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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피해소송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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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4일 오전10시, 석면피해 사망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대구에서 있었다. 소를 제기한 원고는 부산 석면공장에 다녔다가 사망한 고 원점순 노동자의 남편인 안00씨다. 저와 일행은 새벽같이 일어나 KTX를 타고 대구로 내려갔다. 공판에 앞서 고 원점순 노동자 집을 방문해 가족과 얘기를 나누기로 했기 때문이다.


 


판결직후 대구지법앞에 선 안병규씨, 고인이 죽기 직전까지 병원비 걱정을 했다며 호소했다.





집에 들어서자 원점순씨와 같은 석면공장에서 근무했다는 박00씨도 부산에서 올라와 함께 자리해 있었다.





고 원점순 노동자의 남편인 안00씨는 부산에서 올라온 박00씨를 만나자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 과거에 석면공장을 함께 다녔던 직장동료 사이여서 그런지 한동안은 서로 반가워했다. 그러나 부산석면공장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차가운 날씨처럼 싸늘해졌다.





석면공장을 다녔던 두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석면피해는 고 원점순 노동자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남편 안00씨도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하면서 자신보다도 아내(고 원점순씨)와 함께 석면공장 다니며 자식들을 키웠는데 지금 30대가 된 아들의 건강이 제일 걱정된다며 수심에 차 있었다. 그의 말을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당시 석면공장엔 작업복 세탁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석면공장에서 입었던 작업복을 집으로 가져와 보관했다가 틈이 날 때마다 꺼내어 빨래를 해오곤 했기 때문이다.

 






한편 부산에서 올라온 박00씨는 얼마 전 감기에 걸렸는데 한달이 가도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서 X-선을 찍었는데 의사가 석면폐증이 의심된다 하여 CT를 찍고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나 결과가 나쁘게 나올까봐 굉장히 불안해했다. 

계속해서 그는 당시에 부인도 석면공장에 다녔었는데 이미 30대 후반 나이에 석면질병(석면폐 아니명 중피종)에 걸려 세상을 떠난 지 10여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들 말에 의하면 당시 이 석면공장에 다녔던 노동자(약2,000여명 추산)들 중 많은 분들이 이 공장에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았는데 그동안 원인도 모르게 돌아가신 분이 많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존한 분들한테서 문제가 생길 거 같다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저는 이들을 만나면서 결코 석면피해문제가 이번에 밝혀진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무관심 속에 묻힌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문제일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석면을 해방이후부터 광산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수백 개의 석면공장이 전국 각지에서 정부의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가동되어왔다. 우리나라처럼 석면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나라들에서는 이미 홍역 치르듯 석면피해를 겪었거나 맞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라고 해서 결코 예외일순 없다는 거다.


   

중피종과 같은 석면관련성 질환은 석면에 많은 량이 노출되었다고 더하고 덜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적은 량에 노출되더라도 발병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석면공장에 다녔던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장 주변에 살았던 무고한 수십만 시민들한테도 석면피해는 얼마든지 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 전체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이점은 지난 부산 MBC와 부산의대가 함께 조사한 역학조사에서 밝혀졌고 일본 구보다사건에서도 밝혀졌다. 문제는 무고한 시민들이 받은 피해를 정확히 밝히고 보상하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환자라면 그 치료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대책위원회나 역학조사단을 꾸려 철저한 조사와 함께 그 대책을 내놓고 서둘러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본다.

 

강남서초환경연합 운영위원,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위원,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역무지부 산업안전부장,


석면추방전국네트워크 준비위원  





* 사진/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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