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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소통이 잘 되는 나라, 꿈꿔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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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의 생일 아침에 J 님께

발코니를 통해 보는 바깥은 아침 햇살이 눈부시네요.
오늘 여기 서울은 더운 한낮이 될 것 같아요.
지방은 비소식이 있다고 라디오에서 알려주네요.
J 님께서 계신 그 도시는 흐리고 비가 조금 내리겠군요.
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됐다지요?
내일 토요일 저녁도 어김없이 광화문으로 가야하는데 비가 오면 그곳에 컨테이너를 쌓아놓고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구경을 했다는 대통령께서는 좋으시겠어요.
궂은 날씨에 촛불인파가 별로 없으면 이번엔 뒷산에 안가고 모처럼 푹 쉬시면 될 텐데요.
그리고 어제 대국민담화의 ‘진정성’ 이 통했다고 안도하실지도 모르지요.

오늘은 아이의 아홉 번째 생일이에요.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대합을 넣어서 미역국을 큰 냄비에 가득 끓여놓았어요.
생일날에 대합미역국이라니 좀 이상하죠?
사실 늘 생일이면 쇠고기 미역국을 끓였죠.
제가 지우를 낳았을 때는 한 달 내내 질리게 쇠고기 미역국을 먹기도 했는걸요.
쇠고기를 고기 결에 따라 찢어서 마늘과 참기름에 잘 볶은 다음 쌀뜨물을 부어서 푹 끓이면 깊은 맛이 우러나죠.
어머니는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 당연히’ 대합으로 미역국을 하셨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학교 급식표를 보니 오늘 메뉴도 대합미역국!
지우랑 저는 어머니더러 급식표를 참조해서 매일 같은 것을 만드시냐고 장난스레 투덜댔어요.
어젠 근대된장국이었는데 어머니도 된장국을 하시 길래 왠지 수상하잖아요?

5월말이던가요? 오랜만에 당신과 만났을 때 마침 광화문을 지났죠.
주중이어서 인파는 덜했지만 그날도 촛불집회로 길이 일부 통제되고 전경들이 보도마다 늘어서있었죠.
공직자이신 당신이 얼핏 ‘나도 촛불집회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 저는 잘못 들었나 했어요.
당신 같은 분들은 무조건 ‘사회질서 기강확립’ 만 생각하실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저더러 어느 날은 촛불집회에 ‘ 따뜻하고 입고 가’라고 했을 때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이중으로 쌓아놓은 컨테이너에 그리스를 칠해서 (인화성 물질인 것 아시죠?) 차단해놓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대통령은 촛불은 누구의 돈으로 샀냐고 ‘ 버럭 ‘ 하셨다죠.
월급쟁이인 제가 제 돈으로 산 거 맞아요. 집회에게 가끔 모금함을 돌리더군요.
저는 요새 하도 물가가 올라서, 그리고 가족이 여러 번 초를 사용하다보니 한번만 낸다는 생각에 만원을 냈죠.
그 정도면 우리 가족 양초값은 충분하고 남았겠죠?
요새 유가가 하도 올라서 서민들에게 한 달에 몇 만원씩 돌려준다던데,
그보다도 이런 일로 돈 안쓰게 해주면 더 고마울 텐데요.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검역주권과 SRM 수입금지 등 포괄적으로 담는 재협상을 그토록 일관되게 요구하는데
‘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 ‘ 이라는 국어를 꽤 잘한다는 저도 너무 헷갈리는 표현들로 현혹시키네요.
이젠 ‘30 개월 미만 ‘ 하나만 줄곧 되풀이하고 있고요.

그나마 대운하는 ‘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 하지 않겠다니 천만다행이지요?
거의 백지화에 가까운 것은 같은데 꼭 토를 달 것은 뭘까요.
찜찜하게 여러 번에 걸친 여론조사에서 80% 이상 국민들이 대운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조. 중. 동은 말해주지 않았나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도 사랑해줄게’ 하는 것만큼 얄미운 말이에요.
수시로 사랑하는지 확인해서 질리게 하려 구요?

모처럼 직장일과 가사일에서 벗어나 살사바에 가서 춤을 추거나
영화를 한편 보면 딱 좋은 주말이 다가오네요.
그러나 이번 주말엔 잠시 그를 접고 광화문을 갈 생각입니다.
지우의 손을 잡고 나가는 광화문,
기왕이면 주말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네요.
진정한 소통이 잘 되는 나라, ‘갈이 잘 사는’ 그런 나라를
아직도 꿈꾸어도 되겠지요?
당신과 나 , 나와 이웃 , 그리고 우리 모두.

2008 년 6 월 20 일 지우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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