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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15주년 기념]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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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드는 나이입니다. 세상에 대한 탐구심과 자아에 대한 고뇌에 빠지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환경연합도 바로 그러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위기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충분한 성장통을 지낸 사람이 성숙한 성인이 될 수 있듯이 시민사회단체의 위기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의견을 모아낼 수 있는 성숙함을 향한 성장통이라 믿습니다. 어린 아이의 성장 속에 부모가 함께 하는 것처럼, 환경연합의 성장 속에서 때론 든든한 부모로, 때론 매서운 선생님으로, 때론 정겨운 친구로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그 다른 이름이 바로 회원입니다. 환경운동연합과 10년 이상 함께 길을 걸어온 회원 두 분과 함께 환경운동연합의 15살을 축하하며 더 큰 성장을 기대합니다.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첫번째 이야기-


지우군에게


글 / 조은미 (환경운동연합 15년 회원)



ⓒ조은미 회원

어제 밤에 네가 자유주제로 쓴 일기를 (예상하겠지만) 엄마는 몰래 훔쳐보았어. 이 점은 너무 섭섭히 생각하지마. 원래 부모들이란 일기장을 살짝 뒤져보곤 하는 거니까! 며칠 전에 어느 환경단체에서 주관한 ‘환경과 빈곤’에 대한 강연 참가후기를 썼더구나. 그리고 좀 놀랐어. 너에겐 어려운 강의였을 텐데 중요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더구나. 아시아의 빈곤과 개발, 그리고 환경보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수의 이야기를 말이야.


그러나 한편 곰곰이 생각해보면, 네가 아가였을 때부터 환경운동연합의 크고 작은 행사에 엄마가 데리고 다녔으니 네가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그랬을 것 같아.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환경연합에서 외국인을 초청하여 강연을 할 때 너를 데리고 가서 네가 회의실 바닥에서 잠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춥다고 마용운 국장님이 침낭 비슷한 것을 주셨지.


엄마는 대학생이던 94년부터, 당시는 막 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환경운동연합’이라는 NGO 단체의 회원이 되었어. 너 말대로 제주사람이어서 그랬는지, 팍팍한 서울생활에서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때문이었겠지. 엄마는 그 후 영어공부도 할 겸 국제연대 관련 자원활동도 해오면서 환경연합을 더 알게 되었어.


남들은 엄마에게 물어보곤 해. 영어실력이 있으면 돈이 되는 번역을 하지, 왜 무료로 그런 일을 하냐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환경연합 회원이 되고 봉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보물을 얻어가는지 결코 모른단다. 그 중 가장 큰 보물은 좋은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야. 나는 환경연합에서 만난 활동가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단다. 그들은 환경을 위한 진정한 자원봉사자야. 나는 그 열정과 헌신에 늘 감동하고 배운다. 두 번째 얻은 보물은 엄마가 우리나라 환경문제, 지구촌 환경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이야. 세 번째 보물은 지우군에게 엄마가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그리고 서서히 지우군도 그런 아이로 크는 것을 보는 거야.


환경연합과 함께하며 가장 아름다운 기억은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였어. 그 행렬에 너를 업고 걸리고 뒤따르며 엄마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하며 가슴이 먹먹했단다. 김춘이 국장님을 따라 새만금 행정재판에 갔던 기억도 나. 한번 사업중지 결정이 났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지…   


이제 환경연합은 아시아를 이끌 큰 단체가 되었어. 그러다 보니 내외적으로 비판과 기대는 더욱 커졌단다. 엄마는 환경연합에 바깥의 목소리를 알리기도 할 것이고 또 사람들에게도 환경연합에서 하는 일을 알리고 같이 하자고 할 거야. 무엇보다 지구온난화가 가장 걱정이라는 지우군이 있으니 엄마는 더욱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할거야. 그런데 지우군, 한가지 미안하군. 4월초에 환경연합 마당에서 하는 유기농 식사를 곁들인 파티에 너랑 갈 수가 없게 되어서. 네가 기대감이 컸는데 엄마가 사정이 생겼단다. 대신 주말에 에코밥상에서 엄마가 한번 쏘도록 하지! 지우가 환경연합회원임을 자랑스러워해서 엄마는 참 좋아.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두번째 이야기-


글 / 신유섭 (환경운동연합 11년 회원)



“또, 환경쟁이들이야? 저것들이 결국은 우리나라를 말아먹고 말지!”

지난 몇 년간 주변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들었던 말이다. 사패산과 천성산 터널 공사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연기되어 하루에도 몇 억 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경제 신문들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보도도 계속해서 이어졌던 이 기간에 나를 힘들게 했던 말이었다. 국도나 서울시내 도로에서 고개로 인해 끊어진 생태로를 잇는 공사로 인해 교통 정체 현상이 이어질 때면, 저런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다고 환경 단체를 들먹이는 말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동물은 도롱뇽이야, 다른 동물은 다 죽여도 도롱뇽은 살려야 해” 라며 환경단체를 우회적으로 비꼬는 말도 들어야 했다.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도 들어서, 이젠 나도 탈퇴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잠시 했던 것 같다.

환경 단체는 언제 어느 곳에서건 주변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운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재활용 분류, 음식물 쓰레기 분리 배출, 대중 교통 이용하기, 절전 플러그 설치하기, 친환경 물품 사용하기 등 일상 생활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고 지키다 보면 어느새 몸에 익어 조금도 불편하지 않은 그런 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것을 지키자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하는 환경 단체는 잔소리꾼이 되고 마는 것도 현실이다. 세상에 잔소리 듣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환경 단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우유를 먹고는 우유팩을 행군 후, 펼쳐서 말린 후 배출하고, 요구르트 플라스틱 팩도 그리하고, 너무도 당연시 하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먹은 것을 바로 옆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이렇게 편한데 왜 여태까지 그런 불편을 감수했을까 하고는 며칠 편한 방법을 쓰다가 결국은 조금 불편한 길을 택하기도 했던 것이 요 몇 달간의 내 생활이었다.

「장자」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가 있다. 설명이 필요없는 너무도 유명한 고사인데, 어쩌면 우리는 이 고사에 나오는 어리석은 원숭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원숭이의 모습을 하고서 우리는 그 원숭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멍청하다고 웃지는 않았는가? 친환경 생활은 결국 먼 미래를 내다보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지 말자는 그 고사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원숭이들의 모습대로 바로 지금의 편함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나도 요 몇 달간 그 원숭이들의 모습대로 살았고.

지금 당장 들어가는 돈이 많고, 불편하고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도 친환경 생활은 우리를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지 않도록 해주는 고마운 일이다.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너희도 나같은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원숭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동강댐 반대 서명과 함께 시작된 나의 환경운동연합과의 인연은 어리석은 원숭이었던 내게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주었던 시간으로 채워졌던 나날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잔소리를 하는, 그것도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지 말라고 쓴소리를 하는 그 역할을, 이제는 나도 생활에서 조금 나눠가져야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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