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후기

결코 가볍지 않았던 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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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훈

찬 겨울의 기운은 한 번의 봄 햇살을 맞아줘야 씻기는 듯 합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이 봄을 더욱 그립게 만들었고, 오랜만의 따뜻한 주말날씨가 예고되어 작은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5월 8일 남한강 투어였습니다.


나에게 여행은 보통 예고 없는 만남, 느낌, 그리고 더러는 깨달음을 가져다 주는 기재입니다. 이번 환경운동 연합이 마련한 남한강 투어 참여는 오랜만에 예고 없이 찾아올 반가운 사람, 봄 햇살에 대한 새로운 느낌 그리고 나의 한 해를 신선하게 살게 해 줄 자연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2시간이 훌쩍 넘어버린 버스 여행 끝에 도착한 남한강은 이러한 나의 기대에 상실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강물에 발을 담가도 보고, 고즈넉히 걷기도 하고, 함께한 이들과 촌스러운 수다도 떨어보고, 더러는 시집을 내어 읽어도 볼 요량이었는데…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초록이 깔려있어야 할 자리에 먼지 날리는 흙더미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는 사람들이 보여 할 자리에 육중한 포크레인이, 찰랑거리며 물이 흘러야 할 곳에 삐쩍 마른 황무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예술인들과 함께 왔었을 때의 남한강은 즉흥시를 읊게 하는 풍광과 노랫가락을 흥얼거리게 하는 낭만과 한잔의 술을 기울이게 하는 정취를 간직한 곳이었는데, 초록과 울긋한 색채가 아름다운 천과 황색의 구겨진 듯한 천을 반절씩 기워놓은 듯한 괴기한 풍경은 이제 더 이상 시와 노래를 부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양쑥부쟁이와 꾸구리를 잘 모릅니다. 한번도 이름을 불러본적도 없습니다. 나에게 이름을 못 불리고 사라져 가는 생물들이 비단 이들 뿐을 아닐진데, 이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자연의 선택에 의한 숭고한 사라짐이 아닌, 인간의 선택에 의한 무자비한 죽음이기에 그러했을 것입니다.


ⓒ환경운동연합


4대강 사업이라지요? 강을 살리는 프로젝트라지요? 강과 인간을 더욱 가깝게 만드는 프로젝트라지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생물들이 사라져가고, 시와 음악이 사라져 간다는 것이….그래서 이렇듯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결국 그 강 곁을 떠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


ⓒ환경운동연합



다음 주가 아닌 오늘 이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다음 주면 마음에 새길 향수어린 풍경이 더 적어져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길게 뻗은 남한강의 여주 지역은 그 풍광이 아름답다하여 여강으로 불렸답니다. 여강의 비경을 좀 더 가까인 느낄 수 있도록 계획된 올렛길 걷기는 제가 어릴적 서리하러 다닐 때의 그 산길을 연상케 했습니다. 적당히 평지를 걷고, 툭툭 미끄러지는 논둑길을 걷기도 하고, 나무를 헤쳐 가며 경사진 곳을 비스듬한 발검으로 조심스레 내딛던 길 말입니다. 여강 올렛길은 이렇듯 걷는 이들에게 조심스러움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여강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자연의 자존심을 느끼게 해 주는 길이었습니다. 여강의 아름다움과 자존심이 헤쳐지는 속도는 올렛길이 펼쳐진 반대편 강가의 포크레인의 작업 속도 만큼이나 빠를 것 같습니다. 이제 여강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날도 별로 없을 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여강에 이끌어 도착한 신륵사 주변은 여주시가 주최하는 나른한 도자기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가 한켠에서는 여주예총에서 예술인들이 강과 생명들에게 죄송함을 고하는 의식을 펼쳤습니다. 흥겨워야 할 축제의 장에 엄숙한 제의식이라… 참 이상하기도 했습니다만, 물에 사죄하고, 죽어가는 생명들에 사죄하고 그리고 강을 죽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위정자들에게 저항하는 의식은 숭고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여강 주변의 쓰레기들을 모아 만든 반야 범선은 강의 정화와 생명의 회귀를 기원하기 위한작품이었습니다. 볼품없는 재료들이었지만 마음과 정성을 담아 만든 작품은 어는 무대보다도 훌륭한 무대가 되었고, 그 앞에서 펼쳐지는 의식들은 나의 혼을 빼앗아 봄철 볕이 따가운 줄도 모르게 했습니다.
맑은 강이 다시 흐르기를, 남아 있는 생명들이 다시 번창하기를, 그리고 우리들의 시와 노래가 다시 들려지기를 간절히 담은 의식에는 각자의 마음이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하나로서 하나의 소망을 위한 간절한 기원만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별도로 가진 수경스님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스님은 이제 말이 필요하지 않으신 듯 긴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강을 살리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함께 저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온 몸으로 땅에 물에 미안해 하시는 모습만 보이셨습니다.


5월 8일의 남한강 투어는 예고 없는 상실감을 안겨주는 자연, 먹먹한 느낌 그리고 저항이라는 이름으로 밖에 우리를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깨닫게 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수경스님의 웃음, 예술인들의 숭고한 노력, 그리고 남한강과 함께 하는 많은 활동가들과 멀리서 응원하는 이들이 단양쑥부쟁이의 다소곳함과 꾸구리의 즐거운 물질을 보게 만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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