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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함께사는길 4월호] 특집1- 수호천사를 찾습니다

http://newhamgil.cafe24.com/xe/13198

글 박현철 편집 주간 parkhc@kfem.or.kr 

일러스트 모모수 





제 얘기를 들어주십시오. 

저는 어린 소년이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말하려 합니다.



한 아이가 쫓겨납니다.

살던 집과 아빠의 농토와 제 놀이터를 뺏기고 삽차에 쫓겨 강변에서 내쳐집니다.

한순간에 아이는 정든 곳에서 밀려납니다.



간절히 아이는 기도합니다. 천사가 마을을 되찾아주길.



흰수마자 한 마리가 강을 타고 오르다 흠칫 놀랍니다. 

거대한 삽차들이 거대한 트럭에, 막대한 자갈과 모래를 퍼 담습니다.

흙탕물에 휩싸인 흰수마자는 비공, 새공, 입이 모두 막혀 익사합니다.



익사의 순간, 흰수마자는 물의 천사가 기계들을 멈추어주길 기도했을까요?



마을을 잃은 아이는 온 세계를 함께 잃습니다.

맑은 물 흐르는 모래를 잃고 흰수마자는 생태계의 목록에서 사라집니다.





제 얘기를 들어주십시오.

강과 함께 사라질 생명들의 호소를 들어주십시오.



미호종개, 귀이빨대칭이, 얼룩새코미꾸리, 묵납자루, 남생이, 수달, 재두루미, 흰목물떼새, 단양쑥부쟁이…… 그리고 더 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갈 것입니다. 



멸종되어도 이 생명들은 계속 자기 종의 이름으로 불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을을 잃은 아이의 이름은 계속 바뀔 것입니다.

우리가 강을 잃는다면, 그 아이의 이름은 바뀔지라도 

마지막에 지워질 종의 이름은 ‘사람’일 것입니다.



여럿이 함께 소리쳐야 메아리가 커집니다.

여럿이 함께 움직여야 우리의 외침으로 삽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저는 환경연합 회원입니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강을 지켜 생명을 지키는 사람, 

수호천사가 되어 주십시오.

수호천사를 그분께 권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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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를 아시나요



기는 낙동강 중류, 바닥에 모래가 깔린 여울입니다. 몸통에 제 동공만한 검은 점이 한 줄로 박힌 어른 손 반 뼘만 한 녀석이 유영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보니 배가 하얀색이군요. 부드럽게 흐르는 물을 타던 녀석이 갑자기 날쌔게 움직입니다. 오, 날도래애벌레를 잡았습니다. 투명한 흰색에 가까운 꼬리가 춤추듯 경쾌합니다. 이 아이 이름을 아시겠습니까?



1급의 멸종위기종 흰수마자입니다. 우리나라 모래 하천의 상징인 흰수마자는 하필이면 낙동강에 주로 삽니다. 4대강 사업비 가운데 큰 몫을 주로 낙동강 골재 채취로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인데 이는 모래하천에만 사는 흰수마자의 생존에는 직격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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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을 입양하세요



강이 건강하면 수달이 살고 있습니다. 수달이 사는 물은 수생태계의 아래부터 위까지 먹이 피라미드가 튼튼하게 서있는 곳입니다. 수달은 건강한 하천과 강의 상징입니다. 



이 귀여운 녀석은 우리나라 강과 하천에 겨우 700여 마리밖에 없는 1급 멸종위기종입니다. 남한강과 낙동강 상류에 그나마 많이 살고 있는데 4대강 사업으로 이 강들이 훼손되면 수달 보기 더 어려워질 게 확실합니다. 이 아이를 입양하고 후원해 주세요. 좋아하는 민물장어를 잡아 물고 유유히 어두운 강을 헤엄쳐가는 모습을 잠자리에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깊고 달콤한 만족감을 느끼며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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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새코미꾸리의 수호천사가 되세요



맑은 자갈 여울의 낙동강 수계에서만 사는 아이입니다. 화사한 노란빛을 몸 곳곳에 띠고 점잖은 세 쌍의 수염을 달고 있습니다. 특히 오염에 민감해서 이 아이가 사는 곳은 1급수라 해도 좋습니다. 낙동강 수계에서만 사는데 4대강 사업이 낙동강을 집중적인 타깃으로 하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가뜩이나 오염으로 살 데가 줄어들어 1급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데 이젠 보호종으로 지정한 당사자인 국가가 나서서 살 자리를 빼앗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 크면 여성의 손바닥 길이 정도인 16센티미터 내외까지 자라 화사한 노란 얼룩점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고유어종, 얼룩새코미꾸리의 존재는 깨끗한 강의 상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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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의 강변을 지켜주세요 



자갈 강변에서 어른 손 한 뼘 크기의 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습니다. 수면 위를 꼿꼿한 직선으로 날아가는 녀석은 목에 흰색의 넓은 띠와 검은 갈색의 좁은 띠를 둘렀습니다. 기착지는 다시 날아오른 그 자리입니다. 아, 둥지를 강변 자갈밭에 꾸렸군요. “피요-삐삐삐” 울음소리에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건 새끼들입니다. 겨울 철새이자 남부 지방의 희귀 텃새인 흰목물떼새입니다. 얘들은 전 세계에 2만5000마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강을 보로 막는 건 물론 강변조차 뒤엎고 재개발하는 4대강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흰목물떼새는 새끼 칠 터전을 잃게 됩니다. 



