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장수풍뎅이의 꿈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새벽에 엄마는 장수풍뎅이 꿈을 꾸었어.

네가 데려온 암수 두 마리의 장수풍뎅이, 장수와 장순이. 그들이 내 꿈에 나타났지 뭐야.

밤늦도록 네모 상자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장수의 날개짓을 들어서였을까. 오늘로 14일이 되는데도 우화하지 않고 번데기로 남아있는 장순이에 대한 염려 때문일까.

엄마의 꿈속에서 장수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날개짓도 하더라. 네가 장수를 놓아주었는데 장수는 자유롭게 우리 집으로 다시 와서 먹이도 먹고 가고 하더구나. 그리고 여전히 톱밥에서 잠을 자던 장순이를 보니 장순이가 온전히 풍뎅이 모습을 갖추고 있고 더듬이를 약간 움직이는 거야.

▲ 장수풍뎅이 ⓒ조은미
▲ 장수풍뎅이 ⓒ조은미

같이 관악산을 오르며 상수리나무 숲을 찾던 지우야. 올 여름 곤충책을 열심히 보다보니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를 산에서 잡아다 키우고 싶어서 ‘상수리나무 숲에서 나무진이 흐르는 곳에 이들이 산다’는 정보만으로 관악산을 아침나절부터 뒤졌던 기억이 나는구나. 나는 그냥 도토리나무가 참나무 비슷할 거라고 도토리나무 주위를 유심히 보라고 일렀을 뿐 너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지. 급기야 나무진이 흐르는 상수리나무 숲은 못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슬로 젖은 산길에서 너는 심히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상수리나무 소동 이후 내가 서울대공원으로 산책 갔다가 ‘장수풍뎅이 교실’을 방학동안 연다는 소식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니? ‘바로 이거로군’. 다음날 우리 식구는 서울대공원으로 갔지. 엄마가 숲길을 산책하는 동안 너랑 아빠는 곤충관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더구나. 그리고 8천원을 주고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사오더군. 장수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우화했는데, 등이 연갈색에서 하루사이에 짙은 검은색으로 변화하는 놀라움이란. 더듬이도 갖추고 제법 돌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하더구나.

하지만 장수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상자에서 보내는 동안 엄마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어. 날개를 가끔 펴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얼른 숲으로 데려다주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

지우야. ‘장수와 장순이가 같이 결혼도 하고 알도 낳고 그러면 좋겠지만 만약 상자에서만 살다가 기운이 없어서 어느날 죽어버리면 어쩌지?’ 엄마는 그게 걱정이야. 어제 밤 거실에서 책을 읽는 동안에도 네 방에서 네모상자 안에서 파득파득 움직이는 장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엄마는 새벽꿈에 장수와 장순이가 나온 것은 예시라고 봐. 어서 숲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장수는 더 이상 ‘지우만의 장수’는 아니더라도 행복한 숲의 가족의 될 수 있을 거야. 그나저나 뒷산 아카시아 숲에 보내도 될까? 나무진이 흐르는 상수리나무 숲이 아닌데…

2006년 8월 28일 지우 엄마가

▲ 8월 29일 이른 아침에 지우아빠는 장수풍뎅이를 관악산 기슭으로 데려갔습니다. ⓒ조은미
▲ 8월 29일 이른 아침에 지우아빠는 장수풍뎅이를 관악산 기슭으로 데려갔습니다. ⓒ조은미

admin

admin

(X) 회원이야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