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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소가 미쳤을지도 모르니까 먹으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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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불고기 양념으로 오징어를 볶은 오징어불고기를 만들어 먹습니다.
불안한 먹을거리가 우리 집 식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오늘 친정엄마와 함께 고추장을 처음으로 담가 보았는데
환갑이 두 해나 지나신 친정엄마도 고추장을 직접 담가 보긴 생전 처음입니다.
세상은 점점 편해지는데 밥상 준비하기는 오히려 점점 어려워집니다.


저는 6살 딸과 6개월 아들을 키우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두 아이와 싸우다, 웃다, 젖먹이다, 똥기저귀 빨다 보면 금세 하루가 지나갑니다.
솔직히 세상 돌아가는 일까지 따라가기는 제게 버겁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너무 화가 나서 촛불 들러 틈틈이 나가다 보니 최근엔 더 힘이 듭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돈 좀 더 벌겠다고 자식들에게 나쁜 음식 먹이겠습니까?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꼭 그 꼴입니다. 
적어도 엄마의 마음으로 국민들을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협상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겁니다.


처음에 쇠고기 관련 파문이 일기 시작할 때, 저는 그저 자포자기 했습니다.
욕만 바가지로 할 뿐, 똥기저귀 치우는 제가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국민의 안전이 뒷전인 정부를 만난 게 억울하고 또 억울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저 같은 젖먹이 엄마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겨서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물론 아기 때문에 많이 나가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매일 촛불행렬에 함께 했습니다.
촛불이 오만한 정부를 움직일 줄 누가 알았을까요? 조금씩 세상이 바뀌어 가더군요. 


백만의 촛불 뒤에 수천만의 마음이 모여
아무도 생각 못했던 일을 하나씩 해내고 있습니다. 
기고만장한 대통령을 국민 앞에 고개 숙이게 하고
무능한 인사들도 일부 갈아치우기도 하고
미국 소비자단체의 마음도 움직이고
협상 다시 하라고 정부 관료들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죽어도 추진할 것 같던 대운하도 포기한다면서요?
저는 이번에 국민 무서운 게 뭔지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재협상은 없다는 대통령의 오늘 담화에 실망을 넘어 좌절감을 느낍니다.
국민들이 한 달 넘게 사력을 다해 촛불을 들어줬으면
국민들 팔아서라도 등떠밀린 척이라도 하며 미국정부에게 재협상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어떻게 미국 대통령도 아니고, 한국 대통령이 재협상은 없다고 먼저 단언합니까?
그게 지금 진행 중인 미국에서의 협상을 과연 유리하게 하겠습니까?


아직도 이 오만한 정부는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되지’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겁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대통령 때문에 엄마노릇 제대로 하기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요즘 세상에 자율규제라니.. 과연 누가 누굴 믿겠습니까?


저번에 큰 딸아이 어린이집에서 안내장이 왔습니다.
[우리 어린이집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습니다.] 
문득 ‘그럼 무슨 쇠고기를 쓸까? 설마 한우를 쓸 리는 없고… 호주산을 쓰나?’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어린이집은 믿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홈에버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뉴스를 보게 됩니다.
반값으로 내 놔도 안 팔려서 호주산으로 팔았다는 업체측 변명을 보고 경악을 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어디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요즘 같은 시국에도 미국산이 호주산으로 둔갑한다면 조금 지나 여론이 잦아들면 도대체 어떻게 될지…


무섭습니다. 두렵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밀려 버리면 이제 우리 밥상은 세계 각국의 나쁜 음식 일순위 타깃이 되어 버리겠지요?
이중삼중 꼼꼼하고 귀찮은 기준으로 밥상안전을 지켜내는 일본 정부가 어찌나 부러운지요. 


못되고 오만방자한 MB정부를 지켜보는 일도 이제는 너무나 힘들고 지칩니다.
그냥 조용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만 굴뚝입니다만 아무리 둘러봐도 지금 제게  그런 곳은 없더군요.   


우리, 한 번 더 힘을 모아 봅시다.
21일. 지쳐도 유쾌하게 다시 만나, 계모 같은 정부를 조롱하고 꾸짖읍시다.
촛불의 민심으로 다시 모여 아이들의 밥상을 끝까지 지켜 줍시다.



행우니가 말했어요. “엄마, 소가 미쳤을지도 모르니까 먹으면 안 되죠?”
방그리가 말했어요. “엄마, GMO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랑 먹으면 안되죠?”


엄마는 슬펐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얘들아, 괜찮아. 뭐든지 맛있게 많이 먹으렴…”이라고 말하는 세상을 엄마가 꼭 만들어 줄게. 조금만 기다려 주렴.’



정말 저는 이것도 먹지마, 저것도 먹지마라고 말하는 엄마는 되기 싫습니다.
“행운아, 이것 좀 먹어볼래? 이것도 먹어봐…” 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 게 모든 엄마의 마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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