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원흥이에서 미래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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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두꺼비들의 대이동이 한창인 5월의 청주 원흥이
방죽은 산남3지구 택지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의 위협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란처이자 서식지인 원흥이 두꺼비마을에서 두꺼비들과 맹꽁이들은 인간의 채찍질에 어디로 가야할지 방황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는
포크레인의 굉음이 들리고 생명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때문에 원흥이 방죽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집니다.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고이 접어둔 채.
‘원흥이 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 시민대책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의 소식을 매일매일 올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전쟁같은 원흥이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평화롭기만 한 방죽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시민대책위 행동국장 김해숙씨가 쓴 현장일지 ‘원흥실록’은 두꺼비마을의 하루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벌써 실록도 21편째
된다고 하네요. 이 중 한 편을 선택해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조금 길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글인 것
같아 전문을 실었습니다.<편집자주>

계용준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사장님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보이나요?
아리들이 이 노래가 들리나요?
귀 크게 열고 눈 크게 뜨고 마음으로 들어 보십시오.
이 청주의 아이들은 바로 당신의 아이들입니다.

4월 24일 토요일
가정이든 사회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건강한 곳일 텐데….

청주역사문화학교를 열고서 지금까지 3년 몇개월.
그동안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청주역사문화학교가 뭐하는 곳이냐?’
그리고 잘 아는 지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뭐니뭐니 해도 글쓰는 게 제일이다. 소설가가 좋은 소설 쓸 생각을 하라. 다른 일은 말짱 헛 거다. 재능도 있어 뵈는데 딴
짓 말고 글 좀 열심히 써라”
그러면 나, 생글생글 웃으며,
“저 문학적 재능 별로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소설보다 아이들하고 노는 게 더 재밌어요. 그리고 제 일은 모두 한 길로 통하는
거 아네요?”

그런데 요즘 지난 2월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역사학교 일 열심히 해야지. 요즘 너무 등한시하는 거 아냐?”
그러면 나, 또 웃으며,
“현장에서 아이들과 노는 사람이 그 현장이 없어진다는데, 그걸 빼앗겠다는 건데, 그거 지켜내는 일도 저 할 일 아니에요?”
하면서 상대방을 빤히 쳐다본다.

나도 모른다.
내가 무얼 잘하는지, 내 살고 있는 게 잘하는 건지 뭔지.
그러나 한 가지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나는 제도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약자의 위치에 있어왔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아무것도 누릴 게 없는,
그래서 더 이상 가질 것도 버릴 것도 없는,
그저 분수에 맞는 일을 찾아 해왔고,
비록 거대담론을 담아낼 그릇은 못되지만, 주변과 함께 재미있게 살려고 했다.

그게 아이들과 함께 노는 일이었고, 우리 주변의 역사이야기를 쓰는 일이었다.

요즘 원흥이는 그야말로 아이들 천지다.
오늘은 아이들과 원흥이에서 뛰어 놀았던 일을 기록한다.

ⓒ 원흥이 시민대책위

원흥이에서 아이들과 나는 우선 두꺼비와 도룡뇽과 개구리의 생김새를 비교하여 본다.

잠자리 우화 과정도 빠뜨릴 수 없다.

다른 선생님들은 물자라 물방개 같은 것도 보여 주는 등 온 성의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천성적으로 공부에는 약한 체질인지, 아니면 게으른 체질인지 물방개 물자라의
생태에 관해 공부도 짧거니와, 미리 채집해 놓는 정성도 다하질 못한다.

그 대신 나는 ‘지금, 여기, 원흥이’에 대한 느낌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다.
원흥이 안자락에서 조밀조밀 노는 것도 재밌지만,
원흥이 높다란 곳에 올라가 원흥이의 전체를 아이들 머리에 마음에 담아주고 싶다.
어찌됐든 이제 곧 원흥이의 지형을 변할 것이다.
아니 지금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도룡알이 바글바글한 곳을 지나, 방죽 위 포도밭 위 양지바른 산소에 가면 원흥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과 주변을 돌아본다.
이때 준비해간 원흥이 마을 지도(옛날 원흥이의 지명을 대략 써놓은 한 어린이용 백지도)를 나누어준다.
백지도를 무릎에 놓고서,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와, 방북의 위치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이 바로 밑이 안골, 옛날 원흥이 사람들이 안쪽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불렀던 데고,
요 중간이 마을 중간에 있다고 해서 ‘중말’이라 불렀다는 것.

그런데 저 건너에도 중말이 있는데 왜 그럴까?

음, 이 중말은 중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중말이래.
자연스레 원흥사 이야기를 해주고 ‘과연 원흥사가 어디 있었을까?’를 아이들과 추정해 본다.

그리고 이어 묻는다.
요 지도에 탑골이라고 써있지? 바로 저 건너편 중말 밑인데
왜 탑 골일까?

아이들이 대답한다.
“아! 탑이 있어서 탑골 아니에요?”
나, “아이구,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 역사박사네”
아이들 의기양양해진다.

