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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m 미만 승용차 44%, 걷는 게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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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서울환경연합과 서울CO2위원회는 환경재단에서 ‘서울 친환경 에너지 선언, 1년을 묻는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토론회선 대안에너지와 대안교통으로서 자전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 자전거만 놓고 보면 주최측은 서울시가 지난해 10월까지 총 43km의 자전거도로를 놓았고, 110억 이상 예산을 쏟았지만 출근시간대 자전거도로 통행자수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전체 교통정책 안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별도 부문으로 다뤄지고 있다. 교통정책이라면 당연히 승용차/버스/지하철/자전거라는 관계 속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는 별도다. 승용차/버스/지하철이 전혀 다니지 않는 곳(한강과 한강 지류,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외곽길)을 골라서 자전거도로를 놓는다. 그리고 몇 Km 놓았다고 떠들썩하게 발표를 한다. 대중교통을 강화한다면서 버스 전용차로를 실시할 때 도로 한쪽을 막아서 버스에 우선권을 줬다. 승용차가 그동안 전차선을 달리던 데 제한을 둔 것이다.


버스와 지하철 환승체계를 만들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금전 이익도 얻도록 만들었다. 교통정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자전거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따로 움직였다.


산악자전거를 끌고 산을 오르는 사람, 주말 한강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폭증하지만 정작 출퇴근이나 통학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다. 레저용 도로만 잘 만들어놓고 왜 ‘자전거를 안 탈까’ 고민한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자전거를 교통이라고 생각한다면 버스나 지하철 문제처럼 차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긴 거리 자동차 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은 1일 토론회에서 살짝 드러났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신해 연구원이 2004년 내놓은 <서울시 단거리 승용차 통행감축방안 연구>에 따르면 거리별 승용차 자전거 이용현황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자전거의 경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거리는 1-3km다. 1-2km가 37.8%, 2-3km다 37.4%다. 5km 이하가 전체 92.5%를 차지한다. 그런데 승용차에서도 1-3km 이용은 전체 25.2%나 된다. 5km 이하는 44.0%. 절반 가까운 승용차 이용자가 자전거로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짧은 거리를 다닌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승용차 이용 인구 중 상당수를 자전거롤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대체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승용차 대체 비율이 1%일 때 CO2 발생 저감량은 39만1221톤으로 82억원 저감효과나 나타난다. 10%가 되면 392만6529톤으로 저감효과는 823억원이나 된다.


에너지 절약 효과도 적지 않다. 휘발유 1리터로 10km 간다고 가정하고 에너지 절약을 예측했을 때 자전거 이용률이 10%가 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2조8165억원에 이른다.(대한석유공사 휘발유 가격 2008년 3월 28일 기준)


김민기 노래는 좋지만, 모든 노동자들이 승용차 타라는 건 반대




‘오마이자전거’ 이원영 운영자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찍은 사진

자전거가 레저로 전락(?)한 데는 운동가들의 무책임도 크다. 임금분배나 복지향상, 사회구조 개편 등에는 많은 관심을 쓰지만 정작 승용차로 인한 문제에는 무관심하다. 석유로 인한 미국의 세계 전략을 비판하면서 석유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승용차 문제엔 무심하고, 지구 기후 변화를 걱정하면서 역시 승용차는 쏙 빠진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는 영남대 박홍규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희망사항을 밝힌 바 있다.


“나는 김민기 세대로서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가 묘사한 노동자들이 언젠가 자가용을 타리라는 꿈을 그린 부분에 대해서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항한다. 지금 그의 노래가 현실이 되었기에 더욱 그렇다. 김민기는 자가용을 타는지 모르지만 그 세대의 많은 사람들, 심지어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들이나 종교인 등 이른바 생태주의자들이 자가용을 타는 것에 대해 나는 저항한다. 노동법을 공부하는 나는 노동자가 잘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노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교통난이나 공해 배출이 적은 공용의 전철이나 버스 또는 자전거를 이용하기를 희망한다. 물론 통근 거리가 먼 경우에는 자전거가 무리이겠으나 외국처럼 전철이나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데는 자전거를 이용하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생활을 바꾸는 노동운동을 하기 바란다.”


승용차 문제가 꼬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승용차는 우리나라에서 신분과 부를 상징한다. 서열화 문화는 고스란히 승용차에도 이어져 큰 차, 비싼 차, 외제차는 차도에서도 어깨를 펴고, 그렇지 못한 차는 어깨를 움츠린다.


이런 문화는 자전거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박홍규 교수는 값비싼 산악자전거(MTB)는 건물 안에 세우게 하면서 자신이 타는 몇 만원짜리 자전거는 환경 미화에 좋지 않다면서 밖에 세우게 한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자전거가 생활이던 시절 필수이던 물받이, 라이트, 짐받이 등이 요즘은 별도설치로 나오는 것도 생활과 멀어진 자전거 문화를 보여준다.


결국 답은 제자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차도에서 시작하고, 교통정책에 자전거를 버스, 전철과 같이 놓고 계획도를 그려야 한다. 그래야 레저용 자전거 시대에서 수송용 자전거 시대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박홍규 교수가 2005년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은 아래 주소로 가면 볼 수 있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5/06/021003000200506220565038.html

*김대홍 님의 동의를 얻어 <회원에세이>에서 함께 나눕니다.

[관련 글] “신·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기후보호도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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