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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워크숍] 한국여성운동의 동향과 전망

한국여성운동의 동향과 전망

윤 정 숙(한국여성민우회 사무국장)

1. 민족민주운동과 함께 걸어온 여성운동

한국여성운동은 민족민주운동과 함께 걸어왔다.
민족민주의 과제는 언제나 진보적인 여성운동의 핵심과제였다.
여성운동은 민족자주성의 확보 그리고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여성이 어떻
게 주체적이고 조직적으로 참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시험해왔다.
특히 80년대 이후의 여성운동은 군부독재정권에 반대하고 민주정부수립을
향해 결집된 민주운동세력과 연대하였고, 이념과 전략적 방법에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1985년 40여년만에 부활된 제 1회 3.8여성의날 기념여성대회에서는 ‘민족
민주민중운동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이 선언되었고, 87년 결성된 진보적 여
성운동의 결집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사회민주화,자주화,통일사회 건설
과 여성해방의 쟁취’를 목표로 명시하고 여성운동세력간의 조직적 연대를
중점으로 하였다.
진보적 여성운동의 결집체가 출범한지 10여년이 다 되었다.
한국여성운동은 지난 10여년간의 국내외적인 상황의 격변 속에서 민족민
주운동와 함께 하며 때론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전략을 수립해왔다.
여성운동은 80년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 민주화대투쟁를 경험하면서 민족
민주운동의 한 부문으로서 그 대열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한편 90년 들어
사회주의권의 붕괴, 92년 민간정부의 수립은 여성운동의 지형에 일정한 변
화를 가져왔다. 민족민주이념은 여전히 여성운동의 근간 이념이지만 운동
은 전략적으로 여성운동의 독자적 세력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진행되고
있다.

2. 1980년대: 사회민주화와 생존권확보를 향한 투쟁의 시기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이 시기에 여
성운동은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비공개적, 분산적 여성운동에서 공개
적,연대적 여성운동으로 힘을 모아나갔다.
민중여성(여성노동자,여성농민,여성빈민)문제를 여성운동 전략의 핵심에
두고 이들의 문제는 민족자주와 민주화의 수립 속에서만 해결가능하다고 생
각하였다. 86년 ‘여성생존권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민중여성들의 생존권투쟁
과 직접 결합하였다. 노동현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되고, 저임금에 허덕이는
여성노동자들의 파업 농성을 지원하고 불매운동과 시위를 주도하며 기업과
정부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였다.
여성농민들의 농산물 생산비 보장,수세거부싸움이 거세질 때 그들을 조직
화하고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수정을 요구해나갔다.
85년, 양심수로 수감중인 자식과 형제, 남편을 둔 어머니와 누이들은 ‘민
주화실천 가족협의회’를 만들어 반정부의 투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86년 한 여성노동가에 대한 경찰의 성고문이 자행되었을 때는 군부독재타
도를 전면에 걸고 진보적 여성운동세력이 결집하였다. 이러한 싸움들의 결
과로 여성단체연합이라는 연합기구가 조직되었다. 여성생존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억압적 통치를 계속하는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직접적 대항은 87년
민주화투쟁-가두시위,최루탄추방운동등-을 거치면서 여성운동은 커다란 전
환점을 맞이한다.
이 시기 여성운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1) 여성운동의 조직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노동조합은 물론 사회단체들이 속속 결성되어었고 이
런 사회운동의 활성화되는 흐름에서 여성운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중심으로 이뤄졌던 여성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학생운동 출
신의 젊은 여성활동가들은 여성단체들을 속속 결성하였다.
공장에서 농촌에서 빈민지역에서 생존권투쟁을 벌여온 여성들은 현장에서
자신들의 조직을 만드는 한편 여성운동과 결합하며 여성운동의 세력을 확산
해갔다.

(2) 여성운동은 계급,계층별로 분화되었으며 운동의 영역도 확대되었다.

민중여성운동의 범주로 한데 엮여서 민주화투쟁, 정치투쟁을 중심으로 하
던 여성운동은 자기 계급.계층의 이해에 기초한 다양한 문제들을 이슈화해
나갔다.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조직활동과 평등고용평등을 중심으로, 빈민여성들
은 주거권 확보와 탁아소확보를 중심으로, 운동을 펼쳐나갔다. 주부들은 교
육운동,생활협동운동,환경운동으로 확대되었다.
한편 과제별,부문별로도 여성운동은 세분화해갔다.
여성문화운동을 비롯해 성폭력,아내구타문제, 탁아소설립문제, 언론감시운
동으로 독자영역을 만들어나갔다.
여성운동의 분화로 여성운동은 다양성해지고 여성대중들의 참여는 활발해
졌다.

(3) 법과 제도적 권리확보가 운동의 주된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선언적, 정치적 투쟁은 제도마련과 대안제시의 운동을 전환되었다.
88년 남녀고용평등법개정운동, 89년 가족법 개정운동, 매매춘방지법 제정운
동, 탁아입법제정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가족법의 경우 보수와 진보
양진영의 폭넓은 연대 속에 이뤄졌다.
이러한 운동은 많은 여성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
였다.

민족민주운동의 이념으로 변혁을 지향해온 여성운동은 80년대의 대중운동
의 성장, 투쟁의 축적을 바탕으로 90년대 들어오면서 질적인 전환을 이룬
다.