나 , 내처 묻는다.
“얘들아, 요기 지도에 선생님이 철찌꺼기 흔적이라고 써 놓았지” “이건 옛날 사람들이 철로 무엇을 만들던 철찌꺼기가 나온 곳이래?
옛날 사람들이 철로 무얼 만들었을까?”

아이들 대답 각양각색!
나, 눈 동그랗게 뜨고 끄덕이며 놀라워한다.
아이들 점점 신이 난다.
나, “그런데 너희들 직지 아니?”
“네 알아요”
“혹시 그 직지, 철로 마든 금속활자지?”
아이들, “어, 그럼 여기서 그 금속활자를 만들었나?”
나, 글쎄다. 그건 지금 아무도 모른다는데 너희들 중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역사학자가 되어서 찾아볼래?

그밖에도 아이들 지도에는 여러가지가 표시되어 있고, 아이들은 그 곳에다 “옛날 사람들은
..이 곳에서 …를 했을까?” 하면 의문형으로 지도 설명을 곁들여 놓는다.
어차피 역사는 상상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 추체험에다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달아줄 뿐이다.
관심만 생기게 해놓으면 그 나머지 더 깊은 공부나 호기심은 아이들 몫이므로….

한참 원흥이를 둘러보던 아이들 드디어,
“선생님 저 나무들 왜그래요?” 묻는다.
방죽 옆 편, 벌목된 나무들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묻는 거다.

나, 비로소 지난 4월 9일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준다.
나는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므로 자연스레 내 눈에서 눈물이 글썽여진다.
아이들도 이내 숙연해진다.

이내 나는 아이들의 분위기를 바꾼다.
“애들아 이제 지도는 그만 내려 놓고, 우리 일어서서 방죽 주변을 두 팔에 안고 소리 한번 크게 질러보자.”
원흥이가 떠나가도록.
‘원흥이는 우리 땅이다’ 라고 할까?

ⓒ 원흥이 시민대책위

아이들 금방 따라서 한다.
“원흥이는 우리 땅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 이어서,
“토지개발 공사는 물러가라”

나 깜짝 놀라는 척 한다. 눈 동그랗게 뜨고.
“얘, 너희들 엄마들이 선생님이 그런 소리하라고 가르쳤고 선생님 욕하면 어떻게 하냐.”
“괜찮아요.”
“엄마한테 비밀로 하죠. 뭐”
나, 안심한듯, 아이들에게.
“우리 비밀로 하자, 토개공에게 나쁜 소리한 거 우리끼리만의 비밀로 하자. 약속!”
손가락 걸고 아이들과 나 금방 비밀 결사대가 된다.
비밀을 나눈 사람들은 금방 서로 끈끈해진다.
아이들과 나도 이젠 친숙한 사람들이 된다.

이 때 아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수업 때는 전화를 잘 받지 않지만 산소 잔디 썰매를 타고 싶어했던 아이들에게 산소 잔디 미끄럼을 탈 기회를 이 참에 준다.
이렇게 놀 땐 지켜보는 것보다는 한 눈 팔아주는 게 더 아이들을 신나게 놀 수 있게 한다.

아는 언니, “아이가 학교 캠프에 가기 싫다”며 몸살을 앓는단다.
그리고 “해숙씨에게 배우는 아이들은 캠프도 적극적으로 재미를 찾아서 갔다 올 수 있을 것”같단다.
나, “아니죠. 학교 캠프 같은 건 더 가기 싫어할걸요. 그러나 그 아이가 사회에 나왔을 때 재밌게 살아가게 할 수 있을 거는
같아요.”

전화 끊고 실컷 논 아이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산소에 무진장 피어난 제비꽃 을 딱 하나씩만 꺾어 오게 한다.
꽃반지를 소중하게 채워준다.

그리고 다시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원흥이에서 제일 보기 싫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례차례 써보게 한다.
그 다음 원흥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도 찾아 써보게 한다.
아이들, 눈에 보이는 대로 잘 적어 놓는다.
그리고 점점 아이들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다음은 꽃반지 낀 손을 모아 기도한는 시간.

기도가 끝나자 아이들,
선생님 합창해요.
그래 좋다.

아이들 저절로 순순한 동요를 골라 연달아 노래를 부른다.
서서히 산에서 내려온다.
아이들에게 나.
“얘들아. 랩도 좀 하자. 두껍아, 두껍아 어디로 가니 오! 예!, 하! 두꺼비 두꺼비 나의 사랑하는 두꺼비…”
아이들 하하 웃으며 올챙이, 나비, 잠자리 따다 붙이며 자기 식대로 노래 가사 만들어 본다.

계용준 토공 지사장님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보이나요?
아이들이 이 노래가 들리나요?
귀 크게 열고 눈 크게 뜨고 마음으로 들어 보십시오.
이 청주의 아이들은 바로 당신의 아이들입니다.

글/ 김해숙 (원흥이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 시민대책위원회 행동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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