우리 강가의 자갈밭과 모래밭이 준설과 채취로 몸살을 앓으면서 세계적 희귀조인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도 서식처를 잃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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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종개의 좁은 우주, 수호천사 급구!



야생동식물은 서식처가 그의 지구, 우주입니다. 더구나 미호종개처럼 금강 미호천 수계에서만 사는 녀석들에게는 그 좁은 수역이 그의 우주 전체입니다. 미호천은 유속이 완만하고 수심이 낮은 모래하천인데 이 녀석은 모래 속에 온몸을 파묻고 조심조심 살아갑니다. 워낙 사는 곳이 한정돼 있다 보니 발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어 멸종된 게 아니냐는 걱정까지 할 정도입니다. 4대강 사업은 이 아이의 마지막 남은 우주, 미호천을 파헤칠 것입니다.



1급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454호인 미호종개의 미호천을 구해주세요. 미호천이 살아야 미호종개가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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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남생이야



남생이는 우리 민화나 설화 속에서 곧잘 등장할 정도로 친근한 수서생물이었습니다. 수질 오염과 수변개발의 여파로 점점 그 수가 줄어들어 이제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수컷은 먹회색이지만, 암컷은 황금빛이 섞인 멋진 모습입니다. 남한강이 여주를 지나는 곳에 바위늪구비라는 습지대가 있습니다. 그곳은 보기 드문 남생이조차 드물지 않은 생태보고입니다. 4대강 사업은 이곳에서도 강변과 강을 허물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모래하천의 상징인 남생이의 주요 서식처 하나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남생이가 긴 목을 꼭 접고 꽁꽁 숨어주기만 기다릴 순 없습니다. 바위늪구비를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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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유일한 단양쑥부쟁이 서식처 복원시켜 주세요



단양쑥부쟁이는 고향에서조차 거의 사라진 귀한 꽃입니다. 이 2년생 들국화, 단양쑥부쟁이의 군락지는 오직 여주 남한강 지역 바위늪구비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8~9월 사이 보라색 꽃을 피운 단양쑥부쟁이 군락이 강물소리에 맞춰 흔들리던 풍경은 여주 남한강변의 소문난 절경이었습니다. 지난 2월 4대강 사업 강천보 공사를 하던 삽차와 덤프트럭이 몰려와 바위늪구비를 뭉개고 말았습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단양쑥부쟁이 군락지가 파괴된 것입니다. 사후약방문으로 긴급 조사와 복원을 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공사는 다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을 지켜야 바위늪구비와 같은 강변 습지대를 지킬 수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군락지를 지켜주세요. 남한강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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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이빨대칭이와 납자루들의 공생을 영원히



귀이빨대칭이는 그동안 우포늪과 낙동강 하류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진 1급 멸종위기종인 희귀 민물조개입니다. 최근 금강 하구에서도 발견됐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만, 이곳도 4대강 사업 지역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묵납자루를 비롯한 14종의 납자루아과 민물고기는 민물조개 특히 귀이빨대칭이의 아가미에 산란을 해 새끼를 부화시킵니다. 또 귀이빨대칭이는 밀어나 참붕어처럼 물 바닥에 사는 민물고기에 유생을 부착시켜 자손을 퍼뜨립니다. 물론 산란하러 오는 납자루들도 이런 공생 파트너의 하나입니다. 강 바닥을 긁어내는 4대강 사업이 귀이빨대칭이를 해당 수계에서 지역적으로 멸종시킨 뒤 다시 납자루아과 민물고기가 멸종되는 불길한 상상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귀이빨대칭이와 민물고기들의 아름다운 공생이 우리 강 생태계에서 영구히 이어지도록 귀이빨대칭이를 4대강 사업의 하상굴착에서 건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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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납자루의 화려한 혼인색을 살려주세요



아름다운 민물고기입니다. 한강을 비롯한 중북부의 수계에서 주로 삽니다. 5~6월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평소에는 먹빛에 가까운 갈색이던 몸 색깔을 진녹색과 황갈색의 혼인색으로 바꿉니다. 그 색깔이 열대어의 화려한 체색 못지않습니다. 말조개나 귀이빨대칭이 같은 민물조개에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공생을 통해 세대를 이어갑니다. 멸종위기종인데 민물조개에 산란하는 생태 특성 때문에 민물조개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생태적 공존이라는 화두에 가장 어울리는 생태를 보여주는 민물고기와 민물조개들의 공생이 강바닥을 긁어내는 4대강 사업으로 위기에 빠졌습니다. 안타까운 묵납자루의 SOS를 당신이 수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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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에게 강을 돌려주세요



겨울에 날아오는 귀한 손님입니다. 멸종위기종이고 천연기념물 203호입니다. 전 세계에 6500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조입니다. 주로 낙동강 중하류와 한강 하구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고 갑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하구 지역은 생태적으로 가장 우수한 곳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하굿둑과 같은 인공시설물이 밀집된 곳이기도 합니다. 엎친 데 덮친다고 한강운하 사업과 4대강 사업이 진행된다는 수년간 재두루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한 발을 들고 강변의 흰 눈을 맞으며 고개를 날개에 묻은 재두루미의 모습을 사랑합니다. 그 적막과 고요의 공간에 시처럼 녹아든 풍경을 사랑합니다.

출처: 월간 함께사는 길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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