3. 1990년대-여성대중과 함께, 여성운동의 세력화를 향해

90년대에 들어서 여성운동은 각 영역이 심화되면서 여성의 독자적인의 과
제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이전에 사회전체의 개혁을 중심에 두었던 반면에
과제는 분화되었고, 운동의 전술은 훨씬 다양해졌으며 또한 정치권력과의
관계도 ‘참여와 진출’로 바뀌었다.
90년 이후는 사회변혁과 민중여성의 문제를 핵심에 두었던 80년대의 흐름
에서 이념, 전략, 대상,이슈에서 부분적인 변화와 지속적인 확장이 이뤄진
다.
여성운동에서의 중점과제는 90년 ‘모성보호’ 91년’평생평등노동권의 확보’
92-93년 ‘성폭력추방’ 94-95년 ‘여성의 정치세력화’로 이어졌다.

민족민주과 대등하게 연대하고 대중을 기반으로 자기운동의 독자영역을
구축한 여성운동의 몇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여성의 정치적 세력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여성과 정치는 도저히 만날수 없는 영역으로 생
각되어졌다.
여성은 정치영역에서 늘 배재 되었다. 정치는 여성금지구역이었다.
1991년 IPU조사는 한국여성의 정치참여는 세계178개국 중에서 113위라고 밝
혔다. 당시 여성의 정치참여는 통틀어 2%에 불과했다. 91년 지방자치제에
여성진출은 0.9%였다.
그러나 정책결정과정에서 여성이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는 여성의 정치세력
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열린정치,생활정치’를 내건 여성운동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2.2%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그동안 여성운동이 여성할당제도입에 주력했으며, 계획적이고 조직적
으로 여성후보를 발굴하고 후보지원에 전폭적으로 주력했던 결과였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의회진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정활동을 계속 감
시하고 여성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다양한 교육,선전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많
은 노력도 함께 지속시킬 때만잉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2) 지역여성조직의 건설과 지역운동적 접근이 활발해졌다.

지방자치제 실시는 여성운동뿐 아니라 시민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 전반에
지역에 기반한 운동전략을 채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경,교육,복지 등
많은 영역이 지방자치제의 권한으로 이양되고 있다. 또한 대중운동관점에서
보면 생활의 근거지인 지역에서 주민들의 관심과 이해와 만나는 지점에서
운동이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자”는 말은 이제 여성운동의 주요
전략으로 강조되고 있다.

(3) 군축과 통일, 평화운동이 여성운동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예산의 22.1%(95년)를 방위비에 쓰고 있다. 내년에는 방위
비를 12.2% 증액한다 고 발표했다. 복지 예산규모는 전체 예산의 6.38%에
불과하다.
GNP 세계 27위. 군사비지출 세계 10위. 복지비 지출비율은 세계 70위이다.
아직도 점심을 굶는 아동이 있고, 철거반에 쫓겨가며 사는 빈민들이 있다.
보호받지 못해 숨어사는 장애인들, 보육시설은 너무나 부족하다. 아이 때문
에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도 많다.
통일되지 못한, 지구 마지막의 분단국가의 엄청난 방위비 앞에 국민생활
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복지비는 너무나 부족하다. 내년에는 미국에서의 무기
수입 1위국이 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여성운동은 91년 ‘걸프전쟁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어머니 모임’을 결
성하면서 전쟁반대, 평화운동,군비감축문제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92년에는 최초로 제 3국을 거치지않고, 판문점을 넘어온 북한여성들과 서
울에서 통일과 평화를 주제로 한 수일간의 남북여성 회의를 개최하였다.
매년 8월15일-일제로부터 해방된 날 동시에 분단된 날- ‘통일여성마라톤’
을 열어 통일을 염원하며 가족단위로 서울시내를 달리고 있다.
‘군사 안보’는 이제 ‘인간안보’의 개념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위비 삭감을 위한 여성운동은 올해 분단 50년을 맞아 삶의 질을 높이는
통일시대를 열어가자는 구호를 걸고 대통령에게 방위삭감을 청원하는 엽서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오랜 분단으로 냉전의식이 아직도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통일과 방위비감
축 그리고 인간안보를 주장하는 여성평화운동은 앞으로 더욱 확산되고, 집
중해야 할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4) 환경운동과 여성운동의 접목이 시작되고 있다.

여성운동영역에서 환경운동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보면 가장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분야라 할 수 있다. 환경문제를 공해문제,소비자운동,쓰레기처리문
제 정도의 영역에서 인식되어왔다.
최근에 소각장반대운동, 산림을 파괴하는 건설정책에의 반대에 여성들이
적극 참여해왔다.
그러나 환경과 개발을 연결시키고 여성운동의 주요 범주로 끌어내지 못하
였다. 최근에야 여성환경운동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고, 환경단체와의
연대활동에 관해서도 이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환경문제를 ‘지속발전 가능
한 개발’의 관점에서 여성들을 얼마나 조직하고 세력화하는가 그리고 환경
정책수립에 여성들이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여성운동이 총체적으로 고민
한 것은 늦었지만 새로운 변화이다.

4. 21세기를 준비하는 여성운동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둔 시점에서 한국여성운동이 나가야 할 방향은 대체
로 정치,사회,경제부문에서의 ‘여성세력화’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이를 바
탕으로 주변부에 머물헛던 여성이 역사나 사회적 흐름과 운동에 ‘또 하나의
‘ 주류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사회체계’가 무엇인지 모색하
고, 그동안은 여성운동의 한 부문으로 체계화되지 못해온 평화,인권,환경과
개발의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운동의 영역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자본과 노동 그리고 정책이 세계적인 운동을 갖고 있는 지금 운동도 세계
적 연대전망을 가져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평등,발전,평화를 주제로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는 일
국가적 운동에서 세게적운동으로 진전되야할 필요성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 워크섀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각국의 여러 친구들을 만난 것도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여성운동에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민족민주운동에 뿌리를 둔 한국여성운동은 이제 인간중심의 사회개발, 통
일과 평화를 지향하는 여성운동으로 지평을 넓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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