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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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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일요일 이른 아침, 아직 가족들은 깊은 잠에서 깨지 않은 시간에 홀로 일어나 문득 성경책을 폈습니다. 저는 하느님을 믿지만 사실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성경책을 제대로 통독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득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하신 말씀이 뭐였더라, 그게 궁금해졌거든요. 많이 읽을 것도 없이 창세기 1장에는 천지창조의 하느님이 나옵니다. 뭍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고, 갖가지 생명을 만들고, 모든 생명들에게 번창하라고 축복을 주시고 다 만드신 후에는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And God saw that it was good). 하느님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에게도 축복을 주셨다는 것도 새삼 알았습니다.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잘 믿는다는 장로대통령이 나라를 통치하는 올 한해,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삽질’ 경제로 나라를 살리자고 이달 29일부터 삽질을 무조건 시작한다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온라인 뉴스에서 읽은 내용인데, 4개강을 정비해야 한다고 극구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마인드에는 자연에 대한 그의 인식이 어떤지 말해주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가 언젠가 지리산을 올랐는데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아직 개발이 덜 됐어”
저는 이 말이 MB에 대한 무수한 우스개 소리 중 하나가 아닐까 싶고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


대운하를 막아야 하는 여러 이유들은 워낙 여기저기서 듣고 보실 테니 굳이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산을 깎고 강바닥을 파봐야 원래 목적이었다는 물류의 경제성이 없다거나, 이런 대대적인 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 잦은 안개 등으로 농작물의 피해가 더 많다거나, 자연생태계가 크게 망가지거나 하는 예측되는 결과들에 대해서는 제가 더 말해 무엇할까요. 코엑스 아쿠아리움이나 63빌딩 수족관에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수달이라는 귀여운 동물이 강에 깃들어 산다는데, 어차피 강가에서 우리 아이들이 수달을 만나기는 어렵고, 수족관 유리를 쾅쾅 두드리며 아이들이 수달더러 헤엄쳐보라고 소리치는 것을 ‘음, 귀엽지?”하면서 흐뭇하게 볼 수도 있겠지요.


제가 대운하를 혹은 강살리기를 반대하는 큰 이유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것을 그대로 두고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요. 하느님이 만드신 산과 강을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는데, MB는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어찌 감히 하느님의 훌륭한 심미안을 비웃는 것인지, 산하가 생겨먹은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정비를 하겠다는 것일까요?


대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산으로 강으로 쉬러 길을 떠날 때, 시골의 늙은 어머니처럼 거친 흙손에 까맣게 탄 얼굴에 그대로 우리를 안아주는 산과 강이 있어서 위안을 얻습니다. 때로는 넓고 깊어지고 때로는 좁게 휘몰아치고 때로는 가물고 때로는 풍부해지는 아름다운 강이, 일방적인 직선으로 깎이고 콘크리트를 바르고 강을 따라 터미널이며 유원지가 들어서고 산도 잘려나가고 커다란 배들이 오간다면, 그런 곳을 여행 삼아 갈 수 있을까요.


아이가 세 살이었을 때, 우리 가족은 영주 부석사에 놀러 갔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지금처럼 고속도로가 많지 않아서 꽤 먼 길을 달려서 저녁나절에야 도착했지요. 부석사는 산굽이를 돌아 멀리 있다는 느낌과 그렇기에 더욱 그리운 느낌도 이젠 새로 생긴 고속도로로 몇 시간에 주파해버리기에 사라지고 맙니다. 편리해지면 그만큼 잃는 것이 있지요.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길래 아이를 재촉하여 부석사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신나게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넘어지더니 무릎에 생채기가 생겨 피가 납니다. 전에는 흙길이었던 진입로가 시멘트로 포장이 되었기에 넘어진 아기는 생채기가 생기지요. 그저 흙길이었으면 묻은 흙을 탈탈 털어내기만 하면 될텐데… 우는 아기를 업고 부석사로 오르며 “왜 여기까지 길을 포장하고 난리야” 투덜댔습니다.


그저 작은 길 하나 포장하는 것도 운치를 사라지게 하고 아름다움을 깎아버리는데, 도대체 아직 개발이 덜 되었다고 믿으며 우리 산과 강을 통째로 깎고 다듬겠다면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우리는 어디로 시선을 두어야 하나요? 어느 정치인은 MB에게 맞장구를 치며 ‘전국이 하나의 거대한 공사장처럼’ 되어야 한다고 했다지요.


햇살 반짝이는 봄날, 강을 따라 걸으며 아이에게 “저기 어디쯤 수달들이 살고 있대. 너 전에 수족관에서 수달 보았지?”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자연을 통해 아름다운 상상력을 여전히 가지고 싶을 뿐입니다. 강과 산을 보면서 ‘역시 하느님은 최고의 예술가야’라고 말하며 감사의 마음도 가지고 싶습니다. 일요일 아침, 이 나라의 대통령은 제발 교회에 나가서 창세기 1장을 곰곰이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이 듭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다지 않습니까?


2008년 12월 28일 이른 아침에
지우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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