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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말 ‘한국형 경제 대재앙’을 몰고 오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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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대량건설, 예정된 수순

골프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어느 스포츠보다 특수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이다. 축구가 민족과 계급 사이의 대리 전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면, 골프는 유한계급 사이의 연대를 상징하는 스포츠이다.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골프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거나
골프 인구에 대해서 사시를 뜨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박세리와 박찬호의 선전으로 쓰린 속을 달래면서
하루하루를 넘겼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우리에게 골프는 이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현재 계획 중인 골프장 2백30개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말은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정책이다. 사실 골프장에 대한 전면적인 허가는 이미 열린우리당의 지난 총선 공약에서 확인된 바가 있다. 골프장이 국토생태에
대해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골프장 건설 억제 공약을 낸 것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마지막이었지만, 그래도 현재의
골프장 현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전문가들이 감히 골프장을 짓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지는 못했다.

한나라당에 비해서 열린우리당이 훨씬 더 국토 생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확인된다.

각종 규제 철폐. 지방토호ㆍ도시부호 위한

이미 4.15 총선과정에서 골프장과 스키장에 대한 토지이용관련 규제를 없애겠다는 공약이 제시된 바 있다. 또한 내년 7월을 목표로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을 통해 토지와 관련된 일련의 규제들을 ‘개혁’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름과는 달리 이 기본법은 이미
참여 정부 1년에 열어버린 그린벨트만이 아니라, 환경적 이유로 인한 여러 가지 기본적인 안정장치들을 일거에 ‘개혁’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월에 통과한 소위 ‘삶의 질법’(농림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통하여 농토에 대한 비영농인의 거래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버린 바 있다. 이승만 정권 이래로 최소한의 농토에 대한 안전장치로
유지해온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자연스럽게 무너진 셈이다.

골프장에 대한 규제 해소는 이러한 참여정부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토지정책과 공간정책의 연장선상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은 ‘개혁’과 ‘규제합리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큰 시각으로 보면, 환경과 국토생태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토지를 구매하여 시세차익을 가질 수 있는 지방토호와 도시의 부호들이 땅값을 통한 불로소득을 올리기 좋은 구조로 공간정책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는 셈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장이 문제를 일으키는가?

우리나라의 골프장을 외국의 경우와 즉각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사회적인 측면들을 전부 배제하고, 순수하게
생태적인 측면과 보건적인 측면만을 검토해보자.

목초지로 이미 관목이 사라진 스코틀랜드라는 특수한 자연적 조건에서 시작한 골프장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토목기술이
필요하다. 산을 깎아서 만든 골프장은 이제는 바닷가로 향하고 있다. 골프장은 적당한 습기와 함께 또한 매우 우수한 배수성을 요구하므로,
6층에서 7층 정도로 토양과 자갈로 반복되는 인위적 토양층을 그린에 깔고, 이 그린은 제초제와 살충제로 관리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끊임없는 약품으로 인근의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 1년에 두 번씩 오염관리를 담당하는
환경부에서 토양과 그린 검사를 하는데, 절반 정도의 골프장이 적발된다.

골프장 아래의 농민들은 제초제로 인한 작물 성장부실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힘없는 농민들이라서
이내 무시되고 말지만, 골프장 건설에 인근 농민들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이유 없는 항거만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옳은 처사는 아니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지하수는 지하수 고갈과 함께 자연스럽게 토양으로 흡수되어 지하수 심층 자체를 오염시킨다. 눈에 보이는 것을
주로 다루는 경관생태학에서는 심각하게 다루지 않지만, 생태계 자체를 일종의 순환계로 관찰하는 생태 네트워크 개념에서 골프장은
생태계 자체를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흔히 골프장을 ‘녹색 사막’이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녹색의 경관 좋은 생태계처럼
보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생명체의 단절이며, 제초제와 농약을 내뿜는 ‘녹색 공장’인 셈이다.

골프장이 만드는 또 다른 문제는 골프장과 골프장을 연결시키는 도로로 인하여 자연스러운 삼림의 홍수 방지 기능을 방해하여, 홍수와
산사태를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골프장이 생겨나기 전에는 홍수라는 것을 모르던 제주도에 도로와 골프장으로 인하여 홍수가 생겼다는
것은 골프장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을 의미한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그린에 잔류된 농약과 제초제가 어떠한 보건학상의 문제점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점이다. 캐디들의 직업병 얘기를
거론하기 전이라도, 최소한 임산부와 노약자들에게 골프장 이용에 대한 기본 안전수칙을 알려주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 임무일 것이며,
미국에서도 골프치고 난 다음에는 아이들을 만지지 말고,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할 정도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골퍼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적다니…

흔히 3천여개가 있는 일본의 골프 현황을 얘기하며, 1백90여개가 있는 우리나라의 골프장이 일본만큼 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의 골프장은 3~4홀 정도의 그야말로 퍼블릭 코스가 많으며,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18홀은 기본이며 36홀, 72홀까지
가는 매머드급 골프장이 결코 아니다.

