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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마나 행복해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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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1인당 소득이 243배나 증가했다. 1953년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1인당 국민소득이
2005년엔 1만 6291달러까지 급증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래서 200배 넘게 행복해졌나요?”하고 묻는다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한 때 ‘10억 부자되기’에 열중할 만큼 물질주의 풍조가 심화된 사회이지만 보통 시민들도 행복이 소득에
정비례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 현신라마가 살고 있는 탕고 수도원. 대개 사찰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세상을 내려다본다. ⓒ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회원 7명이 지난 6월 부탄을 찾은 것은 소득이 아니라 행복의 증진이 추구한다는 국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에서도 부탄은 13위에 올랐다.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로 불리는 인구 70만명의 히말라야 불교 왕국
부탄은 연간 2만여명도 안되는 비자를 받은 소수만 방문할 수 있는 은둔의 나라이다.

방콕에서 출발하여 캘거타를 거친 비행기가 해발고도가 2천 3백미터나 되는 부탄의 파로공항에 아찔한 곡예비행을 하며 착륙하였다.
스튜어디스부터 부탄사람들은 우리와 닮았다. 숙소로 가는 길 양쪽에 이어지는 높은 산과 빠른 물살의 강, 그리고 그 사이에
펼쳐진 논은 우리의 경관과 너무 흡사했다.

우리는 파로에서 사흘을 머물렀다. 행정중심지인 종, 그리고 불교사원을 둘러보고 가정집을 방문해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1인당 소득이 1천달러도 되지 않은 가난한 나라지만 옷차림이나 집은 남루한 기색이 없었다. 독특한 부탄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3층 규모의 농가주택은 겉보기에는 유럽의 크고 아름다운 농가주택에 비해 모자람이 없었다. 부탄불교는 티벳불교와는 또 다른
고유한 특성이 있지만 불교에 익숙한 우리 일행들은 쉽게 상징과 교리를 이해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탄의 자연이었다. 온통 20~30미터 높이의 전나무와 시다로 우겨진 산은 4천여미터 높이에선 다른 모습이었다.

철쭉과의 만병초가 능선을 따라 군락을 이루었고 군데군데 국화인 푸른 양귀비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곳에서 숨은 점점 가파왔다. 초원에선 야크가 방울을 딸랑이며 노닐고 있었다. 군데군데 불경을 인쇄해서 막대기에 깃발처럼 내건
‘다시’가 형형색색으로 펄럭였다.

▲ 부탄의 울창한 침엽수림, 형형색색 흩날리는 ‘다시’
아름다운 초원에 깃발처럼 내걸려 있다.ⓒ 이상훈

차로 두시간 이동해서 수도 팀푸로 갔다. 도로 한쪽에는 수백미터의 계곡과 강이 나란히 따라왔다. 빠른 물살의 강은 부탄의
중요한 자원이었다. 부탄의 수출품 1호는 바로 빠른 물살이 만들어내는 전력이었다.
부탄 국내에서도 전력공급 사정은 좋은 편이었다. 팀푸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큰 도시였다. 부탄연구소 사람들을 만나고 부탄의
자연보호 단체도 방문했다. 미리 요청해서 부탄의 산업통상부 장관도 면담했다.

▲ 수도 팀푸 풍경ⓒ 이상훈

우리의 관심사는 부탄이 추구하는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었다. 국민총행복의 개념은
부탄에서 처음 나왔다. 이웃 네팔이 인도에 땅을 내주고 북쪽의 티벳이 중국에 점령당하는 현대사 속에서 부탄의 생존 전략이
필요했다. 부탄이 이웃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려면 부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국가목표가 필요했다.
부탄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부탄의 종교와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행복의 증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로 부탄의 생존전략으로
등장했다. 국민총행복(GNH)의 중심 요소 네가지, 즉 경제성장과 개발, 문화유산의 보호와 증진, 환경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참여와 협력의 통치는 이렇게 해서 구성되었다. GNH는 아직 완성된 개념이라기 보다는 실제 작동하는 철학이요 참여와
협력의 통치를 위한 일종의 기준이었다. 2008년에 GNH지표가 소개될 예정이다.

현신 라마가 있고 왕이 통치하는 나라 부탄. 1998년에야 내각이 생기고 2008년에야 헌법이 마련되는 등 서구식 민주주의도
뒤쳐진 나라 부탄. 하지만 국민들은 땀 흘려 일해 배고프지 않고 일정한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받으며 불교를 생활하면서 활쏘기와
축제를 즐기는 편안한 나라. 그런데 텔레비전이 미리 보여주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민총생산(GNP)이라는 잣대로 획일화된
세계경제체제에서 어떻게 경제성장과 행복의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지 미래가 다소 불안해 보였다.

▲ 산업통상부 장관과의 만남 ⓒ 이상훈

최근 국가 비교의 잣대로 국민소득이 아니라 행복을 제시하는 연구가 연이어 소개되어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영국 신경제재단은
웰빙과 환경영향을 보다 잘 나타내는 행복지수를 발표하였고 영국 레스터 대학 애드리안 화이트 교수는 이 행복지수에 요소별로
가중치를 부여한 세계 행복지도를 제시하였다.

▲ 시장풍경 ⓒ 이상훈

영국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생태 효율적으로 잘살기(웰빙)을 추구하는 지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이 행복지수는 ‘생태학적
발자국’에 반비례하고 인생 만족도와 수명의 곱에 비례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태학적 발자국’이란 ‘인구를 유지하고 에너지소비를 감당하는데 필요한 토지 면적’을 말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자연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말한다. 분석 결과 소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선진 8개국(G8)은 행복 증진에선 이름에 걸맞는 리더쉽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이 100위권 내에 들었을 뿐 미국은 150위, 러시아는 최하위권인 172위에 머물렀다. 이것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선진8개국이 자연자원의 한계를 고려하여 시민들에게 좋은 삶은 제공하는데 유능하지 못하다는 평가이다.

영국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공업국들과 산유국, 정정이 불안하고 빈곤이 심각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순위가
낮은데 비해 도서국가와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였다.

화이트 교수의 행복지도는 보다 일반인의 상식에 근접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미국이 23위, 일본이 90위를 차지했다. 물론 히말라야 왕국 부탄이 8위에 올랐고 중국도 일본에 앞섰다는 점은
행복이 소득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 모심기를 하고 있는 지역 농민들 ⓒ 이상훈

한국은 행복지수나 행복지도 둘다 102위이다. 우리나라가 1인당 소득이 3만달러에 이르면 시민들은 얼마나 더 행복해질
것인가? 만약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지수를 높일 것인가, 소득을 늘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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