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후기

안녕, 섬진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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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토요일 아침 7시.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섬진강을 만나러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으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김용택 시인이 예정보다 2시간 가량  지각(?)한 서울팀을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참 고마운일이다. 김용택 시인 자택 앞마당에서 각자 준비한 점심을 맛있게 먹고 김용택 시인의 얘기를 듣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먼곳에서 왜 여기까지 왔어~ 서울이 더 멋있던데”라는 시인의 말에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국장은 “섬진강이 오지않아, 선생님이 올라오시지 않아 저희가 내려왔어요”라고 한다.
정답이다. 그는 서울 촌사람들(?)에게 마을공동체와 강변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마을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옛날 사람들이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말을 이었다. 그의 대표작 ‘그 여자네 집’이 왜 ‘그여자의 집’이 아니라 ‘그여자네 집’인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옛 시골마을에서는 집을 지을 때 마을사람들이 다같이 힘을 모아 지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사람 누구나 그 집에 드나들 수 있고 ,‘누구의 집’이 아니라 ‘누구네 집’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아래는 보지 않고 위만 봐, 그래서 발밑에 핀 풀꽃은 보지 못하고 산에 핀 산벚꽃만 보는거야.”라는 섬진강 물처럼 맑고 유쾌한 시인의 한마디는 복잡한 서울 도시에서 온 촌사람들에게 많은 생각들을 안겨 줬다.


김용택 시인과의 즐거운 수다를 끝내고 나는 조그만 수첩과 볼펜을 들고 그의 곁에 다가섰다.
“저기… 선생님 싸인 좀…” 그는 나의 수첩을 받아들고 한자 한자 정성스레 무어라 적었다. ‘황현진님, 꽃이 되세요. 김용택’. 꽃이 되세요 꽃 꽃 꽃….


우리는 시인의 집을 나와 버드나무앞 강가를 향해 갔다. 설레었다.“안녕,섬진강아! 만나서 반가워”
맑은 강물 위로 누군가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를 보니 꼬마, 어른 할 것 없이 신이 난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함께 간 내 일본인 친구 유이치는 “구뜨(GOOD)! 베드구뜨(VERY GOOD)!”을 연신 외친다.





징검다리를 건너갔다 다시 버드나무쪽으로 돌아와 천담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 뒷편에서 “어떡해~”하며 뭔가 소란스럽다. 함께 온 회원 중 한 분이 징검다리를 건너다 그만 강물에 모자를 빠뜨린 것이다. 앞서 가던 나와 박용성 회원팀장은 모자를 잡기 위해 방향을 바꿔 강가쪽으로 향했다.
떠내려오는 모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깊고 거센 물살때문에 모자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우리는 더 앞쪽으로 가서 다시 한번 모자구출(?)을 시도했다. 가시덩쿨이 우거진 풀섶을 헤치며 또 강가로 내려갔다. 뱀도 만났다. 온 몸이 연두색인 그 녀석도 나만큼 무척이나 놀란 듯 쏜살같이 내 발앞을 지나갔다.

박용성팀장과 난, 키보다도 훨씬 긴 나뭇가지를 들고 시도했지만 야속한 강물은 모자를 데리고 또 다시 저만치 가버렸다. 안되겠다 싶어 그냥 올라와 천담마을 길을 향했다. 그런데 저만치 앞에서 김춘이 국장이 혼자서 풀섶을 헤치고 모자를 주우러 가고 있었다.

“국장님~안돼요.못 잡아요 못잡아~”
“아니야, 저기있어. 저기까지만 가면돼~”

도대체 어떻게 잡겠다는건지…  어느새 내 발도 국장님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 모자가 걸려있는 바위 쪽으로 가기 위해 조심조심 튀어나온 돌들을 밟으며 강물을 건넜다. 이제 한번만 더 건너면 되는데…아차하면 돌에 낀 이끼 때문에 모자가 아닌 내가 구출되어야할 지경이였다. 맞은 편 바위에서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건너편 바위엔 아무도 없었다. 가느다란 풀들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다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풀을 움켜 잡았다. 나도 모르게 풀에게 속삭였다.“난 널 믿어”물에 빠지지 않기위해 풀을 꼭 잡고 바위로 뛰어내렸다. 성공이다! 그 가느다란 풀들은 뽑히지 않고 단단히 뿌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난 바위 저편에 걸린 모자를 구출(?)해 주인의 품에 안겨주었다.

거친 물살 때문에 모자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모자를 다시 되찾았다는 기쁨에 모두들 봄날만큼 화창한 미소들을 짓고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우린 천담마을로 다시 향했다.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서울 가족들은 천담마을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구담마을로 이동했다.
구담마을은 영화‘아름다운 시절’의 배경지로 현장비가 있는 공터에서 내려다 보면 강물이 굽이 치는 것을 볼 수있다. 과히 장관이다. 단체 사진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전주시청 근처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는 것으로 화창한 봄날의 나들이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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