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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진수을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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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0일 누하동 환경센터에서는 ‘영화로 기후변화 이슈 읽기’란 주제로 영화 <동경 핵발전소>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상영회가 끝나고 참가자 여섯 명이 밤늦게 영화와 원자력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날 참석했던 안승혁 님께서 보내주신 후기를 옮겨 싣습니다. <편집자>

[관련 기사] “핵 발전소는 대도시와 잘 어울려” 



‘토론의, 토론에 의한, 토론을 위한’ 영화



동경 핵 발전소라는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된 이야기는 동경도 핵 발전소 건립 문제를 놓고 벌이는 행정관료들의 격론이고, 다른 하나는 재처리 핵연료 운송차량 납치 사건이다.

전자의 이야기가 회의장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배우들의 대사 처리만을 통해 마치 연극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데 비해, 후자의 이야기는 동경도청과 운송차량을 교차편집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여 액션 영화적 느낌과 함께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영화 구조상으로는 후자의 이야기가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지만 어쩐지 군더더기 같은 느낌이 크고, 감독이 이 부분을 과감하게 들어내버렸더라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느림’이라는 토론의 미학
사실 이 영화의 정수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정관료들의 토론장이다. 핵 발전소를 동경도에 건립하자는 도지사의 기상천외한 제안은 그 문제를 고민해보지 않았던 관료들에게 다양한 생각꺼리를 제공하게 되고, 그 결과 생기 없이 관성적으로 일하던 관료들의 눈과 머리를 초롱초롱하게 만드는 활발한 토론의 장이 개설된다. 영화에서 눈여겨 볼 지점은 토론에 참석한 행정관료들 모두를 균형있게 하나의 프레임 속에 배치하는 숏을 자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렇다.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개개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토론’이다. 합리적 이성에 기반한 대화 가능성을 말살했던 매카시즘의 광풍이 끝나가던 1957년에, 미국의 사회파 감독 시드니 루멧이 만든 걸작 영화 ‘12인의 노한 사람들’이 선사했던 바로 그 감동을 재현한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민주주의란 즉각적인 선호와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심사숙고를 통해 발현되는 것이라는 진실을 깨우쳐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편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원자력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기술인지 간과하기 쉽다. 영화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라는 식으로 정부 정책을 방관하는 태도에 대해 따끔하게 질책한다. 전기를 실제로 쓰는 사람들에게 그 전기에너지가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지 고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원자력 문제가 ‘불편한’ 이유
우리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알고도 그냥 모르는 척 할 수도 있고,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돈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청정 이미지에 현혹되어 그 위험에 대해 무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자력 시스템은 실상을 알고나면 생각없이 속 편하게 수용하기에는 마음이 심히 불편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원자력의 안전성 측면에서 핵심은 원자로 운영과 연료처리에서 사고 위험요소를 얼마만큼 제거할 수 있는가와 방사능의 외부 누출을 얼마만큼 방지할 수 있는가이다. 원자력 찬성 측에서는 철저한 안전대책과 수준 높은 통제기술을 통해 모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고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며 실제 사례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문제는 한 번 발생해버리면 비가역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전예방원칙이 중요함을 고려할 때 원자력의 사용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래세대의 동의도 없이 대대손손 유산으로 남겨질 위험천만한 핵 폐기물 문제를 눈 가리고 아웅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또한 경제성 측면에서 원자력은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 발전단가의 과소추정, 재생가능에너지 대비 차별적 우대지원의 문제가 있다. 우라늄의 채굴비용을 높게 잡더라도 2020년을 전후로 우라늄 공급은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며, 원전의 폐로비용과 사용후연료 및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비용, 처분장 건설비용, 폐기물양이 과소추정되어 전체적으로 발전단가가 낮게 책정되었다.



발전차액지원제도와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정책을 통해 태양에너지의 천국이 된 독일과 스페인 ⓒ환경운동연합


최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원자력에 대한 지원이 재생가능에너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는 원자력의 발전단가가 실제보다 낮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독일이나 스웨덴에서 그랬던 것처럼 원자력과 관련된 몹쓸 정책들을 그만두고, 보다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그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안승혁 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첫 사진=<동경 핵 발전소> 영화 공식 홈페이지 (www.bsr.jp/genpa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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