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祈雨(기우)

 

                                                          달성군 구지면 징리 낙동강변2010.5


祈雨


                                            이성근


비를 부른다


누구도 감당하지못할 싹쓸이 비를 부른다.


망연자실 우두커니 선 강가에서


더는 기댈 곳이 없는 절박함으로


하늘에 비를 부른다




그리하여  열사흘 밤과 낮


한치 앞 분간도 못할 장대비로


퍼붓고 퍼부어


백두대간 낙동정맥  품안의 팔만구천 계곡물


팔백 한 물길 낙동강으로 모이게 하여




거대한 범람의 물결


굽이치는 탁류, 노도가 되어


포크레인, 불도저, 덤프트럭 어지로운 강변


다시는 얼씬거리지 못하게 강바닥 깊숙이  밀어 넣고


강변에 산처럼 쌓인 모래


그믐달 보름달 차오르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갯버들 다시 잎을 내고


맹꽁이 울음 흉내 내는 아이들 더불어  


흰수마자 , 새코미꾸리 금모래 은모래강


다시 깃들게 하고


정말 아무일 없었다는 듯


확 쓸고 가버릴


거대한 비를 부른다.  


                                                                        낙동강과 남강 합수지점 의령 지정면 성산리 08.3  


낙동강


-의령군 낙서면 정곡리-




꼬마물떼새가 짐짓 아픈 척


절뚝절뚝 날다가 말다가


그 사이 새끼들은 납작 엎드리고


나는 하릴없이 강변을 쏘다녔다




오후 세시 강기슭 뻐꾸기가 울었다


무료한듯 강은 흐르고


이따금 투망을 던지는 사내들


누치며 피리가 끓었다


여름해는 아직도 중천인데


쩌렁쩌렁 골안을 울리던


미루나무 쓰르라미 울음소리


오래도록 선명한데


소몰고 귀가하던 아이들은


하마 고향을 떠난 지 오래여도


산과 강은 언제나 포근하였다




설마 아니 이 풍경 지워질까


꿈도 꾸지 않았는데


2010년 고향의 강은 사라졌다.


내 기억은 길을 잃고 강둑에 우두커니 섰다


더 이상 강을 배회할 일이 없어졌다. 


                                                                                                                  낙동강 삼랑진 07.4


갈증 




자다 말고 목이 말라


수돗물을 받아 마신다


물금취수장에서 덕산정수장 거쳐


부산시 남구 내 사는 곳까지 왔다


마시다 말고 식탁에 마주 앉아


강의 안부를 살핀다




이강물 내 혈관에 피 된지 언 반세기


그 세월처럼 유구한데


시방도 강가에 철썩이던 물결


모래톱에 쉬던 기러기떼


다시 돌아올까


기약없는 나래짓


수수미꾸리, 흰수마자 몸을 떨었다


그렇다 새벽녘


안동이나 상주, 구미, 칠곡, 강정, 달성, 합천, 함안


휘감아 돌던 강줄기 콘크리트 오랏줄에 엮이어


서울로 압송되어 갔다는


안개의 수런거림 자욱하고


객승 하나 강변에 엎드려 울고 있다


그 눈물 강을 적시지만


우리 시대의 미륵은 돌아앉았고 예수는 출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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