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너구리에게 오월을 선물합시다

오후 2시 30분경 사무실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금곡의 죽곡마을인데 여기 너구리 한 마리가 죽어 가고 있으니 빨리 좀 와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자꾸만 올려 두어도 픽픽 쓰러지니
얼른 와 달라는 전화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우선 차량을 물색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무국의 형편은 자전거가 전부이니 그곳까지는
무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여기 저기 수소문끝에 결국 진주신문에서 업무차 오셨던 권진근 선생님의 차량에 도움을 받아 금산으로
급히 달려 갔습니다.

눈앞에 너구리 한 마리가 우리의 차를 향해 뚜벅, 뚜벅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
잘 걸어서 우리 차 앞에 오는 것을 보니 ‘요놈이 꽤 건강하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이놈이 차 앞에서 넙쭉 들어 눕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는 일어 나지를 않습니다. 공사하시던 아저씨들은 ‘참
고놈도 지 살려주러 오는 사람은 알아보는 갑제?’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개구리를 두 마리 잡아 주니 한 마리는 먹었고,
몸에 기생충이 많아서 10마리나 잡아 주었다고 하십니다. 그 사이 너구리에게 애정을 쏟은 한 아저씨께서는 내 동생이니 잘 부탁한다고
하십니다. 참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일단은 차를 탔습니다. 동물 병원을 갈까? 진양호의
동물원으로 갈까? 고민하다 야생동물을 돌보는데는 아마 동물원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곳을 향했습니다. 가는 동안 국장님은
너구리 몸에 기생충을 쉴 틈 없이 골라 애고 있습니다. 온몸이 기생충 투성이입니다. 이놈들은 너구리의 피를 뽑아 먹는 놈들이라고
합니다. 너구리는 이미 탈진의 상태가 오래 되어 보입니다. 몸은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고, 눈은 무엇에 홀겼던 것처럼 휑하게
움푹 들어 가 있습니다.
너구리에게 조금만 참아라, 이제 다 왔다. 제발 살아다오, 주문을 걸며 거의 동물원에 다다르니 이놈도 그것을 아는가 발버둥을
칩니다. 내눈에는 마치 ‘나 좀 살려 주소’ 울부짖는 것 같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진양호 동물원은 수의사도 한 명 없고, 아무
의료 조치를 취할 수 없었습니다. 진주시에서는 야생동물은 지정 동물병원에서만 관리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보라는 것이 었습니다.
너구리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 너구리가 조금만 더 기다려 주기를 바라며 봉곡동의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수의사는 너구리를
보자 이 놈이 광견병의 주범인데 이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핀잔을 주십니다. 저희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우리 너구리,
잘 좀 부탁드립니다, 국장님은 마치 기르던 강아지가 아파 병원을 찾은 사람처럼 애잔한 눈길을 보내시며 부탁을 하십니다. 아저씨께서는
너구리를 얼른 들고 오랍니다. 여기 저기 살펴 보시더니 바이러스성 장염이라서 아마 살기가 어려울 것이랍니다. 그리고 영양제도
한 병 놓아 주셨습니다. 그래도 이제 마음이 좀 안심이 됩니다. 너구리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지만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들기만을
바랍니다. 이 수의사분도 말씀만 거칠게 하시지 속마음은 이 놈이 무사히 오늘밤을 넘겨야 될텐데하며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십니다.
오늘 밤 이 너구리가 푸르른 오월을 맞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너구리가 광견범의 주범이고 농민들의 농사에 손해만
입힌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너구리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개발지상주의에 빠진 인간들의 탐욕과
그로 인해 앙상한 숲이 원인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짧게 나마 했습니다. 너구리가 살지 못하는 세상에는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이다.

검은 절벽위에서
살아있는 먼 그대를 봅니다.

숨쉬지 못하는 그대를 보며
또한, 쉽게 익숙해집니다.

차라리 세상사는
눈을 감고
마음을 속여 가며
돌아 가는 가는 일이
복일지도 모릅니다.

사는 것이 곧 죽는 일임을
힘이 없다는 것이
이리도 초라한 일임을

돌아서서
가십시오

당신이
태어난
그 곳

더불어 숲

admin

생태보전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