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내 생애 최고의 영화 ‘불편한 진실’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 전 세계 1/4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이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 goolgle
▲ 전 세계 1/4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이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 goolgle

영화를 보기 전에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은 영화에 대한 평을 미리 살펴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본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영화평은 어떤지. 그러나 만약 이번에도 영화에 대해 미리 알아보았다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금에는 이 영화를 내 생애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다. 그 영화는 바로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이다.

불편한 진실은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George W. Bush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Al Gore가 만든 지구 온난화에 대한 환경 영화이다. 딱딱한 모범생 이미지의 Al Gore가 만든 환경영화라고 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영화는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시종일관 스크린에서 눈을 땔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고어가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느꼈던 지구의 기후 변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데이타와 시각자료로 이루어진,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영화이다. 특히 이 영화는 일방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곳곳에 그의 정치 인생과 힘들었던 개인사가 얽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그의 신념이 더욱 진실되고 호소력 있게 느껴지도록 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그의 누이에 관한 것이었다. Gore의 아버지는 담배농장의 농장주였다. 때문에 Gore와 그의 누이는 쉽게 담배를 접하게 되었고, 흡연을 시작한 누이는 결국 담배로 인해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 그리고 뒤늦게 담배의 심각성을 깨달은 Gore의 아버지는 결국에는 농장 문을 닫는다. 언뜻 보면 흡연으로 죽은 누이와 지구 온난화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Gore의 누이와 현재 우리의 모습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담배의 폐해를 잊은 채 담배가 주는 유희만을 즐기다가 목숨을 잃은 그의 누이와, 편리함이라는 미명하에 에너지를 낭비하며, 이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위협은 자각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딸을 잃은 후에야 농장을 폐쇄하는 아버지처럼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Gore가 가슴 아픈 누이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힘들었던 Gore의 개인사와 더불어 영화는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인 근거들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구가 생긴 이래로 가장 더웠던 상위 10개 년도를 꼽아보면, 이는 모두 지난 10~20년 사이에 포진해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만년설을 해가 다르게 그 양이 줄어들어, 이제는 그 흔적만 남은 곳이 셀 수 없으며, 극지방의 생물체들은 발을 디딜 빙하를 찾지 못해 바다에서 헤엄치다 죽음을 맞이 하고 있다. 이렇게 매년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대로 라면 50년 안에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인류가 사는 대륙의 반 가까이가 물에 잠겨버린다. 물론 우리나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 빙하국립공원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 1932년과 1988년ⓒ UIP
▲ 빙하국립공원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 1932년과 1988년ⓒ UIP

이러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10년 남짓이다. 때가 되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구해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구 온난화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류를 이러한 재앙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것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개인 하나하나의 작은 실천이다.

▲ 영화
▲ 영화 ‘불편한 진실’ 중에서 ⓒ UIP

영화 내내 Gore가 강조한 말이 있다. 지구 온난화는 더 이상 political issue가 아닌 moral challenge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조약인 Kyoto Protocol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비준하는 것도 중요하며, 비 비준 국가인 미국과 호주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하나하나가 생활 속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태도이다. 지구 온난화는 더 이상 환경보존을 주제로 한 정치인들의 협상테이블 주제가 아닌, 우리 일상 속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인식 전환의 문제이며 윤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교통법규를 어기고,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렸을 때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주어지 듯이, 이제는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행동을 했을 때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처벌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 온난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날 저녁도,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무더위는 계속되었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아침부터 25도를 상회하는 수은주와 찜통 지하철, 잠시라도 밖에 나갔다 올 때면 비오 듯 쏟아지는 땀… 올 여름 내내 계속되고 있는 무더위로 인한 불편함 이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후로는 이러한 무더위에 나의 책임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의 편안함이 내일의 불편함의 담보로 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조금의 불편함은 참으려고 노력한다.

영화 ‘불편한 진실’은 영화관을 나서는 것으로 끝이 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실천에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영화를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생지로 제작된 영화 전단지에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적혀있다.

1. 일반 전구를 형광등으로 교체하기.
2.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3.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 양 줄이기.
4. 타이어의 공기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5. 따뜻한 물 사용량 줄이기.
6. 상품 포장 줄이기.
7. 겨울 난방 온도는 2도 낮추고, 여름 냉방 온도를 2도 높이기.
8. 나무심기.
9.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은 꺼두기.

이 중에 일상에서 실천이 불가능한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조금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지만, 오히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중에 한가지인 겨울 난방 온도를 낮추고 여름 냉방 온도를 높이는 것을 실천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한가지 만이라도 꾸준히 실천하여 연말에 다시 한번 영화를 보았을 때, 이 글을 쓴 오늘의 다짐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admin

(X) 회원이야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