현재 상황만 보아도 우리나라 국토의 0.2%가 골프장이나 일본은 0.04%에 불과하다. 밀도로 비교한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5배 이상의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경우는 전체 면적의 2.3%가 이미 골프장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음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도의 곳자왈(지하수가 유입되는 특수생태계)에 몰려드는 골프장은 그야말로 살인행위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가까지 5년이나 걸린다고 관광특구를 지정해서 일괄적으로 골프장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은 법률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는 얘기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계획하는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하여 이미 체육시설로 분류된 골프장을 전격적으로 막을
법률규정은 없다. 부패한 시장이나 군수가 추진하는 골프장에 대해서 유일한 실질적인 제약조건은 땅 소유자가 골프장 건설자에게 토지
매매동의서에 체결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경우에 불과하다.

‘골프장의 경제학’,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

사정이 이런데도 더 빨리 허가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골프장 건설을 통한 ‘단기 경기부양’의 이유외에는 없다. 18홀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5백억 정도의 건설비용이 든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골프장의 평균 고용은 10명을 넘지 않는다. 이미 강원도, 제주도 등의 많은
지자체에서 특소세를 면제시켜주고 있어, 지자체에 세수로 들어오는 세입은 5억원 정도이다. 이헌재 부총리 방침대로 2백30여개
골프장을 무더기로 허가내 줄 때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돈은 12조원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2003년 기업경영분석>에 의하면 원가의 7% 정도가 노무비이므로, 이를 통해서 환산하면 2백30개 골프장
신설시 노무비로 8천4백억 정도가 지불될 것이다. 원가가 아니라 판매비로 환산하면, 5천억원 정도의 노무비가 지불될 것이다.
연봉 3천만원으로 계산하면, 1천8백명 정도의 직접 고용이 발생할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산업연관표인 2000년 기준으로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2명/10억원이다. 이를 대입하면, 직간접적으로 1만3천2백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남한이라는 생태계와 시장구조에 4백20개의 18홀 이상 골프장이 수용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이다.

1만3천2백명의 고용과 전국에 뿌려질 12조원이라는 돈은 그러나 장부상의 계산일 뿐이다. 골프 하나만으로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예산의 6배, 그리고 전체 건설교통부 예산의 3/4의 경기부양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어렴풋한 재경부의 계산이지 않을까라고
추정해본다. 그야말로 ‘골프형 뉴딜’이 아닐 수 없다.

불행히도 일본의 골프장이 국토의 0.04%에서 정지한 것은 일본의 경제도 이만큼의 거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숨에
일본 경제를 진작시킬 것이라는 일본 경제관료의 계산은 부동산의 거품빼기로 시작한 장기공황과 맞물려 암흑의 10년을 만들어내었다.

기초를 튼튼하게 해 새로운 혁신적이며 내실있는 경제를 건설하는 대신 국토생태를 담보삼아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던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는 이헌재 경제팀의 단기부양정책을 보면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된다. 일본은
10년의 터널을 통과하면서도 극심한 양극화로 치닫지 않았고, 남미형 경제로 추락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일본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를 볼모로 삼은 경제 부양, 대재앙이 될 수도 있어

반면에 지금의 경제팀에게 그리고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에서 그러한 저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입으로는 시장의
법칙을 외치면서 틈만 나면 단기부양책과 그를 위한 변명으로 고용만을 들먹이는, 그 IMF 한가운데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댔던
이헌재라는 경제수장을 믿고 계속해서 국민경제를 단기부양의 부침 속에 내맡겨도 좋은 것일까?

틈만 나면 칼날처럼 들이대는 남미형 경제로 국민경제를 끌고 가는 것은 국토생태를 볼모삼아 골프장 숫자의 허황된 경제계산을 하는
경제각료와 열린우리당의 국토균형발전주의자들, 바로 그들인지도 모른다.

허구의 경제성장론자들이 사라진 3년후, 국민경제는 남미형의 깊은 수렁 속에, 국토는 회복될 수 없는 생태 재앙에 잠겨있을 때,
과연 누가 이 대재앙을 책임질 것인가? 틈만 나면 건설산업 연착륙을 외치는 지금의 경제관료들이 책임질 것인가? 모든 산업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던 그 이헌재 부총리가 왜 지금은 건설산업의 자상한 연착륙주의자가 되어있는가? 지금 휘두르는 칼은 생태계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는 무지한 야만일 뿐더러, 고용으로 국민을 불모삼아 한국형 대재앙으로 치닫는 박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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