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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열흘 야영하며 자연과 살을 맞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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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별거 없어요.”

2월의 화창한 오후. 찻잔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조금 더 양보하고 적게 쓰고…. 전 재산을 기부하는 거창한 방법도 있지만, 작은 변화가 중요하죠.”

홍대 근처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희동 회원(사진)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는 담배꽁초 습관을 예로 들었다. 전에 아무데나 버렸던 담배꽁초를 이제는 주머니에 넣었다가 휴지통에 버린다는 것. 딸아이도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어른을 보면 “나쁘다”고 말하게 됐다. 분리수거와 자전거 타기를 비롯해 시간이 갈수록 변화의 목록도 늘어났다.

“전 자전거 예찬론잔데요, 다이어트에 좋고 세상을 느리게 볼 수도 있어서 좋아요. 자동차를 타고 지날 때는 놓치는 것을 자전거를 타면서는 볼 수 있죠. 느림의 미학이죠.”


박희동 회원의 네 가족. 둘째 아이가 앉은 나무 의자는 박희동 회원이 직접 만들었다.

귀찮지만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많아지면 그만큼 고달파지지 않을까. 박희동 회원은 굉장히 신경 쓰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인 셈”이라며 스스로를 추스른다. 바느질도 그중 하나일까. 아이의 헤어진 바지 무릎에 하트 모양으로 천을 덧대고 ‘사랑해’라는 글씨까지 바느질해 넣은 기억을 자랑스럽게 꺼낸다. 낭만적이라고 하자 그는 “디자인하는 사람이 뭔가 달라도 달라야지”라고 웃으며 대꾸한다.

‘디자인하는 사람’ 박희동 회원은 미술과 건축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11명의 동료들과 함께 환경의 관점에서 건축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연이 닿아 10년 전 누하동 환경센터를 짓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환경센터 건립에) 회원으로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이 일로 환경운동연합에 코가 꿰였죠.(웃음)”

박희동 회원은 여행을 사랑한다. 습지와 강, 산과 들을 가릴 줄 모른다. 또 야영을 즐기며 일 년에 열 번 이상은 텐트나 침낭에서 잔다. 여기에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눈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라며 여행의 이유를 말한다. “도시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기상변화를 체감하지 못 하죠. 아이들에게 순수한 자연을 보여줄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박희동 회원 가족의 백두산 여행.


계절이 바뀌며 곳곳은 박희동 회원에게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그가 꼽은 최고의 절경은 12월 중순의 눈 내리는 선운사. “잔잔함, 고요함…. ‘중도’의 풍경이었어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모습이요.” 그는 알래스카에서도 유사한 것을 경험했다. 이누이트 원주민들과 같이 지내면서 그들의 생활에 묻은 중도의 체취를 맡았다. 황량한 얼음대륙이 더없이 풍요로워 보였다.

무엇이든 가족과 함께 하기를 좋아하는 박희동 회원.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기쁘지만 결국 내가 즐거워야죠.” 뭐든지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지만, 말끝마다 가족을 향한 애정이 배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열한 살 첫째는 훌쩍 떠나기 좋아하는 아빠의 ‘역마살’을 닮았나보다. 얼마 전엔 마포 집에서 양평까지 자전거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니까….



지난해 말 구요비 회원님(2009년 11월호 인터뷰)께서 그림과 책을 사무실로 보내주셨습니다. 귀한 선물을 주신 구요비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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