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서울엔 ‘닭둘기’만 있다고요?

간혹 멧돼지가 도심에 출현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는 죄목(?)으로 죽임을 당하게 되지만 실상 멧돼지는 매우 겁이 많은 동물이다.

천적이 없어지자 개체 수는 늘고 서식지가 사라지자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온 것뿐이다. 죄가 있다면 배가 고팠던 것.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인간이 도시에 살기 이전부터 이 곳은 야생동물의 삶의 기반이었다. 원래 주인은 그들이었다. 멧돼지는 억울하지 않을까.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의 탐조안내서 <서울 하늘에도 새가 날고 있어요>가 지난 12월 16일 발간됐다. 이 안내서는 회원들이 지난 2년간 35회 이상 서울의 새 서식지를 직접 조사하고 3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기록한 것을 생태도시센터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서울 탐조 안내서,
▲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서울 탐조 안내서, ‘서울 하늘에도 새가 날고 있어요’

이 책에는 초보자를 위한 새 관찰 방법과 주의사항, 준비물 그리고 서울의 주요 새 관찰지역 11곳(강서습지생태공원, 길동생태공원, 남산, 미사리/강일동 일대 한강, 밤섬, 안양천, 여의도샛강, 올림픽공원, 월드컵공원, 중랑천, 탄천)을 찾아가는 방법, 새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삽화와 함께 실려 있다.

왜 새를 관찰하는가?

서울에서 새를 본다? 간혹 서울에 새가 있는지 볼 수 있다면 참새나 비둘기가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서울에서 수십여 종의 야생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새들은 습지를 비롯한 서식지의 생물다양성을 나타내 주는 지표다. 따라서 야생조류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 지역의 환경이 훼손되었음을 의미한다.

서울은 전체 면적의 60%가 시가화되어 있고 40%는 녹지와 하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공원의 비율은 26% 정도이다. 최근 그 면적이 증가추세에 있지만 파리나 뉴욕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시는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둔촌동 습지, 방이동 습지, 탄천, 진관내동 습지, 인사동 한강습지, 고덕동, 헌인릉 등 9곳을 생태계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생태공원은 아직 사람들에게 낯설다. 더군다나 야생조류라니?

▲ 탄천에서 관찰한 물새들  ⓒ 하호 이병우
▲ 탄천에서 관찰한 물새들 ⓒ 하호 이병우

하호 회원들이 안내서 <서울 하늘에도 새가 날고 있어요>를 만든 것은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천수만이나 금강하구까지 새들을 보러 간다는 것은 새 마니아가 아닌 이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서울은 대한민국 최대의 도시이고 인구 천만이 살고 있지만 빌딩과 아파트만이 서울의 모든 것은 아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야생조류를 볼 수 있다면 도심을 찾아온 멧돼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열린 관점이 가능하게 되지는 않을까. 서울탐조프로젝트는 새를 통해 자연과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의 공존을 스스로 인식하고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생태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자연의 세계, 알면 사랑하게 된다!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새의 가장 큰 특징은 깃털이 있다는 것이다. 깃털은 물에 젖지 않고 피부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방수 효과를 지녀 가볍게 하늘을 나는 데 유리하다. 또 뼈의 대부분이 비어 있고 근육과 인대가 발달되어 있지 않으며 대장이 없고 직장이 짧아 몸무게를 줄여 무게중심을 잡고 나는 데 적합하다.

▲ 큰말똥가리.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 하호 이병우
▲ 큰말똥가리.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 하호 이병우

발달된 시각으로 원거리와 근거리의 물체를 동시에 파악가능하며 머리 양쪽에 눈이 달린 것 또한 전방과 좌우의 물체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한다. 후각은 미발달한 반면 부리와 입안 등에는 새만이 가진 독특한 촉각이 발달해 갯벌 속의 먹이를 찾아내기 쉽다. 전체 새들의 1/3 가량이 이동하는데 주로 북반구의 번식지와 겨울을 나는 적도, 지방의 따뜻한 월동지 사이의 먼 거리를 이동한다. 따라서 새들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체중에 비해 많이 먹는다.

여름, 겨울에만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철새를 각각 여름철새, 겨울철새라고 부르고 북에서 남으로 오는 도중 봄, 가을에 통과하는 철새를 나그네새라고 한다. 또 가까운 지역을 통과하는 철새를 떠돌이새, 한 지역에서만 사는 새를 텃새라고 한다. 철새들은 일조량의 변화에 따라 이동시기를 감지해 평소보다 많은 먹이를 먹어 지방을 축적,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준비한다.

▲ 철새의 이동  ⓒ 하호
▲ 철새의 이동 ⓒ 하호

하늘을 날아 먼 거리를 비행하며 살아가는 새들의 세계는 알수록 긴 진화의 역사와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부의 최재천 교수는 자연의 세계는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새들의 세계를 모르면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것 같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 살아있는 야생조류의 세계는 그것 자체가 기적이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복원하기 어렵고 사라진 생명도 다시 되살릴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공존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서울의 야생조류, 어떻게 관찰해야 할까

처음 새를 접하면 그 새가 다 그 새 같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새가 서식하고 있는 곳을 천천히 보면서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좋다. 산새의 경우 열매가 열리는 나무 주변이나 물을 먹을 수 있는 냇가 주변에서 볼 수 있고 물새의 경우 강 위나 강가의 모래밭, 갈대밭 등에서 관찰 가능하다.

전체적인 생김새와 다리, 부리의 모양, 꼬리와 날개 몸 색깔과 무늬 등의 특징을 포착해 조류도감을 통해 확인한다. 몇 번의 관찰을 통해 구분 가능한 새들의 종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 서울에서 새를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  ⓒ 하호
▲ 서울에서 새를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 ⓒ 하호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다가가서는 안 된다. 야생동물과 인간은 삶의 조건이 다르며 따라서 멀리 거리를 두고 관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조류는 색깔에 민감하기 때문에 화려한 색깔의 옷은 금물. 또한 새들은 민감하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쌍안경과 망원경을 통해 관찰하며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야생동물에 대해 알게 되면 신비하고 정교한 자연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갯벌이 사라지고 자연적인 둑방이 콘크리트로 채워지고 녹지가 사라지고 빌딩이 들어서면 먹이를 그곳에서 찾아야 하는 새들은 살 수 없다.

동물들이 없는 숲은 죽은 곳이며 우리 인간도 콘크리트와 시멘트 안에서만 살 수 없다. 우리 역시 자연에서 왔기 때문이다. 새들을 관찰한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출발점이다. 휴일. 고속도로 위 밀리는 차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가까운 지하철을 타고 새들을 관찰하러 가는 것은 어떨까. 자연은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이 책은 새와 생태계 보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포되는데, 우송료 1,500원은 부담하셔야 합니다. 신청은 [email protected]로 하면 됩니다. 또 책의 모든 내용은 http://seoulbird.kfem.or.kr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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