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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가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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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조사연구하는 것은, 변화된 기후에 적응할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초정보가 됩니다. 일본 북해도의 아칸국립공원 안에 있는 숲에 원래는 남쪽에만 살던 귀뚜라미가 나타나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 그 곳에 철조망을 치고 보호하고 있습니다. ⓒ장용창 회원

지난 2008년 7월 초 일본 북해도의 구시로 람사 습지 근처에서 열린 기후변화 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 UNITAR(United Nations Institution for Training And Research)에서 실시한 이번 워크샵은 유엔 기관이 주최했고, 기후변화와 생물종다양성 그리고 습지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국가습지사업단에서 일하는 아내가 참석을 했는데, 생후 8개월된 딸을 데리고 가야 했기 때문에, 제가 따라가서 딸을 돌보고, 현장 투어 등에만 같이 참석했습니다. 의미있는 내용들이 많아 회원님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후변화를 도대체 어떻게 막을 것인가?


기후변화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에너지 사용과 그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등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데, 전세계의 자동차와 공장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어찌 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국가간 합의를 위해서 기후변화협약 등을 만들었지만, 미국 등 강대국이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도대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걸까요?


기후변화를 막는 건 힘들어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에 질문을 살짝 바꿈으로써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후변화 그 자체를 막기는 아주 힘들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대구에서 사과 농사가 잘 안 된다면, 대구에서는 감귤 농사를 짓고, 강원도에서 사과 농사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고, 그 과정에서 조정해야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는 기후변화 자체를 막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겠지만,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거대한 흐름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구체적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피해가 어떻게 발생할지를 예측하고, 그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습지가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인다.


이번 구시로 공부모임에서 다뤄진 주요내용이 습지가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인다는 것입니다. 첫째, 습지의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저도 처음 접하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줄만 알았지만, 습지도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습지의 종류가 여러 가지 있지만, 습지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숲에 비해 2~7배나 된다는 과학적 연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 습지가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합니다. 넓은 습지가 있으면 이 습지는 온도나 습도가 급격하게 변동되는 것을 완충해줍니다. 온도와 습도가 급격히 변동할 경우 사람은 물론 농작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를 습지가 완충해준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우포늪이 가지는 이런 기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제주도의 곶자왈 습지는 겨울에 주변보다 몇도씩이나 높고 여름엔 몇도씩이나 낮다는 것이 여러 차례 측정되었습니다. 제주도의 곶자왈 숲은 일반적인 숲이 아니라, 그 지하에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품고 있어서 습지의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숲이 가지는 온습도 조절 기능보다 더 강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째, 습지는 기상악화로 인한 피해를 줄여줍니다. 이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의 상류에 습지가 넓게 분포한다면, 홍수 때는 물을 담아 주고, 가뭄 때는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줍니다. 혹은 갯벌을 막아 제방을 만들면 폭풍우나 해일 피해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갯벌이 폭풍우와 해일 등이 육지에 미치는 파괴력을 줄여주는데, 갯벌 습지를 매립할 경우 이런 피해를 고스란히 보게 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몇 년 전 동남아 해일 때, 산호초가 있던 섬은 해일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다는 얘기도 유명합니다.



▲자연상태로 남아 있는 넓은 습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진 기상악화의 피해를 줄여줍니다. 이 곳 구시로 습지가 하류에 있는 구시로 시내의 도심과 농지 등을 보호해줍니다. ⓒ장용창 회원

습지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구시로 워크샵에서는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습지 관리자들이 학습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외국 연구자들이 발표할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외국에선 이미 습지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국토를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우리의 국토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외국의 습지는 우리 나라의 습지와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연구결과를 우리가 그대로 이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국토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이런 기능들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우리 정부도 우리의 국토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조사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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