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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골동’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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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회원 댁의 대문은 참 예쁘다. 담장 옆에서 대문 위로 수줍게 손을 걸친 담쟁이 넝쿨도 예쁘고, 주인이 계시건 아니 계시건, 사람 의심하지 않고 항상 열려있는 마음씨도 예쁘다. 그런 대문의 마음씨가 멀리까지 소문이 난 것일까? 이철수 회원의 집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버스 정류소 앞 구멍가게 아저씨부터 주유소 사장님까지……


마을 이곳저곳에 흩어진 회원의 작품 아닌 작품을 구경하는 나에게 할머니 한분이 묻는다.


“처자는 어디를 가는 겨?”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 댁이라고 하자, 팔을 뻗어 먼 곳을 가리킨다. 그 손가락 끝에 위에서 말한 인심 좋은 대문이 닿는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곳은 이철수 회원의 작업실이다. 무척 깔끔했다. 회원 말씀이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 근래 손님이 자주 드나들어 일부러 깨끗하게 치웠다고 한다.


필자를 맞은 회원이 안경을 고쳐 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그란 안경이다. 이어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문다.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편인가요?”


대답대신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채식주의자라서 그렇단다. 담배도 풀 아니던가.


필자가 회원들에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은 항상 똑같다. 한 친구를 두고도 인연의 시작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더 궁금한 것 아닐까?


“환경연합의 회원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는지요?”


언제부터 회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난감해하는 표정의 필자를 보며 회원이 웃는다. 더워서 그런지, 회원의 내공 때문인지 땀까지 난다. 그런 필자를 두고 사모님이 회원에게 핀잔을 준다. 회원활동의 역사에 대해 이철수 회원의 말이 이어진다.


“…처음부터 회원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니까요.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하게 되다보니까 어느새 회원이 되었더라구요. 그래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공추련 때부터 이긴한데, 충북환경연합도 그렇고 제천환경연합도 그렇고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환경연합의 일원이 되어 있었지요.”


아마도 환경연합 회원 중 가장 자유로운 회원이 아닐까 싶다. 환경연합에 걸리지 않는 환경연합의 일원이라……


이철수 회원은 워드를 못 친다. 인터뷰 의뢰 때, 이메일을 이용한 서신 인터뷰를 부탁하자, 본인에게 타자를 하라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라며 마다했었다. 덕분에 필자는 제천까지 가을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왜 워드를 배우시지 않으시나요?”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쩐지 상상력이 굳어지는 느낌이란다. 필자가‘억압’이라는 표현을 쓰자, 친절하게 그냥 ‘굳어지는 것’이라고 고쳐주신다.


이어서 그의 독특한 글과 판화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필자는 항상 그의 여백이 많은 글과 그림의 비밀이 알고 싶었다. 가끔 그의 여백은 그림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그 부분에 대해 이철수 회원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는 그림에 글도 많이 넣는 편인데, 항상 글이나 그림이 번잡스러우면 사람들에게 귀찮은 대상이 되요. 그래서 되도록 함축적인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지요.”


예전에 어떤 활동가로부터, 이철수 선생은 매일 판화를 한 장씩 조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꺼내자, 그건 오해라며 말을 막는다.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를 하고 계시네요. 아마도 제가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매일 보내는‘나뭇잎 편지’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생겼나보네요. 나뭇잎 편지는 하루에 하나씩 그림파일을 출력하고 제가 직접 글을 써서 회원들에게 보내는 제 소통방법입니다. 제 생활의 작은 켜를 보여주자는 취지입니다.”


필자는 제천에서 생활하는 회원의 일상생활이 궁금했다. 회원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우리는 자급자족을 하는 편이라, 아침부터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돼요. 바쁜 것이 공부잖아요. 그렇게 바쁜 가운데 마음 건사를 배우는 게 공부 아닐까요?”


이철수 회원은 집에서 벼농사는 물론이고, 콩이나 고추, 참깨 때로는 야콘같은 작물도 재배한다고 했다.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 생활보다 이철수 회원의 시골살이가 훨씬 더 윤택한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철수 회원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적어본다.


“단순하게 보면 재화가 풍족한 도시가 더 편리하고 윤택할 것 같지만, 도시에서는 대부분의 것을 시장에 의존해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시장이라는 제도에서 파생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예로 멜라민 사건을 들 수가 있지요. 시장이라는 제도 안에서는 어떠한 경로로든 그 피해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골동’을 모릅니다. 빠르게 변하고 늘 새로워지는 소비문화에 치중하다보니 우리는 낡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사실은 그 낡아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삶인데도 말입니다. 그러한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에서도 볼 수 있죠.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라게 두는 것이 아니라, 막 자라난 싹을 억지로 잡아당기는 일종의 ‘조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중심의 문화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대오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중 하나가 농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경을 실천하는 것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거창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고추 한포기, 토마토 한포기를 화분에 키우는 작은 부분부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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