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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지 레볼루션’이 필요하다



‘에너지 레볼루션’이 필요하다



지난 22일 밤 9시, 서울 남산타워의 불이 나갔다. 코엑스, 63빌딩, 한강다리들의 조명도 꺼졌다. 놀랄 것은 없다. 에너지의 날을 맞아 진행된 에너지 절약 홍보행사였을 뿐이니까. 5분 후 불은 다시 켜졌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의 더위라는 올여름, 에너지의 날이 아니라도 전기를 절약하자는 캠페인이 무성했다.


그러나 정전까진 안 갔어도 몇 번인가 전력부족 관심·주의경보가 발령된 걸 보면, 절전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전력부족을 염려해 스스로 절전의 불편을 감수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반면 일본사람들은 올여름 기록적인 절전을 실천했던 모양이다. 54기의 원전 중 단 2기만 가동한 일본이 어떻게 전력피크를 통과할지 세계가 지켜보았는데, 의외로 전기가 남아돌았다고 한다.


특히 각 가정에선 지난해보다도 12%나 전기사용을 줄였단다. ‘계획정전’이라 불리는 강제정전 사태는 물론 일어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전체 전력 중 30% 가까이 의존했던 원전을 한꺼번에 거의 모두 멈추고도 경제강국 첨단일본이 별일 없이 굴러갔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의지의 힘이다. 다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위험을 겪을 수 없다는 결심이 찌는 듯한 더위와 불편을 감수케 한 것이다. 전력부족을 빌미로 원전들이 재가동되는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일본 정부가 앞으로 20년 안에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원전사고 후 장기에너지 전략을 새로 짜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2030년까지 원전 퇴출’ ‘원전 의존도 15%로 축소’ ‘현 원전 의존도 유지’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노후원전 폐쇄, 초고압송전선 갈등


두 번째 절충안이 유력하리라는 관측도 있지만, 위원회를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첫 번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널’의 보도다.


그런데, 우리에겐 절전은 그저 말일 뿐, 캠페인일 뿐이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그 이유는 절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쓰는 대로 정부가 전기를 공급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래 왔고, 너무 늘어난 공급에 맞춰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을 쓰기까지 했다. 요즘 건물마다 늘어나는 ‘전기 먹는 하마’ 시스템 에어컨은 바로 그런 정책의 결과다.


지금도 정부는 상황변화에 아랑곳없이 발전시설, 특히 원전 확대에 여념이 없다. 현재 29%인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59%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그러니 원전의 위험에 눈 뜬 시민들과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가장 첨예한 것은 고리1호기,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 문제다.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지나 10년을 연장한 고리 1호기는 129건의 사고를 낸 국내 최고령 노후 원전이다.


부산 시민의 72%가 폐쇄를 요구하고, 부산과 울산광역시의회, 경남도의회도 폐쇄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원자로 압력용기 감시시험 기준’을 개정해 가압열충격 기준을 오히려 완화함으로써, 고리 1호기의 수명을 2017년부터 다시 10년 더 연장하려는 포석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올해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1호기 또한 수명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신규원전 부지선정 문제다. 현재 가동 중인 23기, 건설 중인 5기, 계획 중인 6기에 더해, 또 새로운 원전을 짓기 위해 금년 내 삼척과 영덕을 신규원전부지로 선정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에너지정책 세울 때


삼척에서는 시민들의 여론에 반해 원전유치신청을 한 김대수 시장을 주민소환하려는 주민투표를 위해 시민 1만여명의 서명이 선관위에 접수된 상태다.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해 70대 노인이 분신자살한 밀양에서는 7년째 노령주민들의 목숨을 건 공사강행 저지가 계속되고 있다.


원전의 위험성으로 보나, 기후변화의 가속도로 보나, 석유값의 고공행진으로 보나, 지금은 우리나라가 ‘입으로만’ 절전을 외칠 때가 아니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민주적인 ‘에너지 레볼루션’이 필요하다. 그것이 저 여러 갈등 또한 푸는 길이다.


<이 기사는 내일신문 8월 28일자 칼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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