 3류국가로 전락하고 말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도로, 항만, 발전소, 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을 원할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들은 국책사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자치단체장과 지역주민들이 그 결정에 참여하여야 하고,
특히 환경시설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얻도록 하여 특정지역의
주민들이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과 지방정부간에, 그리고 중앙정부와 주민단체들간의 이러한 분쟁은
작년 7월이후에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방자치에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도지
사, 시장, 군수가 중앙정부에서 임명되고, 지방의회가 구성되지 않았던 지난 30
여년간에는 이러한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전혀 없었다. 지자제가 실시됨으로써
주민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단체장은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되고, 주민들도 민원사항을 직접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 찾아가 그 해
결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지역생활의 영역에서 정치가 살아나고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주민들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주민
의 참가와 의견의 수렴을 거부하는 SOC특별법은 지역민주주의의 발전에 역행하
고, 과거의 개발독재로 되돌아 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시절의
‘돌진형’ 경제성장정책으로 많은 성과도 이루었지만, 성수대교붕락사건과 같은
대형사고, 거대한 부정과 부패를 낳게 되었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화성군이 인접하고 있는 시화담수호의 오염은 바로
이러한 돌진형 건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와 토지개발공사 등
공영사업체들이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5000억이라는 거대한 금액을 투자하여 안
산앞의 바다를 막아 공단건설, 주거단지, 농지조성,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를 얻
는다는 계획아래 시화담수호를 만들었다. 그러나 담수댐이 완성된지 2년도 채안
되어 지금 시화호는 거대한 오염호수로 변해가고 있다. 반월공단과 축산폐수,
그리고 생활폐수로 시화호는 오염되어 바다의 생물이 살수 없게된 것은 물론,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화댐의 건설에는 지방자
치단체도 주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으며 토지개발공사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도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경부고속전철, 원
자력발전소, 핵폐기물처분장의 건설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며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가의 기회가 부재한 가운데 추진된 ‘돌진형’ 국
책사업들이다.
우리나라의 지역주민운동의 사례들을 조사해 보면, 주민들이 국책사업 그 자
체의 의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는 국책사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참여가 배제되었고, 그 과정이 매우 비밀리에
행해져서 정보가 공대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개발과정에서 입을 피해를 충분
히 보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런 국책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
다. 지역개발에 있어서 절차의 민주화, 정보의 공개, 그리고 주민참가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 국방,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앞세운 국책사업들이 공공성의 이
름으로 계획, 실시되고 있으나, 그들 가운데 얼마만큼이나 ‘공공성’의 검증을
거친 것들인가? 우리는 국방을 위한다는 ‘평화의 댐’, 국가경쟁력의 이름으로
건설중인 경부고속전철,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확충하기 위한다는 시화호의 건
설과 인천공항등이 얼마나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참가하는 토론을 거친 것들
인가? 지난 수십년간 주민토론, 공론화, 환경영향평가 등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
는 체, 수많은 국책개발이 진행되어 우리나라는 이른바 ‘돌진형’근대화의 전형
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라는 민주화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는
국책개발을 내세워 다시 개발독재로 회귀하려고 하고 있다.
국책사업 또는 사회간접자본특별법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킬뿐만아니라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발정책에는 지금까지 주민
들의 ‘생활’이 고려되고 있지 않았다. 경제개발과 사회발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시민생활의 향상에 있다고 한다면 생활인들의 감각, 지식, 가치지향을 무시한
개발사업은 본말전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종래의 국책사업이 대체로
미성숙한 돌진형사업이라면, 이제 민주주의의 시대를 맞이하여 주민참가, 지방
정부의 의견수렴,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수렴, 그리고 사회시민단체의 참가를 바
탕으로 하는 대형국책프로젝트의 성숙화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의 미성숙근대화
의 결과야말로 오늘날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뒷처리를 해야 하는 負의 유산
이다. 이제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세우고 다양한 요구를 내걸고 나타나는 지역
및 사회운동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한층 수준높은 단계로 성숙시켜야 할 시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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