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 환경운동가 벌금 선고에 대한 후원호소문

지난 7월 1일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반대활동이
이유가 되어 ‘업무방해’란 죄목으로 김혜정(당시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안창희(당시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윤주옥(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각각 300만원의, 박선경(당시 우이령보존회 사무국장), 김은숙(당시
환경운동연합 녹지보전담당 간사)은 각각 200만원의 벌금형(총 1,300만원)을 의정부 지원으로부터 선고받았습니다.이에
대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님이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의 진정성과 참회의 마음으로
시민들께 후원을 호소하는 글을 작성하셨습니다.

오늘도 북한산국립공원을 오릅니다.

가족들과, 벗들과, 걷다보면 때론 우연히 낯선 사람들과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탐방로에 하나되어
북한산국립공원을 오르고 있습니다. 1년에 550만명의 탐방객이 이용한다 하여 기네스북에도 기록된 북한산국립공원. 산이 무엇일까요.
자연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입니까.
동료들이 휴가로 비워버린 책상을 무심히 바라보면서, 바쁜 일상이 우리의 어깨 위로 쏟아져내리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우리 모두는
‘북한산국립공원’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감싸안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외롭습니다.

개발독재가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하나의 주류로 자리잡은 70년대 이후로, 북한산은 600년째 한반도의
도읍을 지키고 있는 하나의 외로운 섬입니다. 2004년 여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열다섯번째 국립공원인 북한산은 남으로는 서울의
개발팽창에, 북으로는 의정부?구리?남양주의 건설경기 부흥에 서서히 자신의 육신이 깎여들어가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하나의 고독한
투쟁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지요.

1996년 3월 2일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 사업이 민자유치사업으로 선정되면서부터, 자연환경,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이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98년 7월 14일 ‘민자유치 사업계획서
작성 설명회’가 있던 한국도로공사 정문 앞에서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서울시 산악연맹구조대, 생태보전시민모임, 우이령보존회 등의
단체 회원들이 고속도로의 노선 수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 때는 몰랐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하나뿐인 국립공원-북한산이 우리의 초보적인 항의로 지켜질 줄로 생각했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자연을 지키고픈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하나의 완강한 투쟁으로 정권에 항의하는 행동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매일 밥을 먹듯이 자연스레 북한산국립공원이 지켜질 줄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투쟁이, 이제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세월에 버금가는 8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단체의 활동가들은 인수봉에서 자일을 몸에 감고 내려오고, 인수봉을 덮을만한 수십제곱미터
커다란 현수막으로 우리의 의지를 결연히 내보이고,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장관을 만나 지리한 평행선을 확인하면서도 몇날 몇달이고
설득도 해보았습니다. 2001년, 그 춥던 겨울, 송추의 관통터널 현장입구에 농성장을 차려 스님들과 우리들 자신의 몸뚱이를 서로서로
부여안고 사패봉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추위를 이겨내가며 북한산을 지키려 싸웠습니다. 건설회사의 용역깡패들이 쳐들어와 수경스님을
몽둥이로 두들겨패고, 이듬해 봄, 수백명의 스님들이 조계사에서 청와대까지 북한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참회의 삼보일배로
땀방울을 뚝뚝 흘릴 때에도 우리는 너무 순진했었나 봅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정릉에서, 우이동에서, 도봉산 입구에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북한산을 그대로 두라!’는 서명에 너나없이 동참하며 북한산국립공원을 지키려 마음을 모았을 때, 그 때 우리는 너무
쉽게 승리를 예감했나 봅니다.

그랬습니다.

2001년 11월 회룡사에서 열린 ‘북한산을 지키기 위한 늦가을 산사음악회’에 참석해있던 중에,
긴급히 연대단체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망월사쪽 터널 입출구에서, 우리는 무참히 잘려나간 나무들 앞에 넘어져 국립공원 경계석을
부여안고 스님들과 펑펑 울었습니다. 굉음을 내며 달려드는 포크레인을 막아서며, 우리의 나무를, 우리의 산을, 우리의 자연을 그대로
두라고 외쳐 댔습니다. 잘려져나간 나무들의 통곡과 우리의 눈물이 하나되어 망월사 계곡을 슬픔으로 적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범법자가 되어 환경을 사랑하는 동지들 앞에 묻습니다. 무려 30년동안 이용료를 받고나서야
도로를 정부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의 고소?고발에, 결국은 업무방해죄로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격으로서,
북한산 넓은 터아래 옹기종기 살고있는 서울 시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나와, 우리와, 여러분들의 삶의 조건인 북한산국립공원을 지키려 애써온 것이 대한민국의 사법부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을만큼 그렇게 잘못된 행동입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가 한창이던 2002년 11월 조계사에 찾아와서 스스로 공약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 관통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 하겠노라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된 그는 이제 말합니다. 그냥 뚫겠노라고.
건설자본가들의 치밀한 로비 앞에 어쩔수 없게 되었다고. 자연공원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후세에 물려줄 국립공원 보전의 책임을 무시하고
북한산국립공원의 옆구리를 무참히 뚫어버리겠노라고. 이제 대통령의 공약은 한낱 휴지장이 되어 무더운 여름바람에 속절없이 휘날립니다.

환경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러나, 그 숱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투쟁은 패배할 수 없습니다. 자연환경을 우리가 물려받은 그 모습 그대로 물려주고픈
우리의 순수한 진정성은 결코 퇴색될 수 없습니다. 자연환경은 우리 인간의 존재근거 자체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활동조건이고,
그것을 지키려는 우리의 숭고한 투쟁은 그 의미를 아무리 폄하하려 해도, 그 소중함이 우리의 모든 생명과 일거수일투족에 송두리째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비록 우리는 단기적인 싸움에 패배했지만, 영원한
우리 투쟁의 승리를 위해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들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속적 영리를 애써 외면하면서 환경운동에 한평생을
바쳐온 김혜정, 박선경, 윤주옥, 안창희, 김은숙이 동지들의 자연사랑의 마음을 디딤돌로 도움받아 목숨보다 소중한 생명사랑의
정신을 민들레 홀씨처럼 온세상에 널리널리 올곧게 퍼뜨리고 싶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터널공사의 굴착기 소음이 아직도
귓가에 들려옵니다. 이제 동지들 앞에, 국민 여러분들 가슴에 외쳐보기 전에, 조용히 우리 자신들의 가슴에 되물어 봅니다.
우리는 진정 북한산국립공원을 사랑했는지. 인간과 인간 중심의 이기적인 문명을 만들어내는 일에 우리는 스스로 겸허하고 당당한지.
우리 모두가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옮기지 말라!’던 선조들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가슴에 새겨갈 자신이 있는 것인지.

10년만의 무더위라는 이천사년 팔월에
‘북한산국립공원·수락산·불암산 관통도로 저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드립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024801-04-070220 예금주 : 윤주옥(북한산)
국민은행 006-01-0795-349 예금주 : 환경운동연합
우리은행 109-431331-13-018 예금주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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