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후기

겉은 쭈글쭈글 볼품 없지만 속살 가득 자양분을 간직한 씨감자처럼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환경운동연합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주환경운동연합에서 15년 동안 사무국장과 상임의장으로 활동해온 김석봉입니다. 그동안 변변히 활동하지도 못한 제가 지난 3월21일 전국대표자회의에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 선출되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다들 축하한다기보다 걱정의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보아도 어렵고 힘든 시기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 김석봉 신임 공동대표  ⓒ환경연합 박종학

우리는 지난해 불거진 중앙활동가의 회계부정사건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었습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단체해산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 찾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그동안 우리가 걸어왔던 고난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눈물을 글썽이는 한 활동가의 모습 앞에서 저 또한 길을 잃고 바람에 흔들리는 회화나무 빈 가지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명박 정권의 무지막지한 개발정책과 녹색을 가장한 파괴의 삽질 앞에 온몸으로 맞설 수 있는 단체는 환경운동연합뿐이라는 주위의 격려도 있었습니다. 이 잿빛 시대에 동강에서, 새만금에서, 부안에서 국민들과 함께 나눈 우리의 저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잘못을 반성하였고, 특별대책위원회와 거듭나기위원회를 설치하여 환경운동연합에 쇄신의 채찍질을 해왔습니다.

지금 심정이야 착잡하지만 어렵다고해서 주저앉아 있지 않겠습니다.
지독한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준 우리 회원님들, 이시재‧지영선 두 공동대표와 김종남 사무총장, 전국의 임원‧활동가 여러분들과 함께 온누리를 초록으로 물들여가겠습니다.

모든 제도와 절차를 무시한 채 삽질을 시작한 한반도대운하사업을 막아 국토의 대동맥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사막의 모래알처럼 변해버린 국민들 가슴에 생태적 감성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환경운동의 내용을 점검하고, 형식을 정비해 보겠습니다.


100일 단식을 하고, 오체투지를 하고, 급기야 용산에서처럼 죽음으로 저항해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진정어린 운동의 길을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지역조직의 역할과 기능이 한반도 환경운동의 근간이 되도록 기반을 쌓게 돌덩이 하나라도 놓겠습니다.

모든 활동가들이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현장을 찾아다니도록 조직의 생리를 바꾸고, 제도를 만드는데 힘을 쓰겠습니다.



▲ 댐 건설에 반대하며 나섰던 자전거 전국일주 (2001년)  ⓒ뉴스메이커  

사실 저는 그간의 활동에 지쳐있었습니다.
자칭 환경운동가라고 하면서 가슴에 향기 나는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는 황폐함이 사뭇 죄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내 이웃 한 사람도 변화시키지 못한 운동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시간이 필요하였고, 마침내 지리산 기슭으로 도망치듯 숨어들어 1년 반을 살았습니다. 황무지가 된 가슴을 다시 촉촉한 질감으로 채우고, 그 속에 새로운 환경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씨감자를 보면서 저 자신을 추슬렀습니다.
겉은 쭈글쭈글 볼품없이 말랐지만 씨눈을 위해 속살 가득 자양분을 간직한 씨감자처럼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가족여러분들의 여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 4. 14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석봉 올림
[이 게시물은 환경연합님에 의해 2009-04-17 14:32:39 활동기사에서 이동 됨]

admin

후원후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