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제주, FTA, 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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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린 가을비로 차가운 바람으로 이제 늦가을다운 정서가 묻어나는 날씨네요. 어제 저녁에는 집에 가보니 제주에 사는 남동생이 귤을 한 상자 보냈더라구요. 이제 막 귤밭에서 딴 이 귤은 아직 푸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푸르스름하고 노르스름한 빛깔이 반반씩 섞여 있었어요. 보통 하우스 감귤 말고 노지에서 생산되는 귤은 이즈음부터 11월 사이에 조생부터 만생까지 서로 다른 맛과 모양과 질감의 귤들이 다양하게 나오게 되죠.

제주를 여행해보셨지요? 여름 같은 때 가면 현무암 돌담에 둘러싸인 밭에서, 혹은 바닷가를 멀리 바라보는 언덕에서 푸른 귤들이 익어가잖아요. 귤을 먹으며 이 귤들이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올 동안 비와 바람, 햇살 아래 오래오래 꿈꾸듯이 있었을 모습을 상상했어요.

▲ 외할아버지와 함께 귤을 따는 아들, 지우
▲ 외할아버지와 함께 귤을 따는 아들, 지우

아침에 인터넷 뉴스를 뒤지니 제주에서 진행되는 FTA 관련 뉴스가 많아요. 일부 시위대는 협상장에 헤엄쳐서 갔다는 말도 있고. 시위대가 1만 명 정도나 모였다고 하는 것도 같고…

나의 아름다운 고향 제주, 평화의 섬이어야 할 제주, 야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제주가 이렇게 참담하고 슬픈 역사의 현장에 또 놓여있네요. 우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려는 저 FTA 4차 협상장으로.

아침에 본 또 다른 뉴스는 지역 먹거리(local food)에 관한 책 소개였어요.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가 쓴 글인데 다국적 회사 카길과 몬산토에 맞서서 지역의 먹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세계화로 인해서 참 신기하게도 먹거리들의 운송거리가 점점 더 길어졌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죠. 쉽게 말해서 하와이의 소고기를 캐나다로 보내고, 또 캐나다의 소고기를 하와이로 수입하고 그런다고 해요. 그냥 지역에서 사 먹을 수 있으면 좋은데 말이죠.

앞으로는 국가 정부보다는 초국적 기업과 맞서서 싸우는 것이 더 힘들 거라는 전망도 하죠, 이번 FTA에서도 국가 소송제인가 하는 게 포함이 되면 미국의 대기업들이 우리 정부에 소송을 종종 제기하겠죠? 자기들이 이러저러하게 벌 수 있는 이익을 당신에 국가의 불공정한 제도 때문에 놓치게 되었으므로 그만큼의 금액을 보상해달라 뭐 그런 식으로…

▲ 지우의 귤 따기
▲ 지우의 귤 따기

아침에 귤을 먹으면서 생각했어요.
FTA가 진행이 될 테고 앞으로 제주에서도 귤을 생산하는 농가가 줄어들면 우리 동생도 더 이상 귤을 보내줄 수 없을 터이고 그럼 나는 이마트에 가서 오랜 유통기간을 거쳐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온 델몬트 오렌지를 먹겠죠. 다양한 농약과 방부제로 멀쩡한 겉모습을 유지한 노란 오렌지를 잘라 먹으면서 그 오렌지들은 누가 키웠을까 그런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도 별로 없이 세상엔 이런저런 크고 작고 시고 달고 푸르고 노랗고 다양한 귤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점점 잊어버리면서 오렌지를 가로로 잘라야 할지 세로로 잘라야 할지 그런 고민